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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오래 가는 이유

내포칼럼 -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2.08.17(수) 09:34:5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마음에난상처가더오래가는이유 1


몸처럼 마음에도 흉터 남아

반복되는 자책에 상처 깊어져
딱지 아물고 떨어지는 과정
‘되새김’하며 헤집지 말아야



맨정신이 힘겨운 사람
구역질 나는 과거의 기억들. 오늘 감당해야 하는 폭력과 불안. 꿈도 꾸고 싶지 않은 미래. 삶은 구질구질하다. 구씨(손석구)는 눈 뜨자마자 또 술을 들이붓는다. 너무 힘들고, 너무 지친다. 술 없이는 나를 견딜 수 없다. 

박해영 작가의 2022년 작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에게 술은 약이다. 아침부터 쓰러져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이 약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몸이 아닌 마음의 통증. 그래서 몸이, 그리고 뇌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마실 수밖에 없다. 맨정신으로 사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술이 들어가면 그래도 맨정신으로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덜 힘들다. 그래서 마신다. 그의 주머니에는 늘 술병이 꽂혀있다. 마치 약병처럼.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오래 가는 이유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아물고 떨어지는 과정을 통해 치유된다. 하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몸에 난 상처보다 잘 아물지 않고, 더 오랜 시간 우리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구씨의 몸에 난 수많은 상처는 흉터가 남아 있을지언정 이제는 구씨를 아프게 하지 못한다. 매일 구씨를 괴롭히는 것은 마음에 입은 상처다. 왜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하는 것일까?

몸에 상처가 나면 우리는 그 상처가 잘 아물 때까지 상처를 다시 건드리지 않는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잘 소독하고, 밴드나 거즈로 안전하게 감싸기도 한다. 잘못해서 상처를 건드렸다가는 상처가 덧나게 되고, 상처가 낫는 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와 다르지 않다. 상처를 다시 건드려 덧나게 만들면, 상처를 치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몸에 난 상처와는 달리 마음에 난 상처를 건드리지 않는 일이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의 상처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마음의 상처가 기억 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현재 나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다. 

생각과 감정의 되새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건이나 사람을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되새김(rumination)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생각을 되새김하고, 그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감정도 되새김한다.  

천사들만 만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어쩌면, 천사보다는 악마를 더 많이 만나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상처받게 된다. 

되새김을 통해 자신이 상처받았던 사건과 가해자를 다시 생각하는 것은 똑같은 상처를 다시 한 번 경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뒤끝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 그 때의 일을 단번에 잊을 수는 없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마음의 상처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되새김한다. 그리고 이러한 되새김은 이미 난 상처 위에 다시 한 번 생채기를 내는 결과를 낳게 한다. 

몸의 상처는 아물 때까지 다시 건드리지 않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수도 없이 다시 되새김하면서 상처를 덧낸다. 몸에 난 상처보다는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오래 가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몸의 상처도 다 아물기 전에 다시 건드리면 상처가 덧나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를 되새김하면 할수록 그 상처는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상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작았던 것들도 이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더 커지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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