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재 제가 이용하는 버스터미널, 기차역, 혹은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여행지가 어디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운 좋게 걸어가기 좋은 장소가 있다면 대중교통 시간을 잠시 뒤로 미루고 그곳을 방문하곤 하지요. 
이번에 찾아낸 장소는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천안천입니다. 천안천 존재를 알게 된 건 1년 전입니다. 우연히 버스 창 밖으로 펼쳐진 천안천 풍경을 발견했고 언젠가 기회 닿으면 저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그 때 처음 품었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천안천 산책로를 만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천안시를 가로지르는 대표 하천인 천안천 발원지는 천안 안서동 문암저수지입니다. 천안천 물길은 천호지, 신부동, 성정동, 다가동, 용곡동, 신방동 등 천안 일대를 지나 아산시 배방읍 세교리까지 흘러간 뒤 그곳에서 곡교천에 합류하며 자기 생을 마치는 물길입니다. 제가 처음 눈길을 빼앗겼던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천안천 풍경은 천안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실시한 천변 정비사업 결과물입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천안천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지속적인 개선사업을 통해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천변 산책로를 시민이 오갈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천안천 산책로 풍경

드디어 생애 첫 천안천 탐방길을 시작합니다. 천안천 산책로 인근에 천안천탐방로에 대해 소개하는 자료가 없어 어느 방향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료를 검색하고 찾는 대신 본능적으로 천안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상류방향 산책로를 선택해 이동을 시작합니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시작하는 천안천 산책로 구간은 천안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데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아 많은 천안시민이 이용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곳곳에 쉼터도 많이 있고, 징검다리를 비롯해 다양한 다리가 만들어져 있어 보행자 편의성을 높여줍니다. 



▲ 천안천 산책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다리 형태

‘만남의교’와 ‘신부제3교’로 이어지는 구간에 다다릅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구간인 만큼, 다양한 건강증진 시설과 안내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맨발로 지압을 할 수 있는 자갈길도 있고, 일정 구간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천안동남구보건소에서 알려주는 운동법에 관한 홍보안내문도 만날 수 있습니다.





▲ 천안천 산책로에 마련되어 있는 다양한 건강관리 시설과 안내문

'신부제3교'에서 '방죽다리'로 이어지는 구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천안천 양옆으로 펼쳐지는 구간입니다. 인근 아파트 단지와 연결되는 하천탐방로 진입구간가 만들어져 있어 아파트 주민들이 손쉽게 천안천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 주변 보행로를 보면 ‘행복이 가득한 이야기 길’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어있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게 예쁘게 꾸며놓은 디자인 길 풍경이 펼쳐집니다. 

▲ 천안천 인근 아파트와 이어지는 천안천 산책로 풍경

길을 걷다가 천안천 물길을 바라봅니다. 사실 천안천 수질이 개끗한 편은 아닙니다.하지만 그래도 천안천 물길에 크고 작은 물고기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한 엄마가 아이에게 천안천 물길 안에 물고기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엄마가 알려주는 곳을 쳐다보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소리 내어 즐거워합니다. 천안천을 걸으면서 만날 수 있는 마음 따뜻해지는 한 장면입니다.

▲ 천안천 물길에서 만나는 물고기 친구들

방죽다리를 지나는 순간부터 천안천 산책로 풍경이 확 달라집니다. 계속 시야에 들어오던 고층 건물 풍경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연하천 풍경이 이어집니다. 이곳에 오니 천안천을 이용하는 야생조류가 많이 눈에 띕니다. 무리 지어 다니는 흰뺨검둥오리 가족들도 있고, 기후변화 때문인지 몰라도 여름철새이지만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쇠백로의 사냥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 천안천 산책로에서 만나는 야생조류 친구들

계속해서 천안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첫 이정표가 눈에 띕니다. 제가 걷고 있는 상류방향 안내표는 없지만,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하류 쪽 자전거도로 이정표가 있어 천안천 물길이 어디까지 어떻게 흐르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천안역이 천안천 물길로 연결되어 있고 그 거리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그리고 계속 천안천 물길을 따라가 보면 원성천 물길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갈 수 있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 천안천 산책로 이정표

마지막 구간인 제2신부교를 지나니 천안천 물길 주변 풍경이 다시 한번 변신을 합니다. 하천폭이 넓어지면서 거의 완전한 자연형 하천 풍경이 펼쳐지고 물소리 역시 크게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천안천 물길이 천호지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 길은 아름드리 목련나무로 가득합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화려한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목련 꽃 봉오리를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길에서 펼쳐질 목련꽃길 봄 풍경을 상상하면서 천호지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향해 올라갑니다. 



▲ 천안천-천호지 연결구간 주변 풍경

드디어 천호지에 도착합니다. 처음 길을 나설때만 해도 이렇게 손쉽게 천호지까지 걸어 올 수 있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천호지는 수달이 서식하는 장소로도 유명한데,
천호지 수달 관련 기사를 보면 ‘수달이 천안천 물길을 따라 올라와 천호지까지 올라온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 제가 걸은 천안천 천변길은 사람을 위한 보행로인 동시에 수달이 먹이와 서식지를 찾아 이용하는 생태통로이기도 한 샘입니다. 

잠시 시선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천호지 주변을 돌아봅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천안천 길도 되돌아보고, 천호지에서 지내고 있는 원앙과 넓적부리 무리 이야기도 만납니다. 천호지에 마련되어 있는 안내지도를 보면서 이제야 천안천 물길이 어떻게 천호지와 연결되는지, 천호지와 다른 물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시각적으로 배우고 알아차리는 순간도 맞이합니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에서 가볍게 운동하듯 천호지까지 들어올 수 있는 비밀 아닌 비밀통로를 새롭게 알게 되어 반가운 날입니다. 다음번에는 이번에 걷지 못한 하류 방향 쪽 천안천 물길 탐방을 이어가 볼까 합니다. 



▲ 천호지로 이어지는 천안천 물길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순간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충남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