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우리 문화재와 함께한 코로나 블루 극복기

2021.12.13(월) 20:25:51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조선구마사'는 올봄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논란으로 시청자 항의가 빗발쳐 2회 만에 막을 내린 드라마다. 시총 7백억이 증발하고, PD와 배우들에 이어 작가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조선구마사' 사건 이후 사극을 볼 때는 자연스럽게 극 중 소품이나 복식까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몇 달 전 금, 토요일에 방영되는 사극 한편을 시청하게 된 이유도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특A급 톱스타를 내세운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다 광고 시간을 못 참아 채널을 돌리게 됐다. 빠르게 리모컨을 누르다 사극이 방영되는 한 채널에 시선이 꽂혔다. 남녀 주인공만 확인하고 지나쳤다면 몇십 초의 광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심코 돌리다 스치는 채널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도 매료될 만큼 드라마 배경인 궁궐 안팎 풍경은 너무나 예쁘게 비쳤다. 특히 톱스타를 내세운 드라마는 여주인공 씬에 유독 공을 들인 반면, 이 사극은 작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놓치기 싫을 만큼 영상미가 뛰어났다.

우리문화재와함께한코로나블루극복기 1

직산현관아

직산현관아
▲ 직산현관아(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42호,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군서1길59-8)

직산향교지에는 조선 정조 때, 전패가 없어져 직위 해제를 막기 위해 전패를 찾고 보니
▲ 직산향교지에는 조선 정조 때, 전패가 없어져 직위 해제를 막기 위해 전패를 찾고 보니 전패가 사라지면 이득을 취할 자의 소행임이 밝혀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2020년 10월, 인문학 강의를 함께 듣던 수강생들과 직산현관아 답사길에 올랐었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질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답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이날 답사길에 올랐던 수강생은 7, 80대의 퇴직한 교육공무원이 대부분이었으며, 몸이 불편하여 단장(短杖)을 짚으신 분도 계셨다. 그런데 직산현관아 내에서는 문화재청의 '2020 문화유산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안녕 직산의 오충신, 잃어버린 전패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고, 우리 답사팀은 사전에 이 프로그램 참가를 신청해 놓고 있었다. 게임과 퀴즈를 풀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프로그램에 수강생들이 뒷짐만 지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뜻밖에 어르신 수강생들은 윷과 투호를 던지고 제기를 차는 1차 코스를 클리어하고, 답사 과정에서 해설사한테서 들은 직산현에 관한 퀴즈 풀기에 도전했다.  퀴즈를 다 푼 팀은 마지막으로 정조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패(임금을 상징하는 '殿'자를 새겨 각 고을의 객사(客舍)에 세운 나무패)'를 찾아 발 빠르게 움직였다. 1등을 놓친 팀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내내 화제에 오를 만큼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직산현 관아에서의 추억담은 이렇게 갈무리가 되는 줄로 알았다.

무드 등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 상품을 받고 완성해 보았다.
▲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 상품을 받고 완성해 보았다.

그런데 지난 9월 17일~ 10월 29일, 문화재청에서 각 지역문화재 활용사업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민백일장 '유유자적 시민스토리 공모'전을 진행했다. 체험수기와 자랑하고 싶은 우리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을 공모 주제로 했으며, 체험 연도가 무관하여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직산현관아 답사길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감상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11월 중순, 유유자적 시민스토리 공모작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e-book 제작의 특전과 함께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 상품을 선물로 받았다. 아이들마냥 들떠서 키트 선물을 받자마자 설명서에 따라 조립해가며 조선왕실등을 완성해 냈다.

시민백일장에 응모하고 공모작에 선정되어 선물로 받아 완성한 이 조선왕실등을 몇 달 전부터 꽂혀 방영날만을 기다리는 사극에서 발견했다. 찰나의 순간에도 한눈에 알아봤다. 그러고 나니 드라마에 더욱 애정이 생겨났다. 4일 전에는 고고분야 첫 멀티미디어형 점자감각책이 발간됐는데, 이 드라마의 왕세손 역할을 맡은 배우가 목소리로 참여했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 책자는 초·중등 시각장애인이 해양문화재와 수중발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동화책과 촉각교구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자칫 그저 그런 답사로 끝날 뻔했던 2020년 10월의 하루는 뜻을 같이한 수강생들 덕분에 오래 기억할 수 있었고, 2021년에는 이렇듯 추억의 연작(?)을 세밑에 안겨 주고 있다.

일동장유가 필사 완료자에게 자개텀블러가 전달됐다. ▲ 충남역사박물관에서는 일동장유가 필사 완료자에게 자개 텀블러를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우리문화재와함께한코로나블루극복기 2

자개 텀블러 디자인과 속지 디자인
▲ 기념품인 '자개 텀블러'와 속지 디자인은 충남역사박물관 소장의 신미통신일록과 통신정사 인장 등으로 도안되었다.

조선왕실등을 받고 좋았던 반면 게으름을 피우다 특별한 기념품을 놓친 일도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충남역사박물관은 2021 세계유산활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집콕, 일동장유가 필사 챌린지'를 진행해 왔다. 10월 말까지 퇴석 김인겸의 한글기행가사〈일동장유가〉총 4권을 필사 완료한 참가자에게는 11월 말에 기념품이 증정됐다. 
기념품을 받은 필사 완료자들이 SNS에 "너무 예뻐서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라고 사진과 글을 올렸다.  기념품은 언택트 시대에 필수품인 된 텀블러였다. 일반적인 텀블러였어도 주체 못하게 좋았을 것 같은데, 정성을 더해 '자개 텀블러'가 전달됐다고 한다. 전통미와 실용성을 콜라보한 기념품을 보니, '조금 더 분발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고마운 분께 감사의 뜻을 담아 자개 옻칠기를 선물했다.
▲ 고마운 분께 감사의 뜻을 담아 자개 옻칠기(가장 아래)를 선물했다.

언젠가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 시간을 쪼개 주신 분께 꽃문양 자개를 박은 옻칠기를 선물한 일이 있다. 작품을 만든 작가는 "옻칠만으로도 특별하지만, 품위와 정성을 보탠 작품이에요."라고 귀띔했었다. 비싸게 산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변(辯)을 듣고 나니 감사한 분께 꼭 전하고 싶었었다.
충남역사박물관 측에서 준비한 자개 텀블러에는 고마운 분께 옻칠기를 전할 때의 내 심정과 같은 마음이 담겼으리라. 필시 총 4권의 필사를 마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다했을 참가자들의 수고에 감사의 뜻을 담아 전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동장유가 원본과 해석
▲ 일동장유가 원본과 해석

기한 내에 필사를 끝마치지 못해 기념품은 받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홀가분해져 오롯이 일동장유가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원문과 번역을 비교하며 통신사 사행의 필요성과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 한·일 관계, 의태어를 비롯한 한글 표현의 우수성 등을 살펴 가며 필사를 이어가고 있다.
참가자 중 한 분은 일동장유가 필사를 하며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았다고 참가 소회를 밝혔다. 어쩌면 나는 긴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게 해준 고마운 동반자와 함께.
 

엥선생 깡언니님의 다른 기사 보기

[엥선생 깡언니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