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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국내 건고추 생산기반과 자급률 유지를 위한 정책 추진 필요

내포칼럼 - 홍승지충남대학교 교수

2023.07.16(일) 22:55:4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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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채소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배추나 무와 같은 엽근채소류나, 건고추, 마늘, 양파, 그리고 대파 등과 같은 양념채소류를 언급할 것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브로콜리, 양상추, 아스파라거스, 케일 등과 같은 농산물의 소비와 인지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대표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김치와 관련된 농산물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중앙정부에서도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이들 채소류의 수급안정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5년부터 배추, 무, 건고추, 마늘, 양파를 5대 채소로 지정하고, 이들 품목의 생산기반 안정화, 중장기적 수급안정을 위한 계약재배 확대, 생산안정체, 출하약정제, 채소가격안정제 등 다양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오고 있다. 또한,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라는 농식품부장관의 자문기구 운영을 통해 이들 채소류의 수급관련 주요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농산물의 수급조절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한 상황이며, 여전히 산지폐기나 가격급등락과 같은 현상이 완전하게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노지에서 생산해야 하는 특성상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여건의 변화라던가, 농산물 수입과 같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을 고려하면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채소류 수급안정 관련 정책이 국내 생산기반과 식량자급률 유지, 가격안정 등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고 생각한다. 건고추를 제외하면 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5대 품목의 자급률은 모두 90%를 상회하였지만, 2022년에는 무(100%)와 양파(95.3%)를 제외한 배추와 마늘은 각각 81.9%, 85.8%로 하락하였으며, 특히 건고추는 거의 절반 수준인 53.0%로 하락하였다. 품목별 자급률 변화의 차이는 부피나 질량대비 가격 수준, 수입산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력 차이, 주요 생산요소의 가격 변화, 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 요인만으로 건고추의 급격한 자급률 하락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건고추 자급률 하락의 원인은 인건비 상승과 건고추 생산자의 고령화이다. 사실 인건비 상승과 농촌인력의 고령화는 특정 농산물에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건고추는 파종이나 수확 등 주요 농작업에 있어서 타 작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계화가 더딘 작목이다. 그러다보니 건고추의 10a당 노동 투입 시간은 2021년 기준 144.8시간으로 콩(17.5시간), 참깨(50.9시간), 양파(90.3시간) 등 타 작목보다 많다. 노동 투입 시간이 많다보니 10a당 생산비도 콩(68만 4452원), 양파(294만 1418원) 등에 비해 높은 388만 8878원이다.

농촌인력 고령화와 맞물려 건고추의 과도한 노동 투입 시간은 해당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해당 상품의 생산량 내지 공급량이 증가하는 것이 경제이론에서 말하는 공급의 법칙이다. 그러나 건고추는 이러한 법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 아래 그림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의 우리나라 건고추 재배면적과 도매가격(화건 상품기준)이 연도별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눈에 확인할 수 있듯이 가격과 재배면적 사이에 역 또는 음의 관계가 존재한다. 건고추 가격은 2000년 4,640원에서 2022년 12,950원으로 3배 가까이 상승하였지만, 재배면적은 오히려 같은 기간에 74,470ha에서 29,770ha로 60% 감소하였고, 생산량도 193,790톤에서 62,920톤으로 70% 감소하였다. 충청남도 건고추 주산지인 청양군과 태안군의 재배면적도 각각 2000년에 904ha, 1,338ha에서 2020년 632ha와 601ha로 크게 감소하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3’에서도 농가 고령화로 인한 재배 기피 및 농촌지역 노동력 부족 등으로 향후에도 이러한 건고추 재배면적 감소 추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성 문제’, ‘품질이나 맛’ 등의 이유로 중국산 건고추보다는 국내산 건고추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산 건고추 가격은 중국산보다 두 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문제 해결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적절한 대책 없이는 국내 건고추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묘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앞에서 언급한 건고추 수급안정 정책들과 건고추 기계화 노력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정책들이 없었다면 현재 건고추 생산여건은 더 나빠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고추 생산농가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건고추 가격이 상승함에도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현상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건고추 주산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확 이후 고추 건조작업 노력 절감을 위한 홍고추 수매사업의 확대, 일시수확형 건고추 품종 육성, 기계화의 지속적 노력, 파종 및 수확 시기의 노동력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고려함으로써 국내 건고추의 적정 생산기반이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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