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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보령 갈매못 천주교 순교성지에서

2023.07.23(일) 21:50:56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갈매못 순교성지
▲ 갈매못 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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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못 순교성지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160여년 전, 조선말기 흥선대원군 정권에 의해 대규모 천주교탄압이 있었던 병인박해를 떠올리면 저 고요하고 청량한 바닷물이 순간, 핏빛의 파도가 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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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팔 벌린 예수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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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박해는 1866년부터 1872년까지 6년간 이어진 탄압으로 당시 8천여 명 이상의 평신도와 프랑스 파리의 ‘외방전교회’ 출신의 선교사 등이 처형된 사건이다. 외방전교회는 로마카톨릭 교회의 선교단체이다. 조선에는 당시 고종이 병을 앓는 중이었고 또 명성황후의 국혼을 앞두고 있었다. 한양에서는 피를 보는 불길함을 피하려고 멀리 떨어진 250리 밖에서 처형하라는 명이 떨어졌다고 한다. 순교한 다섯 성인은 제5대 조선교구장에 임명된 다블리 안토니오 주교, 황석두 루카, 오메트르 오 베드로 신부와 위앵 민 마르티노 신부, 장주기 요셉이다. 이들은 관군에게 붙잡히거나 형장에 보내달라고 스스로 자청하였다니 죽음보다 강한 믿음에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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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개 순교비가 나란히 서 있는 뒤로 순교성인비와 순교복자비가 있다. 
   
성지에 들어서면서부터 잘 정돈된 성지 안을 잠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성인의 숭고한 죽음에 절로 숙연해진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야외제대가 보인다. 야외제대 벽면에는 다섯 성인의 사진이 있고 명판에는 ‘형장으로 택한 곳은 바닷가 모래사장이었다.’라는 글이 있다.
해안가 쪽에는 다섯 개의 비가 나란히 서 있다. 그 뒤로‘순교성인비’와 ‘순교복자비’가 서 있다. 다섯 개 각각의 비에는 순교성인들이 잡혀서 심문받을 때의 과정과 죽음을 앞두고 남긴 글들이 기록되었다. 다섯 순교자는 1984년 5월 6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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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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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깃대에 매달린 다섯 성인을 표현한 그림. 이 장면만 보아도 가슴이 내려 앉는다. 
 
순교지를 방문한 날은 주일 오후였다. 계단을 올라 카페처럼 보이는 쉼터에 이르니 이미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 근방에서 다시 만난 다섯 순교성인의 ‘효수’된 모습에서 또 한 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효수란, 나라에 아주 큰 죄를 지은 사람의 목을 베어 매달아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함으로써 대중을 경계시키는 형벌이다. 그 시간 바닷가 먹구름 사이로 다섯 개의 은빛 무지개가 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수난의 금요일, 갈매못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순교자의 매달린 머리는 사흘 동안 전시되었고, 그 많던 까마귀나 개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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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다섯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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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블리 안토니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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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성모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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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승리의 성모 대성당 쪽으로 오르는 계단 길에는 병인박해 150주년에 다섯 성인을 기념한 조형물을 세웠다. 한 분, 한 분 앞에서 묵례를 드리며 옮기는 걸음도 조심스러웠다. 조금 더 오르니 승리의 성모자상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한 줄의 글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예수님을 가짐으로써 모든 것을 가지신 다블뤼 주교님의 말씀은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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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로 방문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이고 있다.  

방문한 날은 주일 오후였다. 어느 성당에서 단체로 왔는지 남녀노소 인원이 꽤 모였다. 전체가 다 나올 수 있도록 카메라를 담당한 사람이 14처가 있는 언덕 쪽에서 큰 소리로 싸인을 보냈다. 아마 오전부터 일찍 움직이고 돌아가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는 것 같았다. 와~ 하고 웃음소리가 나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빨리 찍으라고 성화를 한다. 아주 잠시 사람들은 같은 마음이 되었는지 사진은 통과되고 불불이 흩어졌다. 주차장 어느 곳엔 관광버스 몇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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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못 성지의 풍경은 바닷가가 인접해 있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먼 이국땅에 와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효수형을 당한 다블뤼 주교와 오메트르 오 신부, 위앵 신부, 그리고 평신도회장으로 활동하던 황석두 루카와 장주기 요셉 회장, 이 다섯 성인 순교자들은 사형장에서도 당당했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며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무명 순교자들의 피가 바닷가 모래사장을 검붉게 물들였을 그 날을 생각하니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그들의 강한 믿음에 경외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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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는 시간, 청명한 하늘이 순교지터에서 처연하게 보인다. 

다블리 안토니오 주교의 좌우명인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라고 했는데 그 분들이 마침내 예수님을 가지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돌아가는 시간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데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다.


갈매못 순교성지(도시지정문화재 제 183호)
보령시 오천면 오천해안로 610 (041)93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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