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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대통령선거벽보가 붙은 골목길에서 바라는 소망들

2022.03.04(금) 12:29:43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골목길에서 만난 가게 안의 실제 고양이

▲ 골목길에서 만난 가게 안의 실제 고양이, 서로를 바라보다.


서산에 계시는 엄마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묵직하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엄마와 내가 하는 말은 계속 반복된다. 엄마가 주로 하는 말은 자식을 생각하며 걱정하는 것, 나는 그런 엄마에게 이제 다 괜찮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엄마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건 우리 3남매를 키우며 아버지와 같이 고생했던 시절의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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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힘들었어도 니들 키우며 살던 때가 좋았다는 엄마. 그때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절반은 더 젊었을 시절이다. 동네 누구네 집이 월등하게 잘 살지도 더 못살지도 않은, 그래서 고만고만한 살림살이에 이웃들의 정은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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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장수가 그려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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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골목길에서 노는 모습은 일상이었다. 왁자하게 들려오는 노는 소리는 터줏대감처럼 언제나 마을을 지키는 나이 많은 감나무 아래에 모였다. 그 소리가 어찌나 재미나면 엄마 등에 업혀 칭얼대던 아기도 울음이 뚝 멎었다. 그러다 밥 때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아무도 없어 누구 하나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서로 챙겨주고 돌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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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어탕을 맛있게 먹었던 서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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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하지만 예전엔 소쿠리나 채를 잔뜩 메고 다니며 파는 분들이 있었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팔기도 했지만 한여름 느티나무 그늘아래 잠시 쉬면서 장사하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시간에 쫓겨 보채지 않는 여유가 있었다. 어쩌다 막걸리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있다면 쉬는 김에 막걸리도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는 운수 좋은 날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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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산양조장 간판 아래 벽화들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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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막걸리심부름은 엄마가 빵 반죽을 하려고 사왔던 것 말고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다. 막걸리를 들고 오다가 목이 말라 한 모금씩 먹었던 게 나중엔 쓰러져 잠이 들었다는 단골이야기는 하도 들어서 마치 내가 경험한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비닐천막안 의자에 앉아있다.

▲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비닐천막안 의자에 앉아있다.


동네 벽화를 따라 걷다보니 이야기가 줄줄 엮어진다. 나지막한 집들이 모인 동네 버스정류장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찬바람을 막아주는 비닐 천막의자에 앉아있다.

 

대통령후보벽보가 붙은 곳

▲ 대통령후보벽보가 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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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산초등학교

운산작은도서관 맞은 편의 운산초등학교 정문이 있는 담에는 대통령선거를 뽑는 후보들의 사진이 걸렸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관심 있게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후보들의 정책을 읽는 마음이 신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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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산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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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그림 하나로 말랑말랑해지는 마음. 구순 넘은 엄마의 세대가 고스란히 넘어와 내 어릴 적 이야기가 되는 그림. 그 안에 녹아있는 희노애락의 정서는 불꽃 튀는 경쟁과 빠른 속도에 피곤한 심신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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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으로 시작되는 봄

▲ 목련으로 시작되는 봄


3월이 되면서 빛깔이 달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면 가지마다 움이 트고 있다. 손잡이 문이 있는 실제 벽에 그려진 흰 목련이 새삼 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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