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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비는 동신제 이모저모

2023.02.09(목) 12:31:37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정월 보름 때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洞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동제(洞祭)' 또는 '동신제(洞神祭) '라고 하는데요. 마을의 평안과 온 마을 사람들의 건강, 풍농 또는 풍어를 비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동신의 구체적인 명칭을 들어 '산신제', '서낭제', '용신제', 당산제', '당굿' 등으로 부릅니다. 동제의 시기는 음력 정초에 택일하여 정월 초이틀이나 사흘에 하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대보름 첫 시간인 자정에 하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인신을 동신으로 모시거나 지역의 생태적인 조건에 따라 동제의 시기는 마을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작은 보름날이었던 지난 2월 4일(토)부터 지역별로 크고 작은 동제가 열렸는데요, 그중 몇 곳을 돌아보게 되어 소개해 봅니다.


1. 공주시 주미동(舟尾洞) 당산제

공주시 금학동 주미통에 위치한 느티나무 보호수는 250년 수령을 자랑한다.
▲ 공주시 금학동 주미통에 위치한 느티나무 보호수는 250년 수령을 자랑한다.
 
주미통 당산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 주미통 당산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2006년을 기준하여 공주시 관내의 보호수는 총 165그루라고 하며, 이 중에는 느티나무가 134그루로 가장 많다고 해요. 그 외에 팽나무와 버드나무가 각각 11그루, 은행나무 6그루, 향나무 2그루, 회화나무 1그루가 있다는데요. 1그루의 회화나무 보호수는 공주시 금학동의 관할지인 주미동(현 주미통)에 소재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250년 수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 옆에 있던 '주미동 회화나무'는 2018년 고사하여 현재는 베어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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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토), 오전 10시경 베어진 회화나무 옆에 있는 느티나무로 동네 주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주미동은 해마다 작은 보름날 오후 5시경부터 노신제를 지내왔다는데요, 젊은층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오전에 제를 모시게 되었다고 해요. 걸립패(乞粒牌; 고사, 축원을 해주고 돈과 곡식을 얻는 풍물패)를 앞세우고 제물을 옮기던 풍습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간소화되었다고 하네요.
 
보통 제의(祭儀)에는 돼지머리와 팥시루떡을 비롯해 명주실을 감은 북어, 생과일, 곶감 등이 제물로 준비되는데요. 주미동 당산제에는 특이하게 건오징어도 진설되어 있었습니다. 당산제는 독문으로 시작되었고, 연장자 순으로 소지 올리기가 이어졌습니다. 
 
공주시 금학동 주미통 주민들이 마을 당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 공주시 금학동 주미통 주민들이 마을 당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소지 올리기가 끝나자 비나리가 시작되었어요. '비나리'는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인데, 마을 어르신 중 한 분이 꽹과리를 들고 축원 덕담을 하자 통장님과 부녀회장님이 좌우에서 마을 당산나무에 축원을 하셨습니다. 마을 분들 말씀으로는 주미동 당산제는 예부터 당굿도 했다고 하니, 비나리는 그 원형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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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분들은 비나리를 마치자 제물로 올려졌던 술과 쌀은 당산나무 주위에 뿌리고, 명주실로 묶은 북어는 금줄에 걸어 두셨어요. 그러고 나서 당제를 모신 분들은 음복을 하고 당산제에 참석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안부를 서로 묻고 전하고, 마을의 대소사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2. 공주시 신풍면 입동리(笠洞里) 산신제

공주시 신풍면 입동리 산신제는 마을 뒷산에 있는 신선바위(일명 돼지바위)에서 지내고 있다.
▲ 공주시 신풍면 입동리 산신제는 마을 뒷산에 있는 신선바위(일명 돼지바위)에서 지내고 있다.

공주시 신풍면 입동리 산신제를 지내는 신선바위 옆에는 두꺼비 모양을 닮은 두꺼비바위가 있다.
▲ 공주시 신풍면 입동리 산신제를 지내는 신선바위 옆에는 두꺼비 모양을 닮은 두꺼비바위가 있다.
 
전형적인 산촌 마을인 공주시 신풍면 입동리는 갓모봉 밑에 위치한다 해서 '갓골'이라 불리다 후에 '입동 마을'로 개칭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5일(일), 오전 10시 30분에 입동리 신선바위 일대에서 산신제를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입동리를 찾았습니다.
 
입동리에서는 본래 입동리에 소재한 구절사와 함께 구절산에서 3월에 산신제를 올려오다가 10여 년 전부터 마을 동제와 구절사의 산신제를 각기 따로 지내게 되었다고 해요. 참고로 2023년 구절사의 산신제는 3월 12일(일)로 예정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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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리 산신제는 돼지 형상을 띠고 있어 '돼지바위'라고 불리는 신선바위 앞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산신바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두꺼비 모양을 한 더 큰 바위가 있으나, 바위 앞에 고랑이 있어 최종 낙점된 곳이 10여 년간 산신제를 지내는 지금의 바위 앞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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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신풍면 입동리 산신제 제물에는 당근이 올라와 있어 눈길이 가던데요, 올해가 토끼해여서 진설됐나 했더니 몸에 좋은 채소라 올렸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주미동 당산제와 마찬가지로 독문 후에 마을 사람들 개개인이 소지를 올리고 음복을 하는 순서로 산신제는 진행되었습니다. 고사를 끝낸 마을 분들은 돼지머리의 귀부터 잘라 음복을 하시고, 남은 제물은 마을회관으로 가져가서 윷놀이를 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드신다고 하시더라고요.
 

3. 신풍면 쌍대리(雙大里) 토동장승제
 
왕대교(旺大橋)
▲ 왕대교(旺大橋)

공주시 신풍면 쌍대리는 장상(將相)이 나올 대지(大地)가 있다 하여 왕대(旺大)울 또는 왕대동(旺大洞)이라 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지명은 행정구역 개편 전의 이름인 왕대동과 복대동(卜大洞)에서 따왔다고 해요.
쌍대리에서는 2월 5일(일) 오전에 '토동장승제'를 지냈는데요, 입동리 산신제와 거의 동시간대에 지낸 데다 두 마을의 거리가 꽤 있어 쌍대리 토동장승제는 제의가 끝난 후 제장(祭場)을 잠시 둘러보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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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흥쌍대길을 달리다 왕대교를 발견하고 건너자마자 토끼울길 초입에 왼새끼를 두른 장승이 서 있었습니다. 금줄에 소지가 끼워진 걸로 봐서 오전에 장승제를 모셨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안전 거울 속을 자세히 살피면, 마을 저온저장고 앞에 세워진 장승 주변 도로에 황토가 뿌려진 걸 볼 수 있다.
▲ 안전 거울 속을 자세히 살피면, 마을 저온저장고 앞에 세워진 장승 주변 도로에 황토가 뿌려진 걸 볼 수 있다.

공주시 신풍면 쌍대리의 장승 주변에는 황토가 군데군데 뿌려져 있었는데요, 이 부락의 장승제를 '토동장승제'라고 부르는 걸 봐서는 이곳만의 특징 중 하나인 듯합니다. 신풍면 쌍대리의 토동장승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 보니 궁금증만 늘었는데요. 기회가 닿으면 쌍대리 장승제는 꼭 한 번 직접 보러 와봐야겠어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서 마을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동제를 지내는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미신'이다 해서 백안시하거나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점점 퇴색돼 가고 있지만, 동제는 한 해를 잘 나기 위해 마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화합을 다지는 순기능의 장이 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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