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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부드러운 양날의 검, 혀

내 몸이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

2022.02.24(목) 16:07:3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부드러운양날의검혀 1

맛 느끼고, 소리 다듬는 일도

길이는 10cm 내외, 무게는 55g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저는 특정한 형태나 골격도 없이 동굴같은 입 속에서 묵묵히 열일하는 살덩어리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제 파트너인 치아를 열심히 섬기고 당신의 복잡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애쓰는 것이 저의 주된 일이랍니다. 제 일상중 당신의 생존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기능을 꼽으라면 단연코 음식을 삼키는 일입니다. 저의 이웃인 치아는 사실 매우 위험한 친구입니다. 

특히 어금니의 저작력은 최대 440kg까지 되니 제가 조금만 몸을 잘 못 움직인다면 그야말로 ‘작살’이 나고 말 겁니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저는 정확하게 음식을 굴려 골고루 씹히도록 하고 마침내 기도가 아닌 식도로 음식물들을 밀어냅니다. 가끔은 이쑤시개처럼 역할도 하고 입안의 청소부 역할도 군소리 없이 해내지요.   

오감(五感)의 하나인 미각은 저의 또 다른 주요 기능 중 하나랍니다. 시고 달고 쓴 네 가지 맛을 느끼는 위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랍니다. 

즉 짠맛은 저의 끝에, 단맛은 중간 부위가, 쓴맛은 뒤쪽이, 그리고 신맛은 옆부분에서 느낀다는 것이인데요... 그렇다면 ‘감칠맛’은 어디서 느낄까요? 최근 밝혀진 사실은 맛을 느끼는 부위는 혀 뿐 아니라 입천장이나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도 가능하며 삼원색이 서로 섞여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듯 네 가지 기본 맛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여러가지 맛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어르신 중에서 입천장을 뒤덮는 틀니를 장착하게 되면 음식 맛이 변함을 호소하는 경우를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제 역할 중 또 하나의 정밀 작업은 ‘소리를 다듬는 일’이랍니다. 소리 자체야 저보다 훨 깊숙한 곳에 있는 성대의 몫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생소리를 언어로 바꾸는 것이 바로 제가 하는 일이지요. 사실 이 과정은 단숨에 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2 년 정도 주의깊은 모방과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지요. 입냄새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이 적지 않지요? 많은 분들이 위장병을 의심하여 힘든 내시경 검사를 받기도 하시지만, 입냄새의 원인 중 대부분은 저 때문이라는 비밀을 아시나요? 양치를 할 때 10초만 시간을 내서 저를 닦아 주세요. 이 간단한 습관만으로도 구취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 자랑만 늘어놓았지만 사실 저는 양면의 칼 같은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답니다. 마음 한 번 삐뚤게 먹으면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요. ‘듣기는 속히 말하기는 더디게’라는 오래된 지혜를 말씀을 기억하시길. 
/정유석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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