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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인터뷰 영상을 보고 꼭 가 보고 싶었던 사진 작가전

사진작가 이민호의〈SLOW CITY 작고 느린 도시를 이야기하다〉사진전

2021.08.03(화) 17:10:24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공주 공산성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몇 개나 아는지 헤아려 봤다. 그러다 지인이 모르는 길이 있어 안내 하마 했더니, 선뜻 따라나서마 답한다. 내친김에 바로 날을 잡아, 지난 일요일 새벽 일찍 출발해 봤다.

공주 오동나무길에서 공산성 영동루로 오르는 길
▲ 공주 오동나무길에서 공산성 '영동루'로 오르는 길에 내려다본 공주시가지 전경

공주 원도심에 사는 공주사람이라고 해도 관심이 없으면 잘 모르는 길로 지인을 데리고 올라갔다. 골목을 몇 개 지나고 동네 사람들이 텃밭을 일구는 곳을 오르니 공주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첨탑이 있는 건물이 공주 중동성당이다. 중동성당의 왼쪽이 옥룡동, 오른쪽에 산성동, 반죽동, 봉황동, 중학동이 보이고, 저 멀리 금학동 일부가 보였다.

이 전경을 지인과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 전 다녀온 사진 전시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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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공주 올해의 사진 작가전,  이민호 SLOW CITY 작고 느린 도시를 이야기하다'
▲ 2021 공주 올해의 사진 작가전, 이민호 〈SLOW CITY 작고 느린 도시를 이야기하다〉전시장 입구와 내부 전경

7월 21일(수)~ 8월 1일(일), 아트센터 '고마'에서 사진작가 이민호의〈SLOW CITY 작고 느린 도시를 이야기하다〉사진전이 열렸다. 공주문화재단이 주관· 주최한 '2021 공주 올해의 사진 작가전'이다.

공주 시내 곳곳에 붙은 현수막과 SNS 홍보를 통해 사진전 개최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지인으로부터 이미 도록 한 권을 얻어서 전시 작품을 이미 살펴본 터라 직접 가 봐야겠다는 생각까진 들진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클릭하게 됐다.

이민호 작가의 '창을 넘어 뛰쳐나오는 빛이 있는 풍경, 산성동과 미꾸라지, 닭, 개미가 있는 풍경 산성동
▲ 이민호 작가의〈창을 넘어 뛰쳐나오는 빛이 있는 풍경, 산성동〉과 〈미꾸라지, 닭, 개미가 있는 풍경, 산성동〉

공주시 원도심의 산성동에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제 작업의 가장 큰 핵심 포인트는 '공주를 가장 공주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입니다."라고 전했다.

그것은 아름답거나 또는 아픈 것, 기록적인 것, 개념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하며 아름다운 것은 공주의 고대, 근대, 현대, 아름다운 것들로 금강이나, 공산성, 제민천, 공주 설화 등으로 예를 들며, 기회가 주어지면 공주의 다양한 정면, 측면, 뒷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공주를 사진으로 담고 싶어 하는 사진작가들의 일반적인 작업 대상이라 '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핵심적인 작업 포인트인 가슴 아픈 상처는 황새바위라든가 동학농민운동, 살구쟁이 등이라고 답했다. 천주교도 약 248명이 순교한 황새바위나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발굴지인 '왕촌 살구쟁이'의 암흑과 같은 느낌, 삶에 대한 절실함 등을 표현해 보고자 한다는 인터뷰 장면에서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시류에 휘둘리지 않는 사진작가로서의 확고한 작업 철학과 소명이 전해진 때문이다. 사진을 왜 찍어야 하고,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교본에서 얻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민호 작가의
▲ 2021년에 촬영한 이민호 작가의 〈공주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풍경, 옥룡동·산성동·봉황동·금학동 >

이민호 작가의
▲ 2012년에 촬영한 이민호 작가의 〈마을을 감시하는 새가 날아가는 풍경, 옥룡동 〉은 도록의 표지를 장식한 사진이다.

전시회장을 찾았을 때 작가는 다른 관람객 두 명과 이야기 중이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작가는 친분이 있어 보이는 두 관람객에게 물었다.

"이 중 어떤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드세요?"

옆에서 듣고 있던 내게 묻는다면〈 공주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풍경 〉과 〈마을을 감시하는 새가 날아가는 풍경〉을 꼽겠노라 생각했다.

5층 맨션에서 바라본 공산과 옥룡동
▲ 2021년 봄에 5층 맨션에서 바라본 공산과 옥룡동

두 곳은 나 역시도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적이 있어 익숙한 풍경이다. 찍는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사진과 그렇지 못한 사진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어 부끄럽게 한 사진들이기도 하다.
 
로또 복권방과
▲ 좌로부터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배달하는 혜성짜장, 교동〉,〈6개의 가게가 섬처럼 붙어있는 풍경, 산성동〉,〈로또 복권방과 딱 달라 붙어있는 5개의 가게, 산성동〉,〈세계유산을 보러 온 주인을 기다리는 89대의 자동차, 웅진동〉

여인숙 골목으로 알려진 혜성짜장 뒤편, 공주산성시장의 랜드마크 같았던 창원약국이 있던 현대그릇프라자 건물, 금곡연탄공장이 있던 도로, 허허벌판이었던 미나리꽝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공주지역의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보고 자란 작가는 원도심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삶들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고, 그 오랜 기억들은 사진 작업의 주제로 또는 모티브로 사용되는 오래된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라고 했다.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유년시절의 기억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이민호 작가의 작업의 핵심 포인트의 마지막은 개념적인 것, 기록적인 것이라고 했다. '공주의 꽃, 공주님의 꽃'을 주제로 촬영 중이라고 한다. 공주병에 걸린 꽃과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꽃 등을 작업하고 있다는데, 그의 다음 전시가 몹시도 기다려질 만큼 매력적인 주제다.

설렁설렁 카메라만 들고 다니며 늘지 않는 실력을 한탄만 해왔다. 시간 내서 이민호 작가가 올랐던 월성산, 16층 아파트, 큰 사거리 빌딩, 백제큰다리 위에 올라봐야겠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질문의 답도 함께 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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