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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처음 개관하던 때의 산뜻한 ‘생활사박물관’을 기대합니다.

부여군 규암면 ‘부여생활사박물관’탐방후기

2022.05.25(수) 23:22:09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부여생활사박물관

▲ 부여생활사박물관

  

5월을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이어 부부의 날도 있다. 어버이날에는 석가탄신일도 겹쳤다. 이제 막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가 지나고 활동하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고 말하자 한낮은 무덥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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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생활사박물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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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문화단지를 들어서기 전 우회전하면 바로 나오는 곳이 부여생활사박물관이다. 

 

지난 14(), 점심시간을 앞두고 부여생활사박물관을 찾았다. 2020년 가을, 백제문화단지에 왔을 때만 해도 이런 박물관이 있는 줄 몰랐다. 기왕에 도민리포터 활동을 하고 있으니 취재도 하고 그곳 한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오자고 아들아이가 넌지시 말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의 울적함을 위로해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부여생활사박물관

▲ 부여생활사박물관


부여생활사박물관은 백제문화단지로 들어가는 길에서 가깝게 위치한다. 5월 중순의 날씨는 맑고 청량했다. 생활사박물관이라니 일상의 다양한 생활물품들이 어떻게 전시되고 있을지 궁금했다인터넷을 통해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선조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충청·부여의 유물을 중점적으로 전시한다는 안내 글이 있다. 입장료가 있으니 그만큼 알찬 전시가 기대되었다. 그때 그 시절 문화를 만나면서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해보는 것도 설렘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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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원을 들어서면 화장실(사진 오른쪽)이 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는 문은 백제원이다.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은 마치 시대를 뒤로 되짚어 놓은 듯, 손으로 직접 볏단을 탈곡하는 기계와 동네 미용실, 각종 돼지저금통, 뽑기 달고나 등 물건들 마다 내 눈을 사로잡았다. 헌데 문이 잠기고 먼지가 쌓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컨셉이라고 하기엔 뭔가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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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간 위로 한식당 간판이 보인다. 식당은 약간 경사진 곳에 위치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잠시 휘둥그레진 눈을 돌려 한식당을 찾았다. 식당으로 가는 길은 약간 경사가 있었다. 주말을 맞아 연세가 지긋한 어머니를 모시고 온 것 같은 중년의 아들은 천천히 걸어 어르신을 식당으로 인도했다. 식당 밖에는 사람들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아 우리도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밖에 세워둔 메뉴판에는 벌써 품절이 되었다고 표시한 메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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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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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당을 내려와 박물관 주변에 있는 칼국수나 두부요리를 먹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조선제일의 맛, 부여콩 100%, 검은 콩두부라고 써 있는 범바우 두부간은 두부를 만든 가게였다는 걸 알리는 모형이었다. 두부요리를 하는 가게라고 의심하지 않은 건 그만큼 배가 고팠다는 반증일터였다. 칼국수 가게는 모형이 아니었지만 영업을 하지 않은 채 문이 잠겼다. 식당은 백제궁수*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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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원의 식물원


주차된 차로 짐작하건데 사람들은 이 시간에 식당에 있거나 생활사박물관에서 관람하는 중일 것이다. 허기진 배를 참고 편안한 관람을 할 수는 없었다. 박물관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는데 박물관 입장 안내를 하는 6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우리보다 먼저 온 어르신 부부에게 박물관을 입장하면 음식점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입장료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면서 발길을 돌렸다. 입구는 다소 어둡고 우리도 내키지 않는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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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이 벗겨진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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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추와 뽀로로가 보이는 가운데 깨진 플라스틱 장난감이 보인다. 

 

부여의 대표인물인 서동과 선화공주의 그림이 그려진 버스는 칠이 군데군데 벗겨졌다. 자전거 동그라미 바퀴가 버스차창에 나란히 붙은 그 위에는 한때 유행한 피카츄, 뽀로로 장난감이 깨진 플라스틱 장난감과 뒤섞여 재미있다기보다는 지저분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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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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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이곳에서 어떤 꿈을 꿀까. 바닥에 정리 안 된 물건들이 놓여있고 출입문은 어둡다.


미용실 앞 들마루 한 곳에서 모형인 줄 알았던 고양이는 실제로 살아있는 고양이었다. 이곳에는 독특하게도 고양이마을이 있다. 높은 곳에 오르기를 좋아하고 구석지고 외부의 개방이 불편한 본성을 참고해 만든 항아리 집에는 복댕이, 꾹꾹이, 꽁지, 보들이, 꼬맹이... 라는 이름의 고양이집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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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 자는 백제원의 고양이


 실제로 어떤 고양이 두 마리는 고양이마을 안에 있는 출입문 꼭대기 선반 위에서, 혹은 그 아래 유리 진열장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동안 고양이 세 마리를 봤다. 고양이는 사람을 보고 도망을 가거나 자리를 피하진 않았지만, 털이 까칠하고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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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 솜을 틀어주던 솜틀집 모형

   

식당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 먹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초록 이파리가 싱싱한 나무와 꽃이 한창인 외견과 달리 화장실엔 냄새가 많이 나고 휴지가 없었다. 기대했던 마음이 불편함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다른 식당을 찾아 백제원을 나섰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부여생활사박물관에 전화를 했다. 전화는 계속 먹통이었다. 다시 부여군 규암면에 연락 했다. 코로나19 규제가 많이 완화된 분위기에서 백제문화단지 주변 관광을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부여생활사박물관의 관리가 소홀한 것 같다고 하니 문화체육관광부를 연결해준다. 같은 내용으로 내가 겪었던 불편사항을 말하니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관리에 한계가 있을 거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192월을 끝으로 만 3년 동안 더 이상의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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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만큼 백제원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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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는 길


현재 박물관은 201810월에 개관했을 때의 정돈되고 깨끗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민리포터로 활동하는 내 신상을 밝히고 박물관 운영자에게 민원 사항을 전달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황경* 씨에게 부탁을 드렸다, 또 개관했을 때의 초심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잊혀지며 버려지는 우리 과거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다는 부여생활사박물관이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처음의 산뜻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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