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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여름 휴가의 특별함을 더한 탑정호 출렁다리

훈씨네 부부와 함께한 논산

2023.08.21(월) 22:55:07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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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포탕


첫날 우리가 머물 숙소는 논산 탑정호 근처였다. 그곳에서 창을 열면 바로 보이는 탑정호를 걷거나 보는 것도 괜찮다. 논산의 터줏대감인 남편후배 부부는 프랑스 '니스지앵'인 훈씨네 부부, 그리고 우리부부 네 사람과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놓고 식당에서 논산후배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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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탕을 먹으면서, 무슨 심각한 얘기를 나누었을까, 아마 교육얘기를 했던 것 같다. 저리 심각한 표정이라니

 

호수가 바라보이는 자리에서 연포탕을 먹는 맛이 일품이다. 논산의 부부와 훈씨네 부부가 초면이라 남편과 나는 이쪽과 저쪽의 이야기에 다리를 놔주고 같이 웃고 떠들었다. 마침 저녁이 끝나고 호수 주변을 걷고 나면 음악분수쇼시간이 된단다. 논산 후배가 가면서 황도복숭아 2박스를 건넸다. 복숭아 한 개가 갓난아이 머리통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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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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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니 주황빛 노을이 퍼졌다. 호수에 반사된 노을빛이 지평선 끝까지 아련하다. 우리는 걸어서 계백장군을 상징한 조형물이 있는 생태공원 근처로 걸었다. 음악분수쇼를 보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탑정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악분수쇼는 말 그대로 음악과 분수가 어우러지며 환상의 무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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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를 건너야 음악분수쇼가 보이는 곳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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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분수쇼가 펼쳐질 근처의 생태공원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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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정호출렁다리 음악분수쇼. 주로 bts 노래가 전자음을 타고 환상적으로 들린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정리가 얼추 끝났다. 훈씨네 부부가 우리 방으로 건너왔다. 연숙씨는 와인을 들고, 훈씨는 박스하나를 들었다. 우리에게 줄 선물 엠프와 헤드폰이다. 훈씨는 음악 쪽으로 박학다식하다. 헤드폰은 거의 전문가수준이다. 우선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논산 후배가 준 황도를 씻었다. 훈씨는 와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개봉하지 않은 와인 하나는 집에 갖고 가란다. 그건 24시간 냉장고에 넣었다가 꼭 둘이 마시라고 하면서. 그가 와인에 대해서 여러 얘기를 했지만 잘 모르기도 하고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사이드웨이>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꼭 와인영화로만 보지 말라고도 해서 찾아서 보려고 한다.

 

네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훈씨가 얼핏 어떤 노래 한 소절을 흥얼거렸다. 순간, 그의 노래 소리가 내 귓속에 예사롭지 않게 감긴다. ‘어머, 훈씨~ 카수였어요? 난 노래 못하지만 듣는 느낌은 있어요.’ 그러자 훈씨가 자기 폰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20대의 자신이란다. ‘어머나, 연숙씨랑 이때 만났구나~ 그쵸?’그러자 그의 아내가 웃으며 맞아요.’한다. 지금의 99.9키로가 아닌 남성 평균치의 체구다. 사진 속의 훈씨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이다. 한때 그는 보컬로 활동했단다. ‘어쩐지~, 내 귀는 못 속인다니까요.’ 
 

훈씨는 20대 음악다방 디제이 경험도 있다. 그가 30대 유학길에 오르면서 우리에게 주고 간 엘피판 수십 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다. 훈씨네도 그걸 한 트럭정도는 버렸단다. 시디가 나오면서 애물로 취급되던 엘피판이 지금은 다시 관심받기 시작한다. 유행은 정말 돌고 도는가. 가요 팝송 클래식 등을 꿰뚫고 있는 훈씨의 이야기는 띄엄띄엄 만나면서 미루어 짐작하던 여러 퍼즐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것 같았다.

 

훈씨는 말이 빠르고 달변이다. 그의 말문이 한 번 터지면 음악, 영화는 물론 정경사문의 교과서가 따로 없다. 그 옆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연숙씨가 말하고 싶어 할 때는 내가 나선다. ‘연숙씨 얘기를 먼저 들어볼게요.’ 그러면 훈씨는 겸연쩍어하며 , , 숙아! 니 먼저 말하래이~’ 한다. 훈씨는 어쩜 그곳에서 자기 모국어로 누구와 말할 기회가 없어서일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내는 20여년 동안 꾸준히 아이돌봄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훈씨는 나름대로 또 다른 갈증이 있을 것 같았다.

 

연숙씨가 셋째를 낳고 얼마 후에 시어머니인 훈씨 어머니가 니스에 오신 적이 있단다. 첫애가 7, 둘째가 4살일 때, 아이들이 할머니를 따라 잠시 밖에 나갔다 셋 모두 길을 잃어서 아직 몸도 추스르지 못한 연숙씨가 찾아 나섰다고. 셋째가 고등학교 입학한 그 해 훈씨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연숙씨의 모친은 치매를 앓다가 요양원에서 94세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요양원은 아니지만 내 엄마도 같은 나이에 같은 병으로 가셨으니, 다시 우리는 우리의 노후에 대해 화제가 바뀌었다. 훈씨는 또 <스틸 엘리스>, <더 파더>라는 치매관련 영화를 소개한다. ‘괜찮은 영화에요.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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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씨가 먼데서 갖고 온 와인

 

평소 맥주 한 모금을 겨우 마시는 내가 훈씨가 멀리서 갖고 온 와인을 종이컵의 반이나 마셨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한 모금이 온 전신을 좌르르 훑었다. 게다가 훈씨가 남편에게 어쩌구 저쩌구 앰프 조작법을 학습시킨 그 헤드폰으로 듣는 음질은, 소리가 너무나 생생해서 내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감탄을 연발하자 훈씨는 자기가 녹음한 노래를 들어보라며 국내외 여러 가수의 노래를 들려줬다.

    

김현식, 조용필, 정훈희, 블랙사바스, 레드 제플린 등, 내가 알고 있는 가수 외 최근의 가수와 노래까지. ‘이 노래 알아요?’라고 하면 나와 남편의 답은 거의 몰라요.’. 몰라도 좋았다. 아무튼 좋았다. 연숙씨와 나는 논산후배가 준 황도 하나씩을 들고 야금야금 베물었다. 비가 왔는데도 이렇게 달다니.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한 가득이다. 탑정호의 불빛이 저 혼자 빛깔을 바꾼다. 음악처럼 이야기가 흐르고 와인은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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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의 탑정호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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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으로 남을 연숙씨와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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