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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그리운 아버님

지구촌 함께해요 다문화가족 충남정착기

2023.05.17(수) 08:13:0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그리운아버님 1

한국인 남편을 만나 1년 정도의 연애 끝에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한국으로 온 1999년에는 외국인 결혼이주 여성이 많지 않았고 다문화 가정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당연히 다문화센터도 없어 지금은 센터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한국어 수업, 취업 교육 등도 개인 돈을 들이야 배울 수 있었다.

때문에 남편 월급의 1/3을 한국어 수업에 써야 했는데 너무 부담스럽고 시댁에 눈치도 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국어가 쉽지 않아 한두 달 배우고 나서도 제대로 생활에서 활용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고 저를 도와주지 않은 남편도 원망스러웠다. 

중국어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없다. 하지만 한국어는 문법이 복잡하고 높임말, 평 말, 낮춤말이 다 달라 말을 한번 잘못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남편이랑 영어로 연애했고 소통이 별문제가 없었지만 결혼하고 나서 시부모님과는 한국어로 소통해야 하니까 아주 힘들었다. 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남편으로서는 내 노력이 부족해 보였는지 다툼이 잦아졌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말도 안 통하고 믿었던 남편마저 도움이 안 되자 결혼에 대해 많이 후회했다. 그때 나에게 용기를 주신 분이 바로 우리 시아버님이다. 저희 시아버님은 평범한 목수셨다. 암으로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나는 지금도 우리 아버님을 그리워하고 있다.

우리 아버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학교에 많이 못 다녔다.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 여러 가지 일을 해 보고 나중에 목공 기술을 배워 목수로 한 식구를 먹여 살렸다. 내가 아버님, 어머님을 처음 만났을 때 아버님은 저에게 자신이 아들만 3명 있고 딸이 없어서 한이 되지만 이제부터 저를 딸로 생각하고 받아주시겠다 말하셨고 진짜로 이 약속을 지키셨다. 내가 한국말을 실수하고 남편이나 어머님께 혼냈을 때 아버님은 항상 “괜찮다. 잘하고 있다. 천천히 배워도 된다”고 위로를 해 주셨다. 또 요리를 못해 음식을 망쳤을 때도 아버님은 “괜찮다. 맛있다. 우리 며느리 최고다”고 칭찬해주다. 

남편 출장 때문에 중국에 갔을 때 아버님, 어머님께 편지를 썼다. 손님이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아버님은 그들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자랑하셨다. 며느리가 똑똑하고 한국말도 이제 잘한다고 말씀하셨다. 제가 아버님께 맛있는 것 사드린다고 말하면 아버님이 항상 “네가 좋아하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선물을 사드린다고 말씀드리면 아버님은 항상 “신경 쓰지 말고 너희 잘살았으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님은 그냥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아버님은 세상의 모두 부모님처럼 자기 자식을 사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며느리인 나까지 사랑해 주시고 항상 내 편을 들어주셨다. 

아버님이 세상에 떠나신 지 10년이 지났지만 내가 힘들었을 때 아버님이 “우리 며느리 잘한다. 따봉!”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모습을 회상하면 힘이 다시 나는 것 같다. 아버님, 잘 지켜보세요. 저희는 여기서 열심히 행복하게 잘살아 보겠습니다. 
/이아남(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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