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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우리가 몰랐던 여성 선비, 은진 송씨 부인

내포칼럼 -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2022.05.09(월) 08:20:0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우리가몰랐던여성선비은진송씨부인 1


조선의 대학자 우암 송시열 고모
인품 훌륭하고 기억력 뛰어나
7대 조모 열녀 정려에도 기여

타인의 잘못 용서하는 관대함
시대적 한계 넘은 조선여성
현대인이 배워야 할 용기와 지혜


우암 송시열이 대학자인 줄은 세상이 다 알지만, 그 고모 숙인(淑人) 송씨도 큰선비였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암의 「송자대전」읽다가 제215권에 실린 ‘송씨전(宋氏傳)’이란 글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쾌재를 불렀다.

송씨 부인은 도사 벼슬을 지낸 송응기의 둘째 딸이었다. 성품이 총명하여 고작 7세였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때 마침 임금님이 모화관에서 군대를 열병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소녀는 아버지를 졸라 열병식을 구경하러 가자고 했다. 

아버지는 「<이천자(二千字) 대편(大篇)」을 건네주며 이 책을 다 외우면 허락하노라고 대답하였다. 거절의 뜻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등잔불 아래서 책을 읽더니, 그 이튿날 아침에 능숙하게 암기하였다.

부인은 선조 4년(1571)에 태어났고, 22세인 선조 25년(1592)에 영동 선비 김호덕의 배필이 되었다. 신랑은 문평공 김수온의 7대손이요, 부인의 시어머니는 기묘 명현 박훈의 손녀였다. 

시어머니는 눈이 밝아 며느리의 총명함을 이내 알아보고는 마치 스승처럼 높였다고 전한다. 세상에 보기 드문 고부간이었다.

송씨 부인은 대단한 선비였다. 효종 때 친정 집안에서 부인의 7대 조모 류씨의 열행을 조정에 보고하려 하였다. 그런데 묘비에 적힌 내용이 너무 소략하여 애를 태웠다. 류씨로 말하면 고려 말에 태어나 일찍이 남편을 잃었다. 그때 풍습대로 친정 부모는 류씨를 재혼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류씨는 작고한 남편을 생각하며 어린 아들을 등에 업은 채 천릿길을 걸어서 충청도 회덕의 시댁으로 내려왔다. 훗날 조선 제일의 명가인 ‘회덕 송씨’의 역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에 송씨 부인은 아버지의 일기에서 류씨 부인에 관한 기록을 읽었는데, 그 기억을 소상하게 되살려냈다. 그 덕분에 은진송씨들은 류씨 부인의 열행(烈行)을 조정에 상세히 보고하였고, 마침내 조정에서는 류씨 부인에게 열녀 정문을 내렸다. 이에 온 집안이 송씨 부인의 비상한 기억력을 칭찬하였다.

부인은 말년까지도 학구적이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빗고 무릎을 꿇고앉아 <삼강행실(三綱行實)> 등을 읽었다. 

또, 친정아버지와 그 절친이었던 이산보와 윤두수 등이 서로 주고받은 시문까지 외워서 자손들에게 모두 일러주었다.

그 총기가 실로 대단하였던 모양이다. 한 번은 손자 김득수가 《상서(尙書)》를 방안에서 외웠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부인이 손자를 나무랐다. “너는 왜 한 대목을 빠뜨리느냐?” 손자는 깜짝 놀라며 자신이 실수를 되물었다. 그러자 부인은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외웠는데, 그때 연세는 90세가 넘었다.

어느 날 아침 부인은 스스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식구들은 송씨 부인의 병이 나은 줄 알고 기뻐하였다.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손자 김득수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너의 아비(김현)가 나를 간호하느라 몸을 상하였다. 내가 죽고 나면 네 아비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그 이튿날에 부인은 세상을 떠났고, 그 아들도 곧 숨졌다. 부인의 선견지명이 이와 같았다.

부인은 평소 마음을 잘 다스렸고 특히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였다. 하인이 잘못을 저질러도 함부로 매를 들지 않을 정도로, 송씨 부인에게는 큰선비의 기상이 역력하였다.

자세히 알고 보면, 우리 충청도에는 송씨 부인처럼 탁월한 여성 선비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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