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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코로나19 오미크론에 갇혔던 3월

천안 단국대병원 음압병동에서 코로나치료를 받은 아흔넷의 엄마

2022.04.01(금) 08:36:32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입원한기 전, 환자와 보호자는  반드시 코로나19검사를 받아야 한다.

▲ 입원한기 전, 환자와 보호자는 코로나19검사를 받아야 한다.


처음엔 일상의 연속인줄 알았다. 매번 그렇게 해왔고 별 일이 없었으니까. 다만 이번엔 구순노모의 지병인 신장치료로 최대 2주 동안 입원을 예상하고 있었고 병원에서는 치료가 원활하면 일주일이어도 퇴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천안 단대병원 가는 길

▲ 천안 단대병원 가는 길

코로나19오미크론에갇혔던3월 1

 

원무과는 로비를 지나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려 입원수속을 밟는 동안 엄마는 마스크를 쓰고 오랜만의 외출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정해진 병동으로 가는데 입원환자와 간병하는 보호자는 반드시 코로나검사를 해야 한단다. 엄마와 나는 검사를 받고 병실로 가기 전 잠시 대기했다. 원칙상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판정이 나야 입원할 수 있지만 시간상 4시간 이상이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기에 고령의 엄마가 휠체어에 계속 앉아있을 순 없었다.


 

환자면회 금지

▲ 입원환자 면회금지


오후 2, 엄마는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는 사물함에 짐을 풀었다. 잠시 후, 간호사가 수액을 들고 와 누워있는 엄마 팔에 링거가 들어가는 주사바늘을 꽂았다. 환자와 보호자 1인이 있는 6인 병실은 조용했다.

 

병원의 식사시간은 이른 편이다. 오후 530분이 되자 환자들 저녁이 들어왔다. 엄마 저녁은 신장치료식이라 소금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싱거웠다. 엄마가 비위에 맞지 않아하는 걸딱 한 숟갈만을 반복하며 조금이라도 드시게 했다. 남은 음식은 내가 먹었다.

 

딩동, 핸드폰의 문자가 왔다. 코로나검사 음성이 확인되었다는 문자였다. 엄마랑 같이 검사했고 내 폰으로 입력했는데 엄마는 좀 늦나 싶었다. 8, 간호사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어머니 코로나가 의심 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조금 더 기다려보잔다. 그리고 30분 정도 지나자 다시 간호사가 왔다. ‘어머니는 양성으로 확진되었고 지금 일인 병실로 가야 한단다. 보호자는 커텐을 치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란다.


 

엄마가 검사받는 건물에서 내려다 본 응급차량들

▲ 엄마가 검사받는 건물에서 내려다 본 응급차량들


간호사가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나가고 나는 커텐을 치고 하릴없이 엄마가 누워있던 침대에 앉아있었다. 다시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짐을 챙겨서 어머니가 있는 일인실로 가세요. 지금 어머니는 음압병동으로 가야 하는데 병실이 나오지 않아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이건 보호자가 착용하세요. 어머니가 해야 되지만 연세가 있으셔서요.”

 

간호사가 건넨 건 꽉 조이는 마스크와 얼굴아래까지 내려온 투명 캡, 비닐 옷, 라텍스1회용장갑이었다. 엄마는 왜 병실을 옮기고 딸이 이런저런 비닐로 무장을 했는지 궁금해 했다. 엄마는 코로나가 전염이 되는 병이란 건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차림으로 거동이 불편한 엄마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간호사로부터 엄마와 내가 먹을 아침이 포장되어 문 앞에 있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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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드시던 신장식

▲ 엄마가 드시던 신장식


버릴 때도 포장했던 그대로 비닐봉지에 싸서 폐기해야 한다. 병실 안에는 폐기물통이 따로 있다.

▲ 버릴 때도 포장했던 그대로 비닐봉지에 싸서 폐기해야 한다. 병실 안에는 폐기물통이 따로 있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간호사가 연락을 했다. ‘어머니는 지금 음압병동으로 가야되니 보호자는 집으로돌아가야 한단다. 잠시 후, 완전무장(?)한 간호사 둘이 엄마를 모시고 갔다. 엄마는 신장치료를 받으면서 코로나치료를 같이 받는다고 했다. 면회는 일절 안 된다. 이틀 후, 병원을 다시 찾아 간호사실을 통해 엄마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천안 단국대병원

▲ 천안 단국대병원


일주일이 지나고 엄마는 감염내과를 옮겨졌고 다시 일주일후엔 일반병동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엄마와 일주일을 지냈다. 영양액 링거를 맞으며 피검사, 흉부검사, 위내시경, 심장초음파 등 침대를 통째로 움직여 검사를 받아야 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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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가 있는 늘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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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울타리 가운데 의자모양의 돌이 놓여 있다. 잠시 이곳에서 피곤한 심신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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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졸이던 날들, 엄마가 주무실 때 병실을 나와 병원근처의 늘봄길을 걸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던 때,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거기엔 인물의 형상을 하나의 흙기둥으로 쌓아올려 전체적인 형태를 형성한 조형물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와 엄마도 그 중에 한 사람인 듯 보이던 작품. 근방의 소나무가 어우러진 곳 한가운데는 돌 의자가 마치 피곤한 나를 위해 마련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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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봄길에서 만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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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단국대병원 늘봄길의 느티나무


엄마는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 중이다
. 엄마를 간병하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지내는 시간,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던 천안단국대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꽃이 피었으나 제대로 보이지 않던 꽃들이 이제야 밝고 화사하게 눈에 들어온다.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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