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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직하면서 깊고 우아한, 아름답고 부드러운 백제의 서정에 흠뻑 빠지다.

부여 부소산성에서 궁남지까지 초봄의 나들이

2023.03.06(월) 10:44:27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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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일행들 일곱 명이 3월을 앞두고 부여에서 만났다. 서울·경기·대전·광주 등, 코로나19로 그동안 만날 수 없어 안부만 전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각자 하는 일과 사는 곳 나이 등, 모두 다르지만 인문학적인 관심이 공통으로 작용되어 10여년 넘게 지속된 모임이다. 부여 나들이로 1박을 하면서 회포를 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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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첫걸음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이 충분하지 않았을 시간에 움직이느라 속이 허할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막국수집으로 갔다. 이곳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는 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말은 들었지만 처음 찾아갔다. 겉에서 볼 때는 후줄근하다. 눈에 특별히 띄는 게 없고 입구에서조차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보통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1140분에 왔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식당은 의자 없이 앉아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바닥이 뜨끈하게 절절 끓었다. 메뉴는 막국수와 편육으로 단출했다. 국물이 흥건한 막국수 한 젓가락을 입에 넣자 머릿속이 쩡~, 어찌나 시원하던지. 이곳에 사람들이 왜 줄을 서서라도 먹고 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편육을 막국수에 싸서 먹어보라는 안내글이 있었지만, 볼 틈도 없이 막국수가 담긴 그릇은 벌써 비웠다. 그 맛에 홀려 아쉽게도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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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고 세계유산 도시 부소산나들이


일행은 부소산문을 시작으로 고란사까지 산책하면서 다시 왔던 길을 돌아오기로 했다. 뱃속도 든든하고 천천히 매표소로 가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부소산나들이의 배경이미지가 마치 우리모임의 나들이를 반기는 펼침막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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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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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발굴조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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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동안 유난히 소나무가 많이 보였다. 아직 이파리가 나오지 않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푸른 소나무만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겠다. 부여 읍내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부소산성은 백마강에 닿아있는 크지 않은 산이다. 걷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아 산책길로는 적당한 것 같다. 65세 이상 무료입장이어서 그런지 나이를 짐작케 하는 시니어 분들이 삼삼오오 서로 의지가 되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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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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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정에서 내려다 본 낙화암


육각지붕으로 세워진 백화정을 볼 때마다 나는 갈래머리였던 시절, 공주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와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사진은 사라지고 없지만 올 때마다 감회가 깊다. 백화정에서 내려다보니 유람선이 유유히 강물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백화정과 고란사의 경계에서는 자연스레 꿈꾸는 백마강노래가 쓸쓸히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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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돛단배가 강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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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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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선착장

 

고란약수를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는 약수를 마시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 걸었다. 3년이나 젊어진 생각만으로 다리엔 더 힘이 붙는 느낌이다. 부소산성을 가는 어느 지점에서는 발굴조사 현장을 지나가기도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걷는데 몸이 가뿐하다. 산이면서 산도 아닌 들이면서 들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나직하고 높지 않은 산, 그래서 편안히 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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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림사지오층석탑


다음은 정림사지의 정림사지오층석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백제왕실의 상징적인 사찰이었던 정림사. 그 절터에 남은 정림사지오층석탑의 평은 실로 대단하다. 백제시대 예술의 정수, 세련되고 창의적인 백제인의 미적 감각, 조형미를 자랑하는 우아함과 장중함 등, 정림사지오층석탑의 쏟아지는 찬사는 학창시절의 교과서에서 익히 배우고 시험문제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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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


정림사지오층석탑이 있는 데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세련되고 우아한 오층석탑과 달리 왠지 좀 못 생겼다는 느낌이지만 왠지 푸근하다. 선한 눈매에 둥글한 코, 웃음을 머금고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은 괜찮다고 하면서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고단함에 위로로 다가온다. 언짢은 마음을 내보이면 모두 다 품어줄 것 같다. 바라보고 있으면 안기고 싶은 넉넉하고 그저 편안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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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금동대향로에 머문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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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금동대향로


오후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살포시 기울고 날이 흐렸다. 저녁을 먹고 숙소를 가기 전에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다른 건 몰라도 백제금동대향로만큼은 보기로 했다. 부여에 와서 이곳을 지나친 다면 알맹이 빠진 여행이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박물관의 대표유물로 높이 61.8cm, 무게 11.85kg의 국보이다. 어둔 배경에 금동의 향로는 더 빛나고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었다. 관람하는 사람들이 사전에 공부하고 왔는지 향로 꼭대기에 있는 봉황이 여의주를 품었다거나, 신선들의 이상세계를 표현했다는 지점을 찾으며 감탄을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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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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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코스는 궁남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다. 한여름 연꽃과 연잎의 초록이 풍성했던 곳에는 물오리들이 한가롭게 움직였다. 머리카락처럼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가지들은 바람 따라 살랑거렸다. 포룡정과 그곳에 이어진 나무다리는 오는 430일까지 보수공사로 인해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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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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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등이 켜지는 궁남지의 포룡정


해가 뉘엿해지고 포룡정 주변에 조명이 비치자 반영의 풍경이 신비로움을 더했다. 어둠이 깔리고 우리는 처음에 걸었던 부소산성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슬슬 배가 고팠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부여여행, 초봄의 나들이치고는 촘촘한 일정이었다. 배를 채우고 얼른 숙소로 돌아가 회포를 푸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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