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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순백의 이화(梨花) 봄을 노래하다

600만 평에 피어난 배꽃 장관 이뤄

2022.04.26(화) 16:17:54 | 장군바라기 (이메일주소:hao0219@hanmail.net
               	hao021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순백의 배꽃이 봄을 노래하고 있다.
▲ 순백의 배꽃이 봄을 노래하고 있다.

땅속 뿌리와 거친 줄기만 남겨져 긴 겨울을 보낸 나무는 먼 산 아지랑이가 필 즈음 새움을 돋아 순백의 꽃을 피웁니다. 마치 생명의 축복과 소중함을 과시하듯 완전한 봄을 맞이한 올해도 여지없이 배꽃은 그렇게 순백의 꽃을 만개하고 있습니다.


겨울을 이겨낸 거췬 나무줄기에 순백의 배꽃이 피언
▲ 겨울을 이겨내며 거칠어진 나무 줄기에 순백의 배꽃이 이채롭다.

충남 천안은 전국 3대 배 주산지입니다. 서북구 성환읍 왕지봉을 중심으로 사방 10리가 넘도록 펼쳐져 봄의 절정을 맞은 요즘 가지마다 하얗게 피어난 배꽃이 장관 그 자체입니다. 천안 12경 가운데 제9경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꽃말은 위로, 위안, 온화한 애정 등으로 '이화(梨花)'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이름은 십중팔구 배꽃을 한자어로 옮긴 것입니다.


배꽃
▲ 천안시 성환읍 왕지봉을 중심으로 만개한 배꽃.
 
천안의 배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먼저 ‘이화정’(천안시 성환읍 왕림리 390-19)을 찾아야 합니다. 정자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배 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산책은 왕지3길을 따라 왕지저수지와 주변을 한가롭게 거닐며 흐드러지게 핀 배꽃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천안시 성환읍 왕림리 이화정 전경.
▲ 천안시 성환읍 왕림리 이화정 전경.
 
화분작업을 마치 배꽃
▲ 인공 수분을 마친 배꽃. 수술에 분홍색 물감이 묻혀있다. 

배밭을 걷다 보면 배나무 가지를 좌우로 벌려 터널 모양으로 만들고 지주를 받쳐 관리를 쉽게 했는데 일부 가지가 유난히 하늘로 삐쭉 치솟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배나무들은 ‘숫 배나무’입니다. 이들 숫 배나무 화분을 채취해 ‘암 배나무’에 수정을 해줍니다.


줄지어 배꽃 터널을 이룬 배나무 2.
▲ 줄지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배나무.


암배나무와 수정을 위해 길러지는 숫배나무.
▲ 암배나무와 수정을 위해 길러지는 왼쪽의 숫배나무.

예전에는 벌과 곤충이 숫 배나무에서 화분을 묻혀 수정을 도왔지만, 지금은 꿀벌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배 재배 면적이 넓어지면서 사람 손을 빌리는 인공 수분에 대부분을 의존합니다. 문제는 배꽃 개화가 열흘 이내로 단기간 내 많은 일손이 필요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배 꽃잎에 분홍색 색소 같은 것이 묻었으면 붓이나 에어건을 이용해 인공 수정을 마친 증거입니다.


인공수정
▲ 만개한 배꽃에 인공 수정이 한창이다. 


인공수정
▲  만개한 배꽃에 인공 수정이 한창이다.

천안은 전국 3대 배 생산지입니다. 1909년부터 성환읍을 중심으로 대량으로 배나무를 심어 110여 년의 역사 속에 현재 1000여 농가가 천안원예조합에 가입해 있고 조합 미가입 농가까지 포함하면 재배 면적이 2000㏊(600만평)에 연간 생산량이 5만t을 넘기고 있습니다.


천안은 전국 3대 배생지 가운데 한곳이다.

▲ 천안은 전국 3대 배생지 가운데 한곳이다.


올해는 지방 선거와 코로나19로 자원봉사자 격감 등 악재가 겹치면서 농가들이 어느 해보다 인공 수정을 위한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평년보다 생산량이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가 높습니다. 천안 서북문화원이 주관하는 배꽃 걷기 대회가 해마다 열렸지만,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최근 수 년째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안시도 배 재배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9년 천안시청 정원에 천안지역 배 가운데 수령이 가장 오래된 ‘백세리’를 이식해 보호 중인데 국립수목원 나이테 조사를 통해 이식 당시 수령이 95년으로 확인돼 올해 108살을 맞았습니다. 높이 212㎝, 지름 46㎝, 나무 둘레 370㎝ 신고 품종으로 아직도 매년 꽃을 피우고 50여 개씩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다만, 시판 배에 비해 약간 작고 신맛이 강해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아직도 ‘천안배’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천안시청 백세리
▲ 천안시청에 지난 2009년 이식된 '백세리'

천안 배는 껍질이 얇고 씹히는 맛이 아삭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지역 토양이 배 재배에 알맞고 수분이 적당해 저장성이 좋은데다, 큰 일교차로 당도가 높으니 제수나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1986년부터 미국 수출길을 열었고 1999년 호주, 2014년 멕시코, 2019년 캐나다로 시장을 넓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지역 농산물 수출 붐을 일으켰습니다.

예로부터 ‘배’는 과일로도 인기가 높았지만, 천식과 기침 가래, 담의 치료에 중요한 한방재료입니다. 해열과 숙취 해소, 배변 장애에 효과가 높아 민간요법에 두루 사용됩니다. 배즙과 음료 등 가공식품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사실 배꽃은 달밤에 본다면 더욱 운치가 있는데요, 우리나라 고시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전해지는 이조년의 시조를 흥얼거리며 배꽃 길을 걷는다면 제법 풍류스러워 보이지 않을까요?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배꽃길

▲ 천안시 성환읍 왕림3리 배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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