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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쌓인 길 어지러히 걷지 말지니라”

수덕사 신임주지 정묵스님 인터뷰

2015.03.30(월) 16:41:53관리자(dk1hero@yesm.kr)

최근 부익부빈익빈으로 상징되는 심각한 빈부격차로 서민들의 경제적인 고통이 가중되는 사이 ‘물질만능주의’를 비롯해 ‘사람’과 ‘안전’을 도외시한 대형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아픔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상실의 시대, 종교지도자의 일성은 신앙을 떠나 어리석은 중생을 일깨우는 사자후로 다가온다. 3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로 취임한 정묵스님은 “흰 눈 쌓인 들 가운데를 걸어갈 때/어지러히 걷지 말지니라/오늘의 나의 발자욱이/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라는 서산대사의 짧은 시를 읊조리며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화두를 던졌다.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

▲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


■사부대중에게 전할 취임인사와 더불어 진리의 말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서산대사의 이 짧은 네 구절에 담긴 그 큰 뜻은 가히 모든 사람들이 가슴에 담아둘 고귀한 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사람들의 인심이 제멋대로 흐른다 해도 우리 개개인은 어디서라도 규범이 있는 인격체를 갖추고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각자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태어났고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원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책임지고 후손들에게 잘 물려줄 막중한 책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은 모름지기 올바른 행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서 종교가 국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대사회는 과학합리주의와 개인주의, 물질중심주의가 특징입니다. 과학합리주의는 산업혁명을 통해 물질의 풍요를 가져와 우리의 삶은 편리하고 윤택해졌습니다. 하지만 인간 소외와 경제적 불평등, 심각한 환경파괴, 전쟁 등 무수한 문제점도 가져왔습니다. 많은 이들은 과학이 발달하면 종교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과학은 인간의 근본적인 고민이나 괴로움의 원천에 대해 답하지 못합니다. 종교는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역할을 합니다. 종교는 수행과 나눔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고통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려 성찰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덧붙여 종교는 집착과 욕심과 번뇌를 벗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소유입니다. 나만 잘났다는 아상을 가진 사람이 마음을 비우고 자연스럽게 참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종교의 역할입니다”
 
■수덕사는 그동안 국제선수행대회와 선양음악회 등 근대불교의 중흥조로서 선풍을 일으키신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에 대한 선양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숭유억불의 조선과 민족정신을 말살한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불교는 위축되고 왜곡됐습니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나 한국 전통불교의 맥을 잇고 선(禪)불교를 중흥시킨 수덕사의 경허선사와 만공선사는 내포지역의 자랑입니다. 수덕사는 그동안의 선양사업을 잇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먼저 정신과 사상,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연구사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경허·만공선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와 수덕사 출신의 학자들을 묶어 연구소체제를 갖춘 뒤 세미나 학술대회, 자료 편찬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대중화사업을 통해 한국불교의 선적 전통이 지닌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사업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를테면 두 선사의 발자취를 찾는 기행이나 문화순례, 문학적인 시낭송회 등입니다. 이 일은 수덕사에서 방장스님을 모시고 조직한 경허만공선양사업회가 준비할 것입니다”
 
■선미술관과 수덕여관이 수덕사를 찾는 관람객들은 물론 주민들에게 다양한 전시문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두 곳을 보다 활성화시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수덕여관은 근대 이후 불교인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향수가 짙은 곳입니다. 이응로 화백과 암각화, 한국 최초의 여류서양화가 나혜석과 페미니스트이자 문학인인 일엽스님, 또 일엽스님을 수행자로 받아들인 만공선사,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춤꾼이자 한국전통무용의 대가이신 한성준 선생 등 수덕여관과 연계된 연상작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수덕사를 경허·만공선사를 통한 근대 선의 중흥지라고 한다면 수덕여관은 근대 문화예술을 꽃피운 예술의 종합장입니다. 나아가 수덕사는 윤봉길 의사와 추사 김정희 선생, 만해선사와 김좌진 장군 등 우리지역이 낳은 위대한 인물들의 혼을 살리는 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매월 공연이나 전시 등을 진행할 예정으로,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그 시작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과 함께 백일장이나 사생대회 등을 개최해 교실 밖의 교육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또 수덕사를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개방하는 것은 물론 사하촌도 문화지역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예산과 홍성, 서산과 당진을 아우르는 (사)내포문화숲길의 새 이사장으로서 앞으로 내포문화숲길을 지역은 물론 충남을 대표하는 걷는 길로 이끌어가기 위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길은 소통입니다. 직접 관여하진 않았지만 내포문화숲길 조성을 이끌어 낸 ‘백제의 미소길’을 지키기 위해 수덕사의 일원으로 함께 했습니다. 우리지역의 영산이자 불교인들의 성지인 가야산을 지키기 위해 백제의 미소길이 탄생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가야산을 중심으로 내포문화숲길도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포문화숲길의 탄생은 우리지역의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역사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길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수덕사는 이러한 소통의 기제를 잘 활용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찰이 될 것입니다. 최근 내포문화숲길은 충남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지역의 역사문화자연 자원을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덕사 법회와 템플스테이를 연계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정묵스님은 이밖에도 “지난해 내포신도시에서 가진 연등축제가 성공적이었다. 연등축제는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종교를 떠나 연등축제를 내포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제2회 연등축제도 확실한 내포축제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라며 “충남지역은 구제역으로 죽은 가축들이 많다. 또 교통사고 사망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고 한다. 가을에는 이들을 위해 천도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정묵스님
수덕사에서 출가한 정묵스님은 1976년 우송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1976년 혜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수덕사 재무국장과 총무국장을 거쳐 중앙종회 의원(4선)과 수석부의장을 비롯해 선본사 주지, 호압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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