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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명상으로 인도하는 겨울바다, 겨울숲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논산 온빛자연휴양림까지

2021.12.16(목) 12:04:01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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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과 추억의 바다

12월 중간지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고요하다. 이제 그동안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점이다.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내 그립고 눈물 나는 것들 다 / 등 뒤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에/ 고요히 등 뒤를 돌아보자.’라고 했다.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에 나오는 글이다. 시인의 글이 아니라도 3년째 접어드는 코로나19로 우리는 그 이전의 시간들이 얼마나 ‘그립고 눈물 나는’ 것들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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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벼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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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로 펼쳐진 겨울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무창포는 신비의 바닷길과 아름다운 낙조 풍경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년전, 한 여름 복중에 생신을 맞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근처 숙소에서 대가족이 모였던 추억이 떠오른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둘러앉아 동서와 시누들이 수다를 떨며 믹스커피를 홀짝이기도 했던 시간. 아이들은 모래밭에서 꺄~ 소리 지르며 손 흔들던 그 웃음소리가 귓등을 스친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그때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찾아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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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무창포 닭벼슬섬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표지판이 보인다. 한 켠엔 다리를 놓는 공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사업의 진행인 것 같았다. 사업의 목적이 육지와 닭벼슬섬을 연결해 통행하기 위한 것인데, 교량을 설치해서 예전의 물길을 회복한다는 요지다. 이로 인해 해양생물 서식지 확대와 생태계를 건강하게 증진시킨다고 한다. 사업기간은 12월까지로 되어 있는데 공사현장을 보니 얼추 기간이 맞춰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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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벼슬섬과 곧 완공될 다리

연말을 앞둔 마음이 매번 그렇듯 눈과 마음이 가는 곳에 아쉬움이 어린다. 눈길을 붙잡는 한 줄 메모 글에 의미를 부여하며 꿈꾸던 시간을 짐작해본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과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다짐했던 의지는 어느 순간,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문제라고 여겼던 것들이 풀려갔다. 일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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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빛자연휴양림

온 누리의 빛이 모이는 곳이어서 ‘온빛’이라고 했을까. 온빛자연휴양림은 단풍의 명소로 논산의 스위스라는 별칭이 따른다. 계절마다 풍광을 달리 드러내는 메타세콰이어는 이파리를 모두 떨궜다. 겨울을 한껏 맞이하며 마치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잔가지마저 모두 하늘을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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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 

주차된 차들로 짐작하면 사람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는 마음이 고요하다. 이대로 쭉 그냥 걷고 싶은 마음이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이 겨울에 먼저 오기를 잘했다. 여름이나 가을의 이곳 풍경은 지금과 다른 분위기로 화려하고 풍성하겠지만, 지금 오롯이 나목으로 서 있는 나무들과 그 주변은 그 자체로 텅 빈 충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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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이 안내하는 산책로

산책로와 등산로 입구에는 마치 공룡이 안내하는 것처럼 표지가 있는 곳엔 공룡이 나타난다. 시화(詩畵)로 걸린 글에는 개인의 글이거나 ‘채근담’에서 가져온 글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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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생

‘마음은 자손을 위한 뿌리다. 뿌리를 심지 않고도 그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지금까지 없었느니라’, ‘상생(相生) 자녀와 싸우지 말고 자녀의 문제와 싸우라! 언제나 둘 다 이길 것이다.’
자녀의 문제는 동양이나 서양 과거와 현재 어제오늘만이 아닌 언제 어느 때나 인간사에는 공통의 관심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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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화가 걸려있는 아담한 원색의 건물이 겨울에 유난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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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에서 누가 보일까요?

오래된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10분 정도 걸었다. 걸음은 여전한데 어느새 나는 동화 속 비밀의 숲에 나타난 이방인이 되었다. 원색의 집들은 혹시나 과자로 지어진 건 아닐까. 무채색 배경에 느닷없이 핀 화려한 꽃처럼 그 안에선 일곱 난장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읽었던 명작동화가 뒤죽박죽으로 섞이는 동안 동화는 정말 현실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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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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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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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누워 있는 집, 금방 지나쳐온 메타세콰이어 키 큰 나무들도 모두 누워 있다. 사람들은 쪼그려 앉아 경배하듯 두 손을 모아 집중한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면 보람 없이 흐트러질 것이다. 바람이 불기 전에 의식을 모두 마쳐야 한다. 겨울요정이 산뜻한 향기를 날리며 지나갔다. 어느 용도로 사용되는지 모를 건물은 별장이나 누군가의 숙소인 듯 한참을 바라보는데, 인기척은 없었다. 호수위에 저 집은 세심한 계획으로 그림처럼 지어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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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시비

온빛자연휴양림은 입장료가 따로 없다. 곳곳에 벤치가 있지만 날씨가 추워서 앉아 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길과 등산로가 있어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느껴보기로 한다. 진달래 시비가 있고 설치조각물이 있어서 보니 의외로 예식장을 광고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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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콰이어 길
 
12월의 무창포 해수욕장과 온빛자연휴양림까지 명상으로 안내했던 풍경을 뒤로 하고 차에 오른다.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활동이 더 위축되는 요즘, 조용히 깊어지는 계절을 맞고 있다.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진 연초의 계획에 아쉬움이 진했던 마음은 어느 새 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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