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는가 싶더니 철쭉과 연산홍이 뒤를 잇는다. 4월 19일(금), 오후의 날씨가 쨍하지 않았지만 활동하기엔 괜찮았다. 절기상 오늘은 곡우(穀雨)다. 곡식에 필요한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뜻이다. 이 날은 예로부터 벼농사 파종이 있는 날이어서 죄인도 잡아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날이었고, 나무에 한창 물이 오르는 시기라 고로쇠나무를 비롯한 나무의 수액을 받아먹기도 했다. 



‘곡우’에 열린 부여 송국리 청동기축제와 풍년기원제가 송국리유적 일원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청동기축제는 6번째로 6번째의 절기인 곡우에 열렸다는 게 마침 알맞게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송국리일대는 구릉지역으로 청동기시대부터 고려시대에 걸친 여러 유적이 분포하고 있는 야외박물관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유적은 청동기시대의 취락유적이라는 점이라고 한다.





안내글에 의하면 ‘1975년부터 시작된 발굴조사 결과 평면이 원형이거나 방형인 집자리와 마을을 둘러싸는 구덩이와 나무울타리(목책) 나뭇가지를 둑에 꽂아 외부로부터 오는 적이나 짐승을 막았던 녹채시설 같은 방어시설이 확인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의 유적은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중기, 혹은 후기의 문화에 속하며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었던 마을유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축제장을 둘러보면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매장문화재발굴조사’가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외부에 사람들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여러 부스가 모인 곳에 들어가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의료지원팀이 있는 부스 근처에는 환자이송을 할 수 있는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부스를 살펴보면 송국리유적 사진전시, 유적발굴체험, 서각갤러리, 선사유물 뽑기와 청동기유물 목걸이 만들기, 짚풀공예 등이 있고 생협의 부여생산자연합회가 마련한 친환경농산물과 버섯체험 등이 있다. 축제의 주요 내용에는 축하공연, 생생프로그램을 연계한 고사리꺾기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는데, 사적지 내에서 불법으로 고사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시시티브이 단속중이라는 글이 펼침막으로 걸렸다.



3천 년 전, 벼농사의 발상지로 농업유산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 농경과 수렵생활을 한 고대인류의 취락유적은 마을의 주거생활과 생산하고 저장한 시설, 의례와 장례문화 등까지를 알 수 있게 한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지난 2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움집의 짚이 오래되어 거의 갈색이었는데 축제를 앞두고 산뜻하고 보송보송한 누런색으로 달라졌다. 





송국리유적에서는 ‘1974년 1호 석관묘가 발견되고 비파형동검, 마제석검 등의 유물이 촐토되면서 국내외의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1976년 사적 제 249호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1975년~2020년까지 4개기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의해 25차레의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목책이 길게 쳐진 곳에는 돌에 새겨진 ‘사적 제 249호 부여 송국리 유적’의 글이 선명한 글이 보인다.



조팝나무 꽃이 필 무렵 볍씨를 담그고, 복사꽃 향기 솔솔 풍기면 못자리한다는 4월. 시골마을은 온통 연두의 나라가 되었다. 축제의 신명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돌아가는 길을 따라온다.


송국리선사취락지
충남 부여군 초춘면 선사로225번길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