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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관심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수 있다

생생현장리포트 - 한수미 당진시대 취재부장

2022.01.14(금) 09:46:5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관심이누군가의삶을바꿀수있다 1

   
취재 현장에서 최원섭 씨를 만났다. 하얀 피부의 그는 허리가 굽었다. 허리를 굽게 한 그의 병인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치료법이 없는 데다 심해지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연결되는 강직을 초래한다.

그는 심한 축에 속했다. 자신이 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23살에 알았다. 무언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에, 모든 걸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통증이 너무도 심해 한두 발 나서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그리고 고꾸라진 허리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힘들었다고 한다. 최원섭 씨는 스스로 단절된 삶을 택했다. 하지만 사실 사회가 택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여 년을 그렇게 살았다. 치매가 있는 어머니까지 모시느라 최근에는 더욱이 밖을 나서기가 힘든 실정이 됐다. 동시에 통장의 잔고는 계속 줄었다. 그는 ‘안 좋은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때 지역의 한 업체에서 그에게 재택으로 일할 기회를 줬다. 그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한 분을 만났다. 충남 생활원예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농아인 박애란 씨다. 농아인이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아 주최 측에서도 당혹스러워했던 대회에서 박 씨가 1등을 차지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들리지 않았고,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게 지내면서 어려운 것이 있냐고 물었다. 너무 많다며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서 자신을 불러도 듣지 못해 번번이 뒷순위로 밀려나는 일은 너무도 만연하다고 한다.

이 두 분을 만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최 씨는 충분히 일할 능력을 갖췄다. 컴퓨터도 잘했고, 유능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이었고, 재택근무여도 오프라인 교육 등을 이수해야만 했기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 씨도 유능했다. 손글씨, 뜨개질, 스쿠버 다이빙 등 취미도 많다. 하지만 들리지 않고, 말할 수가 없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수화통역사도 지역에 많지 않아 세상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온라인을 활용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듣지 않아도 모바일 안 세상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다. 달라진 세상을 활용한다면 최 씨처럼 몸이 불편해도 능력을발휘할 수 있고, 박 씨도 배움의 기회를 맘껏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약간의 관심이 이들의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고, 밖을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알지 못했던 세상에 귀를 기울이는 한 해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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