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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말씀의 성지, 독립기념관 시·어록비

윤성희의 만감萬感

2022.08.08(월) 00:35:2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겨례의탑

▲ 겨례의탑



겨레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독립기념관. 이곳의 상징 이미지는 아무래도 ‘겨레의 탑’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그 자체로 압도감을 느끼게 하는 높이 51미터의 대형 조형물이다. 이 기념탑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서 대부분 관람객의 동선은 ‘겨레의 집’을 거쳐 각종 옥내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몸과 마음을 바쳐 민족혼을 세우고자 했던 애국지사의 희생과 헌신을 눈과 귀에 담을 수 있다.

실내 전시물과 영상들을 추체험하는 것만으로도 독립기념관의 일정은 빠듯하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을 길게 늘려도 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두어 시간의 품을 들여서 공원처럼 단정한 외곽 둘레길을 순례하듯 걷고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내 곳곳이 그야말로 ‘말씀의 성지’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시 순례란 한 걸음 한 걸음 몸을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과 행동의 결합, 믿음과 실천의 일치로 나아가는 과정 아니던가.

둘레길에는 애국선열들의 뜨겁게 끓어오르는 정신이 담긴 시·어록비 103기가 건립되어 있다. 이순신, 김시민 등 조선 시대 국난을 이겨낸 인물들과 김구, 한용운 등 일제 침략기에 불꽃 같은 민족혼을 보여줬던 인물들의 말씀이 거기 새겨져 있는 것이다. 내가 이곳을 말씀의 성지로 호명하는 이유다. 그러니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 앞에 말과 실천을 하나로 모으는 순례의 다리품을 아껴서 무엇할까.

의사를 꿈꾸던 중국의 청년 루쉰이 칼 대신 펜을 바꿔 쥔 이유는 분명했다.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 속에 죽어가는 동포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메스가 아니라 펜이어야 했다. 메스는 몇 사람을 살릴 수 있겠지만 민족 모두를 살려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루쉰은 절박한 심정으로 펜을 들었다. 말의 힘이란, 글의 힘이란 그런 거였다. 우리의 열사, 지사, 시인들도 그랬을 거였다.

누군가는 유언으로, 누군가는 옥중서신으로, 또 누군가는 투쟁을 독려하는 통문으로 글과 말을 남겼다. 시인은 아름다운 시어의 품안에 날카로운 비수를 숨긴 채 무례한 침략자들에게 맞섰다. 

말씀의 곳간을 이루고 있는 이곳 시·어록비들은 그런 점에서, 어떤 것은 자기이행적 예언이고, 어떤 것은 절절한 기도문이며 또 어떤 것은 민족의 가슴에 두고두고 새겨야 할 경전인 것이다. 
/윤성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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