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5그루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소성
▲ 충남 예산군 용궁리 추사 백송의 자태1.
생김새가 남다르면 눈에 띄고 특별한 관심을 받기 마련입니다. 껍질이 흑갈색인 보통의 소나무와 달리 새하얀 백송(白松)은 색상이 갖는 고고한 이미지에 ‘백의민족’ 정서까지 더해져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강한 인상을 남겨줍니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추사 백송’은 추사 김정희가 부친을 따라 중국에 사신 일행으로 참여했다가 씨앗을 구해와 직접 심었던 것으로 210년의 세월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를 빛내고 있습니다.
▲ 추사 고조부 김흥경 묘에서 바라본 백송의 자태.
추사의 부친인 김노경은 1809년 사신으로 중국 길에 오르면서 수행원으로 김정희를 데려가 베이징에서 신문물을 접하도록 합니다. 당시에는 사신의 자녀를 수행원으로 종사하도록 배려했었다고 합니다. 이후 1810년 귀국 길에 추사는 각종 서책과 함께 백송 종자를 구해 본가 인근 고조부 김흥경의 묘 주변에 심었습니다.
▲ 추사의 고조부 김흥경의 묘.
중국과는 다른 풍토에서도 백송 몇 그루가 어렵게 싹을 피웠지만, 유수한 세월에 묘소 앞 오른쪽의 한 그루만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제106호)로 보호되고 나머지는 모두 고사했습니다. 살아남은 추사 백송은 높이 14.5m에 가슴높이 둘레 4.77m에 달하는 거목으로 성장했습니다. 줄기가 밑둥치부터 셋으로 갈려진 전형적인 백송 모습이지만, 지금은 두 갈래 가지가 고사해 잘라내는 외과 처방을 받았고 나머지 한 갈래만 비교적 마른 모습으로 남아 찾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 예산 용궁리 추사 백송의 자태 2.
▲ 추사 백송의 세갈래 가지 가운데 외과 수술로 두 갈래가 잘려져 있다.
그런데 추사는 이미 어려서부터 백송을 보고 자랐다고 합니다. 추사의 증조부 김한신은 영조의 사위로 ‘월성위궁(통의동 서울 정부종합청사 인근)’을 하사받았는데, 이곳 정원에 숙종 때 심어진 백송 한 그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천연기념물(제4호)로 보호되던 이 백송은 아쉽게 1990년 돌풍에 쓰러졌는데 나이테 조사를 통해 1690년 심어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추사는 자식이 없던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가 월성위궁에서 자랐으니 어린 시절 수령 100년에 달한 백송과 함께했을 것입니다.
▲ 충남 예산군 용궁리 백송의 자태 3. 오른쪽 적송과 확연히 구분된다.
백송의 가장 큰 특징은 얼룩진 회백색 껍질이지만, 처음부터 하얀 것은 아닙니다. 어린 백송의 껍질은 담회색으로 거의 푸른 빛이 돌지만, 수령이 늘어 40년을 지나면 큰 껍질이 비늘처럼 떨어지면서 점점 흰무늬 특유의 빛깔로 변한다고 합니다. 일반 소나무는 수령이 높아질수록 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두꺼워 지고 갈라지지만, 백송은 다자라기 전까지는 봄이면 스스로 껍질을 탈피합니다. 솔향 또한 짙게 내뿜어 새순을 따서 술을 담근 ‘백송주’도 인기입니다.
▲ 어린 백송의 껍질은 푸른 빛이 돈다.
▲ 생육이 40년을 넘긴 백송은 줄기가 하얀색으로 탈바꿈 한다.
▲ 일반 소나무와 달리 잎이 3개인 백송. 백송주를 담는다.
예산군은 추사고택과 김흥경의 묘 사이에 백송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조각공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추사와 관계있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주변으로 백송이 길러지고 있습니다. 여유롭게 산책하며 백송에 관한 각종 정보와 이야기를 배울 수 있어 어린 학생들에게도 좋은 체험이 될 수 있습니다.
▲ 예산 용궁리 백송공원.
▲ 예산 용궁리 백송공원 조각 전시장 1.
▲ 예산 용궁리 백송공원 조각전시장 2.
백송공원의 국내 백송 천연기념물 지정현황에 따르면 예산 용궁리 추사 백송을 비롯해 서울 3그루, 경기 2그루, 충북 1그루 등 모두 7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서울 원효로백송(제6호)과 충북 보은백송(제104호)이 고사돼 각각 2003년과 2005년 지정 해제되었습니다. 결국 전국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백송은 이제 추사백송과 서울 재동백성(제8호), 서울 조계사백송(제9호), 고양 송포백송(제60호), 이천 신대리백송(제253호)등 5곳이 남은 셈입니다.
▲ 국내 백송 천연기면물 지정현황
충남 예산을 찾으면 예당호 출렁다리와 추사고택을 만나지만 백송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백송을 실제로 만난다면 그 특별한 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1시간 정도면 추사 백송과 백송공원을 모두 둘러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