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 들리는 가을 숲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2021.10.26(화) 11:15:05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
▲ 오서산 자연휴양림

저절로 툭, 떨어지는 도토리를 주워 만지작거렸다. 통통하고 탐스럽다.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서너 개를 줍다가 다람쥐 밥에 손을 대는 것 같아 다시 그 자리에 놓았다. 바람이 지나가자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도토리나무는 하늘높이높이 뻗어있다.

1
▲ 사진 왼쪽의 키 큰 나무들이 모두 도토리나무이다.

“정말 여기를 다시 왔네.”

1
▲ 오서산자연휴양림의 아침

지난여름, 명대계곡 근처까지 왔다가 배가 고파서 다시 돌아간 적이 있다. 계곡 근처에 당연히 식당이 있을 줄 알고 왔지만 시원한 음료나 차를 파는 휴게소까지 잠겨있었다. 허기진 상태에서 산을 오를 수 없었고 다음에 다시 오자 했다. 그 ‘다음’이 오늘이 되었다.

1
▲ 도토리나무가 울창한 곳, 우리가 묵었던 '모란꽃'숙소가 다갈색 도토리빛깔을 띠고 있다.

오서산 국립자연휴양림에서 모처럼 식구들과 1박을 하기로 했다. 주말예약은 미리 서둘렀어야 했지만 일정이 잡히고 뒤늦게 알아보니 3, 4인실은 모두 예약이 찼다. 우리 3식구가 묵은 곳은 ‘연립동 6인실 모란꽃 407호’였다. 집에서 곧바로 온 길이 아니어서 도착한 시간은 저녁 무렵이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길을 따라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 옆에 야영장이 있었다. 그곳엔 우리처럼 늦게 온 사람들 두엇이 텐트를 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1
▲ 야영데크가 있는 곳

1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가기엔 밖은 이미 어두웠다. 산책은 다음 날 아침에 일찍 하기로 했다. 집이 아닌 자연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은 특별하다.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고 아주 사소한 감정도 살펴볼 수 있다. 퇴직을 앞둔 남편과 사회초년생인 아들이 허심탄회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1

1
▲ 소원터널

이른 아침, 아들은 자고 남편과 둘이 산책길을 나섰다. ‘오서산(烏捿山)’이라는 지명은 까마귀의 보금자리란 뜻으로 이곳은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까마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소원터널’ 입구에 까마귀와 까치를 형상화한 설치물이 있었다. 작은 터널 위에 마른 잎들이 걸쳐있어 다소 썰렁하긴 했지만 가족의 건강을 빌면서 천천히 걸었다.

1
▲ 맨드라미꽃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한다. 머리를 쓰다둠듯 융단같은 꽃을 어루만지고 싶다.

도토리알얼굴부비는소리들리는가을숲 1

우리는 목공예 체험장이 있는 길을 향해 걸었다. 연림동이 들어선 곳과 달리 옹기들이 모여 있고 정원에는 맨드라미, 과꽃, 천일홍 등 다양한 꽃들이 울타리역할을 하며 핀 곳은 개인이 하는 펜션 같았다. 새벽아침시간에 그곳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검정비닐봉지 안으로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담았다. 자연휴양림이 생기기 이전인 20년 전부터 이미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분이 아닐까싶었다.

1
▲ 소나무가 있는 포토존

1
▲ 오서산 자연휴양림 안내도

1
▲ 앉아보시겠어요? 

우리가 산책하는 동안 도토리를 줍는 아주머니 말고는 다른 사람은 없었다. 고요한 숲속에서 처음을 알 수 없는 바람이 도토리 잎사귀 마른 잎에 스며 바스락 소리를 낼 뿐이었다. 길 따라 꽂아놓은 색색의 바람개비가 바람을 따라 조금씩 돌다가 멈추고 다시 바람을 기다렸다.

1
▲ 바람개비가 예쁜 길

오서산 정상까지는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2.4키로였다. 왕복 3시간을 넘어 정상에 올라 시원하게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터, 오늘은 자연휴양림에서 코로나19로 묶인 것 같은 몸과 마음을 잘 풀고 다시 에너지를 얻고 가는 것으로 의미를 두기로 했다.

1
▲ 오서산 정상 억새밭은 다음기회로 남겨둔다.

1

1
▲ '모란꽃 6인실' 수건과 세면도구는 따로 없다. 

휴양림 주변의 숲을 한 바퀴 돌고 숙소 근처에 이르자 도토리를 주워 담던 아주머니가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비닐봉지는 꽤나 묵직했다. 나는 자꾸 다갈색 야들야들한 도토리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 제목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는 김선우 시인의 <단단한 고요>에서 따왔습니다.
오서산 자연휴양림: 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531
문의: 041-936-5465, 매주 화요일 정기휴일.
 

황토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황토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