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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숨을 건 굳센 신념, 비에 젖는 배롱나무꽃이 처연합니다.

논산 부석면 충곡리 충곡사에서

2022.09.03(토) 23:45:30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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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롱나무꽃

 

충곡사로 가는 길에는 아직 어린 배롱나무들이 가로수로 서 있습니다. 날씨는 흐려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분홍빛 꽃들이 띠를 두른 듯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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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곡사 가는 길 왼쪽으로 배롱나무꽃들이 이어집니다.


배롱나무꽃(백일홍)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꽃들이 피고 집니다. 충곡사(忠谷祠)는 충곡서원을 시작으로 조선 숙종 18년에 세워졌습니다. 처음엔 사육신(死六臣)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었으나 이후에 백제 계백장군과 고장의 후손들로 충절과 효행이 뛰어난 인물 등, 현재는 모두 18인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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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삼문에서 바라본 내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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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삼문 유허비


배롱나무꽃의 꽃말은 부귀, 수다스러움, 웅변, , 행복,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등이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에 제 마음이 기울어집니다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이 지은 백일홍이란 시()를 찾아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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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롱나무꽃

 

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昨夕一花衰)

오늘 아침에 한 송이 피어서 (今朝一花開)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相看一百日)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하리라 (對爾好衡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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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서 바라본 외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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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곡서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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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문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박팽년, 이개, 하위지 등과 집현전 학사로 동참했습니다. 세종의 손자인 단종이 어린 나이에 왕위를 계승하였으나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이 왕위를 빼앗았습니다. 성삼문은 단종 복위의 거사를 며칠 앞두고 김질의 변절로 탄로가 났습니다. 이 일로 극형인 거열형을 받은 성삼문의 시신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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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삼문을 생각하면 배롱나무꽃이 처연합니다.


한 일가가 몰살당하는 비극이 지나가고 서원은 또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되었습니다. 그리고 1935년에 다시 선현의 위패와 초상화를 모셔 두고 제사를 지내는 곳(사우)만 있던 것을 1977년에 복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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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곡사 홍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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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곡사는 보통 외삼문조차 잠겨있는 날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운이 좋았는지 충곡사를 찾아간 날 외삼문 한쪽 문이 열려있었고 배롱나무가 비에 젖기도 했습니다. 홍살문 근처의 느티나무는 이제 막 단풍이 들려고 하는지 푸른 기운 한쪽으로 노릇하고 붉은색이 얼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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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문 안으로 들어가니 좌우 양쪽으로 서재동재가 있고 내삼문 근처엔 송시열이 지은 성삼문의 유허비가 쓸쓸하게 서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곳 충곡사에 와서 배롱나무 화려한 꽃들을 사진에 담아간다고 합니다. 그 사진 속 어딘가는 한 시대에 목숨을 바쳐서까지 충절을 지켰던 충신들의 얼이 스며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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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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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가 모셔진 충곡사현판이 보이는 사우의 문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지만 그 앞에서 잠시 예를 갖춰 묵념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충신불사이군(忠臣不仕二君)’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성삼문은 자신과 일가에게 닥칠 화를 알면서도 충의 뜻을 굴하지 않았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외웠던 성삼문의 마지막 노래 <이 몸이 죽어 가서>를 천천히 읊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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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몸이 죽어가서'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까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흰 눈 세상에 가득 찰 때 홀로 푸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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