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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무더위 날려 줄 반가운 손님이 다녀간 '공주산성시장'

2021.08.21(토) 14:26:14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입추가 지난 지 이미 여러 날이 되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여전히 온몸은 땀에 젖어 불쾌감을 더한다. 여름이 물러간 줄 알고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큰코다치기에 십상이다. 청결 유지는 물론이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균형 잡힌 식단으로 탈수, 배앓이, 식중독 등을 경계해야 한다. 

8월 중순의 공주산성시장 4길 풍경

▲ 8월 중순의 공주산성시장 4길 풍경 


바깥나들이를 자제하다 지난 8월 19일(목), 의복 수선집이 몰려 있는 공주산성시장 4길 골목에 들어서 봤다. 경기가 안 좋아 뭐든 아껴야 하는 시기에는 공식화된 것마냥 입던 옷을 수선해서 입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니 불경기일수록 이곳 미싱은 씽씽 숨 가쁘게 돌아간다. 대낮에도 환하게 불을 켜 놓고 바쁘게 손을 놀리는 양재사들을 뒤로하고, 옷 가게가 늘어선 골목에 당도했다.

점포마다 죄다 문이 닫혀 골목 분위기가 스산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때문인지.... 끝나지 않은 더위 탓인지.... 오지 않는 손님들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가게 주인들은 때늦은 휴가를 떠난 눈치다.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만이 출입문에 붙어 손님맞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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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의 노란색 '여행자 평상' 위에는 장보러 온 손님들 대신 고추와 참깨가 올라앉아 있다.

▲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의 노란색 '여행자 평상' 위에는 장 보러 온 손님들 대신 고추와 참깨가 올라앉아 쉬고 있다.


휑뎅그렁한 골목을 빠져나와 산성시장 문화공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란색 '여행자 평상' 위에는 시장을 찾을 손님들 대신 붉은 고추와 실하게 여문 깻단이 일광욕 중이었다.

한편으로 씁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손님이 몰려 장사만 잘된다고 소상인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지난날, 시장 골목을 지날 때면 걸리적거리고 볼썽사나워 쌓아둔 적재물에 불평을 쏟아내 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통시장 상인들 입장에선 빨래 널 공간도 필요하고, 고추나 참깨도 말려 써야 하니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조장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인 전용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재가 겹쳐 장 보러 오는 손님이 줄어든 시장 한복판에 서 있다 보니, 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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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산성시장의 문화카페(위)와 라디오방송국(아래)

▲ 공주산성시장의 문화카페 '마루'(위)와 라디오방송국(아래)이 들어선 건물 풍경


"라디오 방송국에서 알려 드립니다. 오늘 반가운 손님 한 분이 우리 시장을 찾아 주셔서 소개합니다"

적막강산 같은 고요를 깨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우렁찬 안내 방송이 '마루' 쪽에서 들려왔다. '마루'는 공주산성시장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문화 카페로 상인 DJ들이 요일을 정해 음악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카피추라는 활동명의 개그맨 추대엽이 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카피추'라는 활동명을 가진 예능인 추대엽이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반가운 손님'이 누군지 궁금하여 부스 안을 들여다보니. '아니! 저 사람은....'
DJ 옆자리에는 얼굴이 알려진 예능인이 앉아 있다. '카피추'라는 활동명으로 더 잘 알려진 예능인 '추대엽'이다. 근래 "아기 상어"를 비롯해 이미 발표된 노래를 위트 있게 개사해 부르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TV나 유튜브에서나 보던 인물의 등장으로 젊은이들이 그를 보기 위해 어디선가 하나둘 몰려왔다.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도 없더니, 어디서들 나왔는지 모르겠다. 당연한 수순으로 나훈아의 '영영'을 한 곡 부르고 방송 부스를 나온 카피추에게 그들의 기념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모처럼 시끌벅적해진 분위기로 사람 냄새나는 장터만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중고제 판소리 '박성환'명창 부부와 '카피추'가 호흡을 맞춰 홍보 영상을 촬영 중이다.

▲ 중고제 판소리 소리꾼 '박성환' 부부와 '카피추'가 호흡을 맞춰가며 홍보 영상을 촬영 중이다.


카피추가 공주산성시장에 등장한 건 대전MBC에서 오는 8월 25일(수), 밤10시에 방영할 프로그램 촬영 때문이었다. DJ가 소개한 또 다른 손님은 중고제 판소리 소리꾼 '박성환'과 같은 길을 걷는 그의 아내였다.

지난봄에 공주시와 산성상권활성화사업단에서 산성 1길에 마련해 개장한 '사랑의 밤톨길'에서 '박성환' 명창 부부와 '카피추'는 호흡을 맞추며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 스케줄을 마쳤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두 소리꾼의 노래는 듣지 못했으니,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옮겨 두 분은 시원한 노랫가락을 뽑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금한 게 많아서 방송하는 날을 꼭 챙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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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 분수에서 열기를 식혀 줄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 분수에서 열기를 식혀 줄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반가운 손님들이 다녀가고, 모처럼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 무더위를 날려 줄 시원한 물줄기가 분수대에서 뿜어졌다.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여름이면 장 보러 오는 손님이 아니어도 일부러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즐기러 문화공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꽤나 많았다. 이제는 이토록 멋지고 신나는 장면을 몇몇 사람만이 즐겨야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던 어린이가 아쉬움을 등에 지고 자리를 뜨고 있다.

▲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던 어린이가 아쉬움을 등에 지고 자리를 뜨고 있다.


다행히 공원에 있던 꼬마 손님 몇몇이 과감하게 물줄기를 뚫고 다니며 하늘 높이 웃음소리를 쏘아댔다. 맑고 고운 그 웃음소리에 침울했던 기분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물에 홀딱 젖어 돌아가면 엄마 잔소리가 꽤나 길어질 텐데, 멀어져 가는 꼬마 손님의 등허리에는 잘 놀다가는 흡족함이 촉촉이 베어 있다.

비수기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까지 겹쳐 고요만이 감돌던 공주산성시장이 모처럼 시끌벅적한 날이었다. 건강하게 막바지 여름 나기를 잘 하신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이 꼬마 손님이 흘리고 간 웃음소리 내려앉은 시장 곳곳에서 반갑게 만나 웃을 날을 손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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