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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다시 영탑리에서

서산 대산읍 영탑리의 봄

2023.02.16(목) 23:50:21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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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영탑리 마을을 걸어봅니다. 작년 이맘때는 엄마의 평안을 기도하며 걸었는데 지금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걷는 길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걷는 길, 만나는 풍경의 장면마다 어떤 말들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귀를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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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캐러 갈란다. 아니 냉이가 먼저 나왔겠구나. 엄마는 언제나 쑥을 캐러 간다고 했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한겨울에 쑥이 나올 리 없습니다. 엄마, 아직 봄이 멀었어요. 한참 더 있어야 해요. 그렇구나. 내 말에 쉽게 수긍을 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기억은 30. 다시 반복되는 말, 또 쑥을 캐러 간다고 하는군요. 집에만 있기엔 갑갑하다고 오늘은 누가 뭐래도 쑥을 캐러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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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요. 내일 저랑 같이 가요. 내일, 그럼 오늘은 뭐하지? 엄마는 손이 쉬고 있으면 불편해 했습니다. 당신 손을 움직여 뚝딱 만들어내는 먹을거리는 항상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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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들판에 나가 내가 조금 움직이면 쑥이 한 가득, 냉이가 한 가득인데 철을 놓치면 그 여린 쑥과 냉이는 금방 쇠어버린다고 조바심을 내었습니다. 신문지 한 장, 어느 때는 보자기 하나 논둑에 깔고 걸터앉아 햇살을 등에 이고 부지런히 쑥을 뜯던 엄마의 굽은 등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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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탑리에 올 때 산꼭대기에서 보이는 공군부대 둥근 레이더망이 이제 내게는 어떤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엄마가 살다 가신 영탑리. 빈 논둑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오리 비슷한 새들이 잔뜩 모였습니다. 조금 가까이 가보니 목이 길고 오렌지색 다리로 몸집이 꽤 큰 쇠기러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서산이 해안지역이고 천수만의 동쪽입니다. 해안지역과 평지 등 사방이 탁 트이고 너른 지형을 좋아하는 겨울철새들의 먹이활동이 왠지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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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 끝으로는 고층의 풍림아파트가 또 다른 영탑리를 보여줍니다지난여름에 왔을 때는 푸른 기운이 사방에 펼쳐졌는데지금 수확을 끝낸 농경지에서도 초봄의 꿈틀거림이 느껴집니다
 

다시영탑리에서 12▲ 지난 여름의 영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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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봄이 오는 영탑리
 

너무 추웠던 지난 겨울, 나무에 걸린 산불조심의 펼침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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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벌들이 살았던 벌집은 속이 텅 비었습니다. 주변의 같은 색감으로 쉽게 눈치 채지 못하게 어쩜 그리도 자연스럽게 잘 만들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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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의 영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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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봄이 오는 영탑리

 

조금 더 걷다가 이번에는 새집의 빈 둥지가 있습니다. 새들은 다시 더 튼튼하고 새로운 집을 지을 것입니다. 한동안 저 안에서 살던 생명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떼 지어 훨훨 나는 쇠기러기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들 중에 한 마리가 앞장서서 다른 새들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 새들 중 어느 한 마리에 엄마의 영혼이 깃들어 잠시 나를 보고 가는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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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마다 봄기운이 불쑥 더 진해질 것입니다. 그때는 쑥이 더 자라 있겠지요. 이곳에서만큼은 쑥을 캐며 봄처녀가 되었던 엄마. 그 웃는 모습이 쇠기러기 날아가는 하늘 위로 떠오릅니다. 우수(雨水)가 코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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