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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24절기 이야기 (소설(음력 10월 20일), 그리고 대설)

2023.12.06(수) 16:48:29 | 유정민 (이메일주소:mm041@daum.net
               	mm041@daum.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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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곡교천 보리밭 (2023. 3. 16)

계절을 농사짓는 시기로 구분한 24절기 중 소설(小雪)에는 살얼음이 얼며 겨울 기분이 들고, 대설(大雪)에는 큰 눈이 온다는 시기가 벌써 내일이니, 이젠 겨울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느낀다.

1▲ 첫눈 (2023.11.17)

소설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조용히 첫눈이 내렸다. 
다음 날이 토요일이기에 일반 직장인들은 큰 걱정이 없겠지만, 주말 일하는 분들은 걱정이 많아질 시간이다.
가을의 문턱을 넘을까 말까 하던 계절은 한순간에 그 문턱을 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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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2023. 11. 18.)

첫눈 치고 제법 많은 눈이 내렸는데도, 다행히 도로는 크게 얼지 않았고, 눈도 많이 녹았다.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눈 밟을 기회는 없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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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싹 (2023.3.16)

우리네 24절기에는 보리가 여러 번 언급되는데, 소설과 대설에도 보리와 연관된 속담이 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으로 소설의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하였고,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대설의 속담으로 소복이 쌓인 눈이 보리를 덮어서 보온효과를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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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 합덕 'ㄱ'농원 보리밭 (2021.6.5)

이렇게 소설과 대설의 속담은 보리와 연관이 있는데, 소설 전에 파종한 보리가 땅에 잘 자리 잡고 소설의 추위로 강해지며, 대설 즈음에는 많은 눈이 보리싹이 나기 전 땅을 덮어 동해(凍害)를 피하여 보리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간절한 농부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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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밥

감나무 끝에 달린 몇 개의 홍시를 우리는 흔히 까치밥이라 하는데, 예로부터 정이 많았던 우리 민족은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삼라만상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야생 조류와 동물을 위해 논바닥에 이삭을 남기고, 까치밥이라 하여 감나무에 감 서너 개쯤을 남겨두는 풍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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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곶감 만들기

소설 무렵은 김장을 마치고 겨우내 먹을 먹거리를 만드는 시기였다.
감을 따 껍질을 깎아 처마에 매달아서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하며 바람에 말려 곶감을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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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래기 말리기

김장이 끝난 후에 남은 무청으로 시래기를 엮어 말리며, 호박고지를 만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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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고지 만들기

애호박으로 만든 호박고지가 진짜겠지만, 좀 일찍 꼭지가 떨어진 늙은 호박을 잘라 호박고지를 만들어 본다.
특히 아파트에서는 참 힘든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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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과거엔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하여 탄생한 저장음식들이었지만, 이젠 추억의 음식이 되어간다. 
대안으로 인근 로컬푸드점에 가면 그 시절의 음식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으니, 이곳을 많이 이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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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죽

정석으로 호박죽을 끓이기는 번거로우나, 우리 집에서는 늙은 호박과 팥을 따로 삶고, 불린 찹쌀로 간단히 죽을 끓여먹는데, 이 맛 참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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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 (2023.11.17)

바쁜 농사철을 지나 가을걷이를 마치고, 겨우내 먹을 양식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는 여유로웠던 시기가 이 겨울이지 않았을까?
과거 흉년과 폭정으로 끼니를 챙기기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몸은 쉴 수 있던 시기였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행복에 취해 삶을 휘청거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일 이어지는 영상의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데, 대설(大雪)인 내일은 눈이 내릴까요? 

(24절기는 중국 화북지방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에 전해져 조상들도 그 절기에 맞춰 농사를 지었고, 실제 대설(大雪)에는 우리나라에 큰 눈이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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