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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5년간의 피, 땀, 눈물 쏟아낸 뒷이야기; 공주시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 공유회

마을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을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해야 한다. 성공한 사례를 답습하지 않을 소신이 필요하다.

2023.06.23(금) 14:50:33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시 정안면행정복지센터(공주시 정안면 정안중앙길 157, (041)840-2790

▲ 공주시 정안면행정복지센터(공주시 정안면 정안중앙길 157 /041-840-2790


공주시 행정구역은 1읍, 9면, 6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공주시의 북부에 있는 정안면(正安面)은 시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면으로 32개 행정리(22개 법정리)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하천 유역에서는 양질의 쌀을 생산하며, 임야지가 많아 밭작물과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정안밤을 생산하는 고장입니다. 지난 6월 20일(화), 뜻깊은 행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공주시 정안면에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공주시 정안우체국(공주시 정안면 광정장터길 7)가 보이는 골목길

▲ 공주시 정안우체국(공주시 정안면 광정장터길 7/ 041-858-6001)가 보이는 골목길
 

정안면

▲ 정안면 종합안내도


공주정안우체국이 위치한 골목에 들어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안면 종합안내도가 보였습니다. 종합안내도에 의하면 정안면은 고려 때부터 삼남대로의 한 줄기가 정안골을 지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개경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길목으로 광정역이 생기고, 쌍령고개에는 행인의 편리를 도와주는 궁원(弓院)도 있었다고 합니다.

큰 장이 열리던 정안면 광정리는 인구가 많고 재화가 풍성해 재주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으며, 특히 타지방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주민 간에 대동단결할 필요가 대두되어 정월 대보름날에는 온 주민이 모여 큰 새끼를 꼬아 줄을 이어 '강다리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 고장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조선 말기 개화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옥균(1851~1894)이 있으며, 무성산(홍길동성)과 석송 3.1 독립만세 기념비 등은 이 지역 사람들의 기개를 엿보게 합니다.
 

정안골복합문화센터

▲ 정안뜰복합문화센터(공주시 정안면 광정장터길 11 /041-881-5006)
 

정안면 평생학습센터

▲ 정안뜰 복합문화센터 내에는 정안면 평생학습센터가 자리해 있다.


정안면 종합안내도를 훑어보고 나서 정안면 주민자치센터를 돌아 위쪽으로 오르니, 오늘의 목적지인 '정안뜰 복합문화센터'가 나타납니다. 2015년부터 2020년에 걸쳐 농촌중심활성화 사업으로 조성된 이곳은 정안면 지역공동체의 거점공간입니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문화, 복지, 교육 등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중심의 광장인 이곳에는 정안면평생학습센터도 들어서 있습니다.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공유회

▲ 2023년,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 공유회


오전 10시 30분, 정안뜰 복합문화센터 1층에는 공주시 평생교육과의 안경림 과장과 김강산 팀장, 이지영·이명진 주무관과 정안면 마을활동가 10여 명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정안마을이야기 vol.5

▲ 정안마을이야기 vol.5
 

정안 마을 이야기

▲ 정안마을 이야기vol.1~vol.4


이날은 충청남도평생교육진흥원 공모사업비와 공주시 읍면동 평생학습센터 지원 사업비로 제작한 자료집 「정안마을 이야기 Vol.5」가 발간되어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2019년부터 정안면 마을활동가들은 32개의 정안면 마을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 인터뷰를 다니고, 원고 작성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해 4권의 마을지를 만들어 냈고, 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는 다섯 번째 '정안마을 이야기'가 제작되었습니다. 내년에는 통합본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주시

▲ 공주시안경림 평생교육과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공주시 평생교육과의 안경림 과장은 정안마을 이야기 5권 발간을 맞아 축하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잠자고 있던 흑백사진을 곁들여 32개 마을을 5차에 걸쳐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기록서는 전국적으로도 드문 일이라 평하며, 내년에 통합본이 완성되면 공주학 아카이브에도 축적을 해 놓으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안경림 과장은 지역민이 직접 찍은 사진과 마을 터줏대감들의 생생한 증언들로 구성돼 있어 일반적인 시지(市誌)나 면지(面誌)와 달리 정감가는 마을지가 완성됐다며 큰 칭찬과 격려도 남기셨습니다.
 

안경림 평생교육과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공주시 정안면 이장단협의회의 '김영진' 회장


정안면 이장단협의회의 김영진 회장에 의하면 「정안마을 이야기」는 후손들에게 정안면의 역사와 문화, 각 지역의 지명 유래, 민속놀이, 인물들을 기록으로 남겨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이야기가 다섯 권의 자료집으로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뜨거운 열정과 애향심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어르신들과 마을 주민들, 32개 리 이장님, 공주시 평생교육과 직원분들, 마을활동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정안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주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도 부탁하셨습니다.
 

