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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감자떡 감잣가루

이명재의 농업 관련 충청 사투리- 감잣가루, 감자 갈아 앙금 말린 가루

2022.07.05(화) 23:16:2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감자떡감잣가루 1

“보리감잘 싸놨더니 밑이 차가 있어 물이 흘르네 그랴. 기냥 버리긴 뭣허구 암만히두 물이 당겄다가 감잣가루를 내야 쓰겄어.”(예산.홍성)

충남 전역에서 널리 써온 ‘감잣가루’는 감자나 고구마를 갈아 가라앉은 앙금을 말려 만든 가루다. 표준어는 ‘녹말가루’인데, ‘녹말(綠末)’은 ‘감잣가루’를 나타내는 한자말이다. 

해방 직후엔 일본어의 잔재인 ‘가닥가루’란 말이 많이 쓰였다. 일제 36년간 일본말은 우리 국어를 지배하다시피 위력을 발휘했으나, 해방 이후 온 국민의 국어순화운동에 썰물처럼 밀려났다. 그리고 순우리말 ‘감잣가루’가 살아났다. 감잣가루는 주로 1980년대 이전에 쓴 말이다. 학식 있는 일부 충청사람들은 ‘감잣가루’ 대신 ‘녹말가루’나 ‘즌분(澱粉)’이란 말을 쓰기도 했다. 

충청도에서는 여름에 캐는 감자는 보통 ‘보리감자’라 했다. 보리가 익는 하지에는 보리감자가 풍성했다. 그래서 ‘하짓감자’라고도 했다. 양식이 떨어져 굶주리던 보릿고개는 감자가 수확되면서 끝났다.

이 감자는 2~3개월의 휴면 기간이 있어 저장해 놓고 오래 먹었다. 그런데 많은 감자를 한 곳에 저장하면 속에 썩는 감자가 종종 생겼다. 감자가 물러지면서 흰곰팡이가 피어나면 감자는 먹을 수가 없었다. 먹진 못하고 버리긴 아깝고, 이럴 때 충청사람들은 ‘감잣가루’를 만들었다. 상한 감자를 자루에 넣어 시냇물에 담가두면 감자가 곯아 물렁물렁하게 된다. 대신 곰팡이는 쓸려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곯은 감자를 으깨어 가라앉히면 앙금이 함지박 바닥에 쌓였다. 이 ‘감잣가루’로 떡늘 만들면 감자떡이 되고, 감잣가루로 부칭개를 부치면 감자전이 되었다.
/이명재 충청언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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