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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1500년 역사의 금산 인삼

윤성희의 만감(萬感)

2022.08.17(수) 09:17:1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금산 인삼

▲ 금산 인삼



“줄기는 셋이요 잎사귀는 다섯 / 빛을 등지고 음지를 향하는구나 / 나를 구하려거든 / 가수나무 아래서 찾을 일”

고구려 때 지어진 작자 미상의 ‘인삼찬(人蔘讚)’이라는 한시다. 중국의 여러 문헌에 소개되고 우리 옛 문헌들에도 한시의 원류로 거명되는 작품이다. 소박하기는 해도 무엇보다 인삼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때 이미 인삼이 예찬될 만큼 그 가치를 충분히 평가받고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도인 도홍경(456-536)이 저술한 의서 ‘명의별록’에도 벌써 인삼의 약성을 평가한 대목이 보인다. “인삼은 백제의 것을 중하게 여기고 다음으로는 요동(중국)의 것을 쓰는데 요동의 것은 백제의 인삼보다 못하다.”

여러 자료들로 미루어 백제의 인삼이라면 아마도 금산 인삼을 지칭하는 것일 터.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1500년 이전에 인삼이 재배되고 외국과도 교역이 이루어졌음을 보이는 기록이다. 금산 인삼의 브랜드 가치가 어제 오늘 형성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지금이야 인삼의 재배지역이 전국으로 퍼져 있어 어느 특정 지역의 특산물로만 한정하기 어렵게 돼 있다. 재배지역의 확산은 농업기술의 발전을 입증하는 거겠지만 또 다른 좋은 의미에서 인삼의 효능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삼의 효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땅에서 기운을 빨아들이는 잔뿌리 덕분이다. 인삼은 무처럼 미끈한 몸체 혼자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근을 중심으로 몇 가닥의 지근과 그 아래에 수많은 잔뿌리들이 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식물이다. 

특히 잔뿌리는 수분과 영양소들을 탐색하고 끌어올리는 생명 공장의 충실한 근로자들이다. 잔뿌리 하나하나가 제각각의 과업을 수행하고 인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욕구들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고 링에서 내려오는 권투선수처럼 잔뿌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땅심을 완전히 연소시키고서야 성장을 멈춘다. 인삼을 캐낸 자리에 연작이 불가능해지는 이유다. 

재배지역의 확산은 인삼이 효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결과된 불가피한 조처지만, 한 국가도, 국가의 시스템도, 리더십의 행사도 인삼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금산 인삼은 오늘의 민주주의를 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거울이다.
/윤성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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