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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태평과 풍년… 세상에서 가장 큰 ‘기지시 줄다리기’

농경문화에 시장과 어촌문화 결합한 인류무형유산

2022.09.26(월) 15:36:45 | 장군바라기 (이메일주소:hao0219@hanmail.net
               	hao021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에 전시 중인 짚으로 만든 세계 최대 줄다리기 줄.
▲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에 전시 중인 짚으로 만든 세계 최대 줄다리기 줄.
   
사용된 볏짚만 4만 단. 길이 200m에 직경 1m, 무게 40t의 세계에서 가장 큰 줄을 제작해 10여만 명이 참여하는 기지시 줄다리기. 농경사회 문화에서 시작돼 시장 민속과 어촌문화가 결합된 우리나라 대표 민속놀이로 무려 5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과 시연장을 찾아 줄다리기의 모든 것을 알아봤습니다.

당진군 송악읍 기지시 줄다리기 기념 조형물.
▲ 당진군 송악읍 기지시 줄다리기 기념 조형물.

기지시 줄다리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이자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2011년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에 줄다리기 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지상 3층 규모에 상설전시와 기획전시실, 체험관 등을 갖췄고 야외에는 실제 크기의 줄이 전시되고 줄다리기 시연장이 있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전경.
▲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전경.

기지시 줄다리기 경기장 전경.
▲ 기지시 줄다리기 경기장 전경.

전통적 줄다리기는 벼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지역에 농민들이 즐긴 놀이입니다. 국내에 현존하는 기록은 15세기 조선시대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중부 이남 지역에서 성행한 놀이”라는 내용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이후 여러 문헌에 정월대보름 놀이 또는 행사로 기록되고 있는데 줄을 당겨 윗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아랫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제공
▲ 기지시 줄다리기.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제공>

이 같은 기원은 수도작 벼농사를 짓던 지역에서도 신화와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에 착안해 아시아권 독특한 공동체 문화와 농경문화의 무형유산 가치를 정리해 우리나라와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등 4개국이 줄다리기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공동 등재했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와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된 베트남 줄다리기 모형.
▲ 기지시 줄다리기와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된 베트남 줄다리기 모형.

기지시 줄다리기와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된 필리핀 줄다리기 모형.
▲ 기지시 줄다리기와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된 필리핀 줄다리기 모형.

기지시 줄다리기 유래는 5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시대 한진포구 앞바다가 넘쳐 육지가 바다로 매몰되고 전염병 등 재앙과 재난이 겹치자 동요된 민심을 치유하기 위해 지신에 제사를 지내고 줄을 다려 재난을 물리치고 태평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는 기지시 줄다리기의 소품.
   
이때 베를 짜는 시늉을 하면서 노는 놀이에서 줄다리기가 발생했는데 지네 형국의 지기에서 오는 액을 퇴치하기 위해 지네 모양 줄을 만들어 물 윗마을(수상)와 물 아랫마을(수하)로 편을 나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기지시라는 지명조차 이 지역의 형세가 베를 짜는 틀과 옷감을 헹구는 연못과 같다고 해 생긴 것입니다.

기지시
▲ 방문객의 소원을 비는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달집.
   
당시 면천군은 재액을 막기 위한 기지시에 내륙시장을 세우고 지네 형국에서 오는 액을 막고자 지네 모양의 줄을 만들어 줄을 당겼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기지시 줄다리기가 풍년을 위한 농경 민속 기능도 있지만, 상인들이 시장 번영을 위해 펼친 상인 민속이라는 얘기입니다. 산중에 시장을 열고 사람을 모아 결집한 힘과 발길로 솟구치는 지네 형국의 지세를 누르는 재액 구축형 줄다리기라고 할 수 있다.

기지시 줄다리기
▲ 기지시 줄다리기 재현 모형.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의 기지시장터 재현.
▲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의 기지시장터 재현.