정안면 마을지의 편집을 맡은 이세정 마을활동가와 마을지의 시원인 신향섭 마을활동가

▲ 정안면 마을지의 편집을 맡은 '이세정' 마을활동가(왼쪽)와 마을지의 시원인 '신향섭' 마을활동가(오른쪽)


5권의 마을지를 만들며 매년 사업 대상 마을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회자의 말을 빌리면, 참여하는 마을활동가들이 매년 바뀌면 매년 사업의 첫삽을 다시 떠야하는 어려움이 생기는데, 마지막 권을 만들 때는 계획(초안)에서 원고 작성, 원고 수정, 사진 선정, 디자인 결정의 과정이 단 3차례의 만남만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사회자는 5년간 이 사업에 매진한 세 분의 공주시 평생교육과 직원들과 편집을 담당한 이세정 마을활동가와 원고 초안 작성에서 원고 수정의 과업을 묵묵히 실행한 신향섭 마을활동가가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정안면 문천리

▲ 정안면 문천리의 성명자 마을활동가가 직접 사진 찍은 마을의 느티나무 보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성과 공유회 참석자들은 약 10분 정도 발간된 「정안마을 이야기 Vol.5」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정안면 문천리에 아주 멋진 고목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있던 터라 옆자리에 계신 문천리 마을활동가들께 그 나무에 관해 여쭈니, 문천리의 성명자 마을활동가께서 자료집 36페이지의 사진을 가리키며 "내가 찍은 이 나무가 그 나무예요."라며 겸연쩍게 웃으셨어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문천리의 장일훈 이장님은 300년 수령의 문천리 나무가 벼락을 맞아 나뭇가지 한쪽이 잘려 나갔다는 정보를 주셨습니다.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인데, 나무 한 그루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가 오고 갔습니다.

정안면 문천리 마을활동가들이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 정안면 문천리 마을활동가들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마을지를 훑어보고 나서 한 분 한 분의 소감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전문가도 없이 책이 나올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5년간 다섯 권의 책이 나와 가슴이 뭉클하다는 소감부터 귀향해서 자손들에게 소중한 자산을 물려줄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는 분, 편집된 책을 보니 기운이 솟는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깨끗한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전화를 새로 장만하신 어르신이 계셨다고도 하며, 아픈 몸을 이끌고 산에 올라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맘에 안 들어 수십 번을 올라 재촬영을 하신 분도 있다는 가슴 뭉클한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문천리의 홍정숙 마을활동가는 "아들을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을 때 생각이 나더라."라는 소감과 함께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마을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고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다섯 번째 마을지를 끝내고 나서 다음 행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 참석자들은 다섯 번째 마을지를 끝내고 나서 다음 행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정안면 내문리의 이경수 마을활동가

▲ 정안면 내문리의 이경수 마을활동가가 마을지를 끝낸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희망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안마을 이야기 마지막 자료집을 읽고 난 참석자들의 소감을 듣고 난 뒤, 5권의 자료집을 발간한 이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정안면 내문리의 이경수 마을활동가는 5권의 자료집은 과거의 흔적을 기록한 것이 많은데, 나아갈 방향 또는 목표를 기록해 놓고, 나중에 마을지가 다시 만들어졌을 때 목표한 것(마을 사업, 인구 증가 등)이 이뤄졌는지 이루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논의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공주시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 공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공주시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 공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 공유회를 마치고 기념촬영 후 시간이 되시는 분들끼리 모여 식사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정안마을 이야기 Vol.5」에 유독 오래된 흑백 사진이 많았는데, 마을활동가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흑백사진을 수집하고, 집 안에 있는 앨범을 뒤져 자료집에 실릴 만한 사진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마을활동가로 사업에 참여했던 산성리의 정목영 이장님은 올해로 93세이신 아버님을 모신다며 70년도 더 된 부모님의 혼례식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흑백사진이 실린 「정안마을 이야기 Vol.5」의 표지는 다섯 번째로 발간된 정안면 마을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마을활동가들의 노력과 관심이 응집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공주시 의당면의 평생학습센터도 담당하고 있는 이명진 주무관의 공무원으로서의 소신도 잠깐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안면에서 5년간 진행된 마을지 제작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지었기에 다른 마을에서도 같은 사업을 진행하게 될지 여쭈니, 이명진 주무관은 앞으로도 마을마다의 모습을 기록하고 전하게 되겠지만, 같은 형식을 빌려 전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비쳤습니다. 5년간 힘들게 업무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다른 마을에 쉽게 적용해 수월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도 있을 텐데, 쉽고 가까운 길을 놔두고 한사코 힘든 길에 들어서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예상외의 답변이라 일순 고개가 갸웃했지만, 그간의 노력과 열정을 봤을 때 당연한 결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무원이 있으니, 다음은 어떤 마을에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될지, 잘 만든 드라마의 다음 회차를 기다릴 때처럼 언젠가의 그날이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정안면

▲ 정안면 광정침례교회
 

5년간의피땀눈물쏟아낸뒷이야기공주시정안면마을활동가성과공유회 1


귀가하기 위해 다시 '정안뜰 복합문화센터'로 돌아오다 센터 건물 옆에 있는 교회의 자두나무에 눈길이 갔습니다. 정안면 마을활동가 성과공유회가 시작되기 전 마을을 잠시 돌아보다 건물 밖에 놓인 의자에 칠을 하던 교회 관계자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자두를 먹어본 건 둘째 치고 직접 본 게 워낙 오래돼서 사진에 담으려 카메라를 들었는데 교회 관계자께서 그 모습을 보셨는지 멀리서 "자두 맛있어요. 얼마든지 따서 드셔 보세요."라고 권해 주셨습니다. 
 

새콤달콤 맛있는 자두를 대충 닦아 야무지게 베어 물며, 매년 자두가 열릴 때면 기억 속 어딘가에서 숨바꼭질하고 있던 부지런하고 인심 좋은 사람들이 사는 공주시 정안면에서의 한때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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