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청양에도 남산이 있습니다. 칠갑산이 전국적으로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청양 읍내권 일대만 놓고 보면 여기에서는 남산이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청양군은 지천생태길 구간, 녹색길 구간, 벚꽃길 구간, 고향길 구간으로 이어지는 13.8km짜리 순환 도보여행길, 남산녹색둘레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이 길을 걷다 보면 청양 남산 일대에 펼쳐지는 청양의 역사, 문화, 자연생태 그리고 마을 풍경을 두루 만날 수 있습니다.

적누리 마을은 남산녹색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장소 중 하나입니다. 지천생태공원에서 시작한 지천생태길 구간은 지천교를 기점으로 끝나고 녹색길 구간이 시작하는데, 이때 녹색길 구간을 여는 첫 장소가 바로 적누리 마을이기 때문입니다.

▲ 청양 남산녹색둘레길 녹색길 구간 시작을 여는 적누리마을 

녹색길 구간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적누리 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적누리란 이름은 이 일대 흙빛이 붉고 누렇다고 해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다음 장소인 적누지로 이동하는 길에 마을 곳곳에 핀 여러 작물 꽃을 만나는 시간을 갖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이해 활짝 피기 시작한 참깨꽃도 실컷 구경할 수 있고, 언제 봐도 단아한 기품이 일품인 도라지꽃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청양을 대표하는 작물인 구기자꽃도 직접 만나는 시간도 즐깁니다.





▲ 적누리마을 풍경 : 참깨꽃, 도라지꽃, 구기자꽃

녹색길 구간은 적누리 마을을 지나 남산자락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이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한 곳인 적누지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을 소개하는 여러 자료에 따르면 적누지는 이 일대 농가에 농업용수를 보급하기 위해 1985년에 만들어진 저수지인데, 깊은 산속에 있어 수달도 나타나고, 외래어종 침입 없이 고유어종이 서식하는 장소로 나와 있습니다.





▲ 청양 남산녹색둘레길 녹색길 구간 : 적누지 일대 

적누지 일대는 수자원 보호구역이라 저수지 아래로 가까이 가지는 못합니다. 대신 먼발치서 적누지를 바라보면서 도보 여행길을 이어갑니다. 안내자료에 나온 것처럼 혹시 수달 활동 모습을 볼 수 있진 않을까 기대도 해 봤지만, 이번에는 수달과 인연이 닿지 않습니다. 대신 어디선가 날아와 적누지에 막 도착하는 민물가마우지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달랩니다.

▲ 청양 남산녹색둘레길 녹색길 구간 : 민물가마우지

산길을 걸으면서 길옆에 핀 여러 야생식물 친구를 만납니다. 노랗게 잘 익은 고들빼기꽃도 보고, 우리나라 토종 나팔꽃인 메꽃도 감상합니다. 사람 눈을 피해 길가 구석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빨간 산딸기 열매를 발견하곤 '따먹어 볼까 말까?' 잠시 고민도 해 보고, 적누지 옆 쉼터에 앉아 여기서 오랜 시간을 지켜왔을 자귀나무꽃을 바라보며 자연 속 휴식을 즐기는 시간도 갖습니다.







▲ 적누지 일대 풍경 : 고들빼기꽃, 메꽃, 산딸기 열매, 그리고 자귀나무꽃 

가장 반가웠던 순간은 귀한 우리 꽃 인연을 새롭게 맺은 시간입니다. 마을로 되돌아오는 길에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녹지공간에선 잘 보기 힘든 짚신나물을 만납니다. 짚신나물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과거를 보러 가던 과객이 산속에서 갑작스레 피를 흘리면서 생명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두루미가 나타나 건네준 짚신나물을 먹고 기적처럼 살아났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그래서 짚신나물을 선학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적누지 구간 산길에서 만난 짚신나물꽃

다시 산길을 내려와 적누리 마을로 되돌아옵니다. 아까는 처음 방문하는 장소라 긴장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마을 주변 풍경이 제 마음 안으로 쏙 들어옵니다. 그렇게 평온한 농촌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곳과 언제 다시 여행길 인연이 닿기를 기대해 봅니다.

▲ 적누리 마을 일대 논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