줄다리기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에 지역 공동 행사였습니다. 줄은 두께 1m, 둘레 3m, 길이 100m 이상 2개를 만듭니다. 줄다리기 한 달 전부터 꼬기 시작해 이를 줄다리기 장으로 옮긴 뒤 마을별로 경기를 치릅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 기지시 줄다리기 체험시설. 
 
우선 첫 순서는 짚 모으기입니다.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념관 설명에 따르면 옛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가호호 모았지만 지금은 줄다리기보존회가 근처 농가에서 구입해 사용합니다. 모아진 짚은 30가닥으로 길이 25m씩 작은 줄을 만든 뒤 이를 4개씩을 이어 100m 길이 잔줄 210개를 만듭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짚 모으기. 4만 개의 짚 단이 필요하다.
▲ 기지시 줄다리기 짚 모으기. 4만 개의 짚 단이 필요하다.

잔줄꼬기 100m 길이 210가닥을 만든다.
▲ 잔줄꼬기 100m 길이 210가닥을 만든다.

잔 줄은 나무로 만들어진 고정된 줄 틀의 굴레통에서 각각 100m 길이의 잔줄 70가닥씩 3가닥을 돌려 직경 1m가 넘는 큰 줄을 만듭니다. 이런 두 줄이 수상 수하의 원줄이 되고 여기에 젖줄 40~60m 세 가닥을 원줄 세 곳에 접어 달아 6개를 만듭니다. 그리고 젖줄에 또다시 10여m의 줄을 5개씩 30줄을 달아 완성합니다.

중줄과 줄틀을 설치한다.
▲ 중 줄과 큰 줄을 만들기 위해 땅에 삼각 고정 틀을 설치한다.

큰 줄을 만들기 위한 중 줄을 3가닥을 만든다.
▲ 큰 줄을 만들기 위한 중 줄을 3가닥을 만든다.

지름 1m의 큰 줄을 꼰다.
▲ 중줄 3가닥으로 지름 1m의 큰 줄을 만든다.

줄을 꼬는 작업을 마무리하면 수상과 수하의 대표가 제비뽑기로 자기편의 줄을 선택하고 농악대와 함께 수백 명이 밀고 끌어 줄다리기 장으로 옮깁니다. 줄 머리는 큰 줄을 만드는 방식과 같이 만드는데 숫 줄은 접고, 암 줄은 둥글게 원을 만들어 빗장으로 연결하면 지네 모양이 형성됩니다.

줄머리를 만든다.
▲ 암수 줄 머리를 만들고 곁줄을 꼬는 과정.

줄다리기 참여자가 잡을 곁줄 및 젖줄을 달는
▲ 줄다리기 참여자가 잡을 젖줄을 다는 과정.

줄 쌓기와 줄 머리를 세우는 과정.
▲ 줄 쌓기와 줄 머리를 세우는 과정.

줄다리기는 양편의 사람들이 약 5분간 당겨 2~3m 정도 끌려가면 승패가 판가름되는데 줄다리기에서 이긴 마을에는 상품과 농기가 주어집니다.

기지시 줄다리기에 승리한 마을에 주어지는 농기.
▲ 기지시 줄다리기에 승리한 마을에 주어지는 농기.

그런데 전통적으로 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은 농경사회 가장 오래된 물건 가운데 하나로 유연한데다 강한 장력이 특징입니다. 그 역사도 유구해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새끼줄은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제작 연대가 기원전 1만 7000년으로 추정됩니다.

새끼꼬기
▲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새끼꼬기 체험.

새끼줄은 농사에 주로 사용됐지만, 부정함을 막는 금줄에도 반드시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금줄에 사용된 지푸라기는 거칠고 날카롭게 빠져나오도록 꼬는데 이는 귀신이 들어오다 걸리도록 하는 발톱을 의미합니다. 금줄에 매다는 물건도 악귀를 쫓아내는 벽사를 의미합니다.

기지시
▲ 기지시 박물관에서 금줄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화해설사.

새끼줄은 기계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기 전까지 손으로 엮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나일론 등 합성섬유가 발달했지만, 아직도 다양한 상황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야외 조형물
▲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야외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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