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1)
2022.07.06(수) 20:53:20 | 도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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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n127@korea.kr)
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261 ‘소중애 문학관’에는 내 동확책 195권이 전면을 보고 전시되어 있다. 195권의 자식 같은 책이 있으니 한 권 한 권 얽힌 이야기 또한 많다. 그중에서 골라 이야기하려고 한다.
1984년에 나온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단편집은 내 첫 책이다. 자비 출판으로 4000권을 찍었다. 황당한 계산은 아니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아버지 근무하시던 학교, 언니 근무하던 학교 학생수을 합하면 만이천 명 가량 되니 1/3 을 잡은 것이다. 오만함도 가득했다. 재미있고 예술성 뛰어난 책이니 금방 재쇄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5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책이 배달 되었다. 나는 기절할 뻔 했다. 4000권이라는 책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1톤 트럭으로 싣고 왔는데 그 어마어마한 양에 온몸이 떨렸다. 겁이 났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저 많은 책을 어쩐 담.’
단칸 방에 다 쌓을 수도 없는 양이었다. 담임하고 있는 교실과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교장 관사에 나눠 쌓았다.
그런데 책이 팔리지 않았다.
오만한 기대가 산산 조각이 났다. 나도 못 팔았고 아버지와 언니도 못 팔았다. 친구가 옆학교 자모회장였는데 팔아 주겠다고 10권을 가져갔는데 곧 대금을 가져왔다. 책을 팔아서 처음으로 돈을 번 것이었다! 나중에 친구네 놀러 갔더니 내 책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가 장롱을 고이고 있었다.
그 많은 책들을 어떡해야할지 몰라 낑낑 거리다가 우리나라 모든 아동문학가들께 한 권씩 보냈다.
책을 받은 많은 선배들이 격려의 편지를 보내 주셨고 나를 기억해 주었다. 소중애라는 기억하기 쉬운 이름 덕도 보았다.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생애 첫 책이니 출판기념회를 했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예식장을 빌렸는데 아버지가 한숨을 깊이 쉬셨다.
“예식장에서 결혼이나 하지 무슨 글을 쓴다고.”
첫 출판기념회 하면서 중압감도 많이 느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와서 축하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분들을 실망 시키면 안되는데. 잘 써야 하는데.’
그 중압감 때문에 소년동아일보에서 청탁받은 6장짜리를 쓸 때는 수십장을 버리고 찢으며 완성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동화 연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