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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금의 짠 맛은 ‘아버지의 가출’이다.

논산시 강경읍 강경산 소금문학관

2023.07.17(월) 23:19:37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소금집에서 문우들과 함께
▲ 장마철 소금집, '신기철소금'글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주인공 선명우가 또 다른 '가족'을 이루며 살았다. 

장마다. 집중호우가 연일 이어진다. 단톡 대화창이 계속 뜬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갈 수 있을까요?’ ‘너무 오네요. 멈추질 않아요.' '다음으로 미루진 못하겠죠?’ 거세게 퍼붓는 비를 뚫고 대전의 독서동아리모임인 ‘책바라기’구성원 7명이 논산 강경의 소금문학관에 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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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금)은 한 달 전에 정해놓은 일정이었다. 책모임은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연다. 선정된 책을 읽고 다양한 방법으로 토론과 감상을 나누다 이번엔 책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 전에 읽어야 할 책은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인 <소금>이다. <소금>은 ‘작가의 등단 40주년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이다. 강경산 소금문학관에서 가까운 옥녀봉과 소금집은 작품 속의 배경으로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으로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속 소금기를 다 날려버리고 결국 그 소금밭에 엎어져 죽어가는 아버지. 선명우의 아버지 선기철의 아이러니한 인생은 시우의 아버지 선명우의 가출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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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멈춤 없이 계속 내렸다. 문학관에 도착하니 그 아래 강물이 길 위로 범람할 만큼 올라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하는 분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여러 명이 방문한 것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강경의 짙은 삶의 흔적들’을 소금문학관에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짚어나갔다.

작가는 한 때 절필하던 기간이 있었다. 3년 동안 전혀 글을 쓰지 않았고 연재하던 소설을 돌연 중단 하면서 유명작가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기도 했다. ‘문학이 무엇이고 어느 제단에 바쳐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 위해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작가는 ‘한터산방’에 스스로를 유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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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여전히 내리는데 소금집을 보고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문학관이 생기기 이전에 왔을 때는 그저 밋밋했는데 이번에는 소금집 앞에 ‘선기철소금’이라는 글이 걸렸다. <소금>을 읽고 배경지에 와 보니 마치 그 집에 주인공 선명우와 함께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함열댁과 신애, 지애가 있을 것만 같다.

트럭에 소금을 팔러다녔던 김승민은 사고로 불구가 되어 턱 아래 모든 기능이 마비가 되었지만 살뜰한 선명우의 보살핌을 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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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집 마당에 핀 보랏빛 도라지꽃이 비에 젖어 흔들렸다.

소설에서는 선명우의 첫사랑인 세희누나의 할머니가 도라지무침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닥에서 핀 도라지꽃 옆으로 서 있는 배롱나무 역시 독자가 <소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해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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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나’가 보는 배롱나무의 느낌은 ‘다른 나무들이 헐벗었다고 느껴질 때도 전혀 헐벗었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나무이며 ‘잎과 꽃이 지고 난 후에도 배롱나무는 제 고요한 품격을 조금도 잃지 않는다.'  또한 ‘비어 있으면서도 차 있는 느낌이었고, 서늘하면서 따뜻하다.’ 
우산을 쓰고 산 아래를 바라보니 물이 계속 차오른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소금집을 벗어나 문학관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장마가 그치고 날씨가 좋은 날, 회원들은 다시 와서 비 때문에 더 움직일 수 없었던 아쉬움을 채우고 싶어 했다.


강경산 소금문학관
충남 논산시 강경읍 경경포구길 38
(041)745-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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