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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화창한 봄나들이에 너무 들뜨지 않기로 한다.

공주 공산성에서 내 부주의한 사고 ‘현장’을 다시 보는 마음

2022.02.19(토) 12:15:56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유네스세계유산도시 공주 공산성 오르는 길

▲ 세계유산 백제역사 유적지구 공주 공산성 오르는 길 

화창한봄나들이에너무들뜨지않기로한다 1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이 지나고 곧 우수(雨水).
우수엔 어김없이 비가 왔던 것 같은데 이번엔 흐리기만 하다.
한파로 며칠 겨울이 다시 온 듯 꽃샘추위인 듯 바람이 찼다.
일기예보는 주말에 잠시 기온이 올라가다가 다시 추위가 찾아온단다.
바람이 부드럽다고 햇살이 따뜻하다고 옷이 가벼워진다면 자칫 감기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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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2월 초순, 주말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설 명절 연휴 끝자락이었다.
명절 뒷마무리를 끝내고 어디라도 바람을 쐬면서 환기가 필요했다.
우리만 가기엔 너무나 맑고 고운 날. 교회에서 알고 지내는 부부를 불렀다.
연락을 기다린 것처럼 두 사람은 냉큼 달려왔다. 네 명은 한 차를 타고 공산성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점심을 먹기엔 애매했다.
한 바퀴 걷고 점심을 먹으면 딱 좋을 시간. 입장료를 끊고 천천히 공산성 언덕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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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에서 바라본 공주시가지

▲ 공산성에서 바라본 공주시가지 

금강철교

▲ 금강철교
 

영은사

▲ 영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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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는 물이 얼어있다. 손잡이 바가지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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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사고의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 준 장소


사람들이 오늘처럼 많았다.
공산성 아래 금강철교가 보이고 가파른 언덕을 확인하면서 오금이 저리기도 했다.
서로 얘기하면서 오르고 내리는 길을 걷다가 영은사절 앞에 졸졸 물이 흘러내리는 샘물이 보였다.
그때 내 걸음은 왜 빨라졌을까. 샘물가에는 얼음이 빛에 반사되어 잠깐 반짝였던 것 같다.
샘물 앞엔 손잡이가 있는 플라스틱 작은 바가지가 놓였다. 두어 모금을 넘기고 바가지를 제자리에 놓았다. 다음에 돌아서서 한 발을 떼는 찰나 미끄럽다는 생각도 하기 전, 가슴이 돌에 부딪치며 나는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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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 뒤에 오던 세 사람은 내 모습을 보면서 곧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단다.
나는 갈비뼈와 어깨가 골절이 되어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눈도 못 뜨고 꼼짝없이 쓰러진 내 귀에 사람들이 몰려와 웅성웅성하는 소리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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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북루는 현재 보수공사중 

누에 알을 월동상태로 보관하던 잠종냉장고역할을 했던 곳, 공주잠종냉장고

▲ 누에 알을 월동상태로 보관하던 잠종냉장고역할을 했던 곳, 공주잠종냉장고


코로나 오미크론변이가 계속 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서둘지 않는 걸음을 걷는다.
공북루에서 만하루로 넘어가는 언덕에는 동굴처럼 생긴 곳이 있다.
알림 글을 읽어보니 이곳의 공식 명칭이 공주 잠종냉장고란다. ‘
누에씨를 보관하는 저장시설로 냉동창고가 없던 시절에 금강의 얼음을 채취해서 이곳에 넣고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누에의 부화시기를 늦추는역할을 했던 것이다.
잠종냉장고에 있는 누에는 알 상태로 월동하면서 뽕잎이 자라는 5월까지 부화시기를 늦출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철근콘크리트로 막아놓은 깜깜한 곳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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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길 중간엔 카메라맨이 어떤 장면에 집중하고 있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이들은 평지에서 뛰어다니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에서는 서로질서를 지켰다.
내려가는 길 저만치에 드디어 내 사고현장이었던 영은사가 나타났다.

 

영은사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

▲ 영은사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 

영은사

▲ 영은사


절 주변에 가지런한 붉은 등이 나란히 걸렸다.
맑은 샘물 가득 흘러넘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꽁꽁 얼어붙었다. 손잡이 바가지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그때 무슨 생각에 사로잡혔던 걸까.
얼음을 밟았다고 해도 그리 어처구니없이 넘어지다니.
쓰러진 그 자리에 서 있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당시는 코로나상황도 아니어서 사람들이 모여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걱정하며 안타까워했다.
영은사에서는 망자들을 위한 천도재가 봉행되고 불자들은 문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공산성에 오는 모든 분들이 나처럼 안전사고 없이 계절과 풍경을 감상하며 돌아가는 마음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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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입장입니다.

▲ 무료입장입니다.


공산성은 지금 코로나극복에 동참하는 국민을 위해 무료입장을 시행중이다.
화창한 날씨에 점점 봄나들이가 잦아지는 때다.
코로나로 모두 조심하고 있지만 들뜬 마음을 경계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다.
다만 즐기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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