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때가 어떻게 되는 데 11월이 맞나?"
“비가 오려는지 후텁지근하네. 덥다, 더워.”
▲ 주차장을 가득 메운 자동차
▲ 단풍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툭툭 떨어진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겉옷을 벗는다. 주말 한낮, 지금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어쩌면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된 듯 사람들이 많다. 주차장에서부터 짐작했지만 이미 등산하고 내려오는 사람도 오르는 사람들 못지않았다.
▲ 포토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 전시
계룡산을 오르기 전 쉼터 공간에서는 지역 대학생들의 포토에세이 공모전 수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라는 주제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사진들이 국화꽃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 11월1일부터 국립공원 흡연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책 삼아 나오셨는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하며 걷는 40대의 장정 아들은 천천히 어르신 걸음에 보조를 맞추며 걷는다. 걷다가 손짓하며 펼침막에 있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다가 혹시라도 안전사고에 조심하며 주변을 살핀다. 아버지에게 건네는 아들의 다정한 말투가 그 곁을 지나는 내 귀에 훈훈하게 닿았다.
펼침막에는 국립공원에서 흡연할 때 최대 2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되는 내용이 있다. 산불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연공원법에 따라 11월 1일(화)부터 실시된단다. 예전과 달리 인식개선으로 지금 산에서 누가 흡연을 하나 싶지만 과할 정도의 예방이 특별히 필요한 시기이다. 저 아름다운 단풍이 한순간의 실수나 유혹으로 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물이 오른 단풍에 내 눈이 호강에 겨웠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산을 오르다 잘린 나무 단면에 잠시 앉았다. 이름도 모르고 언제 잘렸는지도 모르지만, 누구라도 쉬어가라고 자기 몸을 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나무는 묵묵히 오가는 이들의 의자 역할을 한다.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또 다른 단풍으로 알록달록하다. 미니 출렁다리와 미로를 오가며 퍼지는 웃음소리가 햇빛에 반사되며 귀를 간질인다.
11월, 절기상으로는 입동과 소설이 있는 달이다. 입동은 별 추위 없이 지났지만, 소설추위는 빛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오늘 한낮의 날씨는 긴팔 옷을 걷을 정도로 포근했으나 겨울 준비로 김장을 가장 많이 하는 십일월. 늦가을과 초겨울의 경계에서 단풍이 절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