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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고성능 레이더, 귀

내 몸이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

2021.12.27(월) 10:26:1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고성능레이더귀 1


귀지 청소 과하면 귀 건강 해쳐

얼굴을 구성하는 장기 중에서 저처럼 인기 없는 놈도 드물 겁니다. 아이들한테 사람 얼굴을 그리라고 하면 꼭 저를 빼먹곤 하지요. 사랑에 빠진 이의 모습을 묘사한 시나 소설에서도 제 이웃들인 눈이나 입술, 오뚝한 코는 자주 언급되지만 저는 늘 찬밥 신세입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득세하는 듯하지만 참 지혜는 경청에서 시작된다는 것 아시죠? 저의 이름은 바로 ‘귀’, 주된 역할은 ‘듣기’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살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기막히게 정밀한 기계 장치들이 숨어있습니다.

귓바퀴는 사방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를 효과적으로 모으는 레이더입니다. 이렇게 모인 소리는 좁은 동굴을 지나 고막에 도착하게 되지요. 고막은 지름 1cm 정도의 팽팽하고 얇은 막으로 소리가 도착하면 진동을 일으킵니다. 이 흔들림은 고막 안쪽의 기묘하게 꼬부라진 3개의 작은 뼈들을 차례로 움직이고 이 과정에서 움직임이 20배나 증폭이 됩니다. 증폭된 뼈들의 움직임은 수만 가닥의 청신경들이 모여있는 달팽이관에 도달합니다. 각각의 주파수에 반응한 청신경들은 전기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비로소 어떤 소리인지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의 가장 큰 적은 소음입니다. 늘 이어폰을 귀에 달고 다닌다든지, 군대시절 사격장이나 또는 작업장의 시끄러운 기계음 등에 장시간 노출이 되면 고음 영역부터 시작해 서서히 청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를 소음성 난청이라고 하지요. 흔히 어지럼증을 경험하면 피가 모자라는 빈혈이 있거나 뇌의 이상을 의심하곤 하죠. 하지만 의외로 어지럼증이 바로 저, 귀 때문에 흔히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유지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세반고리관과 함께 평형감각을 주관하는 전정기관 내 이석에 이상이 생기면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들 때 세상이 빙빙 도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중풍이 아닌가 깜짝 놀라 응급실로 오시곤 하는데, 여러 검사 끝에 이석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 귀지 파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그리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외이도는 귓바퀴와 고막을 연결하는 통로인데 외부 유해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적당히 휘어있고 촘촘한 털과 다소 끈끈한 귀지액으로 덮여있습니다.

물론 외부의 벌레나 먼지 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 그러니, 너무 깔끔하게 귀지를 청소하시는 것은 저의건강에 정말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귀후비개 때문에 고막이 찢어지거나 외이도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유석 단국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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