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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계절이 바뀌는 그리운 ‘영탑리’를 걸어봅니다.

서산 대산 영탑리에서

2022.09.06(화) 16:46:21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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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서산 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대흥터널을 지납니다. 하늘은 어찌 그리도 파랗던지 가도 가도 하염없이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논에는 내 팔 길이만큼 자란 벼들의 푸른 기운이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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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들이 한창 여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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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10년 넘게 계셨던 곳, 서산 대산 영탑리. 일주일이 멀다하고 다니기도 했고 일이 바쁘면 보름 만에 찾아가 못 다한 재롱을 부리던 곳. 대산 영탑리가 가까워지고 저 산꼭대기 공군기지가 눈에 선명해지니 가슴이 뜁니다. 엄마는 안 계시는데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엄마~!’ 여전히 엄마를 불러봅니다. 문이 열리면 바로 두부가 먼저 왈왈 아는 체를 하는 중에 내 이름을 부르며 활짝 웃었던 엄마가 계시지 않습니다.
 

영탑리

▲ 영탑리


빈 방에 덩그마니 남아 있는 엄마 침대에 엎드려 봅니다. 엄마 냄새가 느껴지는 빈 침대, 벽에는 새해 걸었던 달력이 8월이 되었습니다. ‘엄마,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이 달력을 넘길 때마다 즐겁고 기쁜 일 자주 만나세요.’ ‘그래~ 고맙다. 너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 엄마와 나누던 덕담들이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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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탑리

▲ 영탑리


 엄마가 지난 3월부터 한 달을 넘게 누워 계시는 동안 잠시 짬을 내어 걸었던 동네, 영탑리. 봄바람에 여린 쑥이 해를 받고 있던 들판을 걸어갈 땐 추워서 겉옷 하나를 더 걸치기도 했습니다. 걷는 동안 통증으로 시달리는 엄마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흐르다 멈추고 다시 흘렀습니다.
 

영탑리

▲ 영탑리

 

영탑리

▲ 영탑리


노란 듯 흰 나비 한 마리가 언제부터 나를 따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푸른 하늘 저 먼 곳 그 어디쯤에서 엄마가 나를 잠깐 만나러 왔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사진에 담으려고 하면 어딘가로 사라지는 나비를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아무도 모르게 엄마를 만난 것 같은 소중한 느낌을 그저 내 마음에 잘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나비가 보였던 곳은 아마도 엄마가 해마다 쑥을 캐던 논둑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영탑리

▲ 영탑리

 

영탑리, 장녹(자리공)열매

▲ 영탑리, 장녹(자리공)열매


걸음 소리를 눈치챈 청개구리가 재빨리 논물로 들어가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게 합니다. 햇빛에 매끄럽게 반짝이는 장녹(자리공)은 어느새 작은 포도송이 같은 검붉은 열매가 조롱조롱 달렸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소꿉장난할 때는 이름도 잘 몰랐던 열매. 손톱에 자줏빛 물을 들이다가 옷에 얼룩이 지기도 했는데 이후에는 엄마가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을 들여 주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어리고 엄마는 참 젊은 시절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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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탑리

▲ 영탑리
 

영탑리

▲ 영탑리
 

영탑리

▲ 영탑리


한때는 정미소였던 오래된 건물 안에는 농사에 필요한 자재나 모종 같은 것들이 모여 있습니다. 한동안 바쁘게 움직인 경운기도 지금은 멈춰서 쉬고 있습니다. 두 개가 옆으로 나란히 있는 집 더 멀리에는 바다인 줄만 알았는데, 지금 보니 바다는 더 가야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논과 밭이 무성한 가운데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영탑리

▲ 영탑리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영탑리의 봄. 이제 늦여름을 지나 가을입니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면서 그리움은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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