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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공정한 사회는 좋은 사회인가?

내포칼럼-심미선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1.12.27(월) 10:28:2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공정한사회는좋은사회인가 1


사회적 합의 어려운 ‘공정’
견해·관점 따라 평가 엇갈려
 
사람들은 ‘능력 따른 차이’를
유일한 공정함의 잣대로 인정
 
그것은 불평등을 감추기 위해
기득권자들이 파놓은 함정
 
공평함과 올바름을 외치며
불공정 외면하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공정’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모든 사안을 공정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면서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난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급기야는 대선 후보들 모두 공정한 세상을 내걸며 표를 달라고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공정 보도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이 추구해온 가치였다. 그러나 공정한 보도였다고 평가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일례로 늘 이맘때만 되면 세월호 관련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많이 편성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편파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한쪽에서는 공정했다고 평가받은 보도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문제 보도로 낙인찍힌다. 이는 공정의 가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며,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없다는 의미다. 세월호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흐릿해져 가는 가운데, 언론의 역할이 세월호와 같은 역사적 슬픔을 계속 보도해야 하는지 아니면 불편한 기억은 도려내야 하는지,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정’이라는 화두에 우리 사회가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공정한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합의한 부분은 바로 능력이다.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이 갈리는 것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회사에서도 능력있는 사람이 승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미디어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사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사회제도,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본다. 능력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능력을 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 그는 2020년 12월 내놓은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능력대로 하면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에 불만이 없으며, 이런 사회를 공정하다고 본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수능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해서도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winner takes all)’는 노래 가사 말처럼 승자면 당연히 다 가져가도 되는지, 그런 사회가 진정 공정한 사회인지 묻고 싶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한겨레칼럼(2021.09.14. ‘공정의 덫에 걸린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엄격한 시각에서 보면 사회 기득권자의 논리”라고 말한다. 즉 공정을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생각하게 만든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결같이‘공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공정’의 의미는 모두 다르다. 공정했지만 불공정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에서 합의하기도 구현하기도 어려운 ‘공정’을 외치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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