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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몽산포에서 정신의 영토를 확장한다는 것

몽대항의 맛과 몽산포해수욕장의 즐거움

2021.06.30(수) 23:31:49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문명은 전성기를 맞아 전 국토에 넘쳐흐르고 있으나 문화는 찬서리 맞은 가을꽃이 되고 있어요. 물질은 있으되 정신에는 큰 공동(空洞)이 생겨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나 사회주의 사회 모두 경제 행위를 우선하고 있는 만큼 정신의 영토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생명 사상이란 새로운 생각 없이는 우리에게 길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朴景利) 소설가 겸 작가의 말이다.

몽산포해변의 탁 트인 바다
▲ 몽산포해변의 탁 트인 바다

박경리 소설가는 한국의 역사와 자연의 생명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필법을 구사하였다. 그가 말한 '생명 사상이란 새로운 생각'은 무엇일까? 현재에서 미래로 치닫는 문명의 화려한 굉음 속에서 찬서리 맞고 있는 과거의 문화는 시간의 먼지에 희석되어 형체를 잃어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박경리 작가가 말한 대로 정신에 큰 공동(空洞)이 생긴 듯 무질서하게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꽃 속에 그리는 몽산포'라는 글 귀가 선명한 해변의 가로등
▲ '꽃 속에 그리는 몽산포'라는 글 귀가 선명한 해변의 가로등

도시문명의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건물들의 선과 면은 형이하학적인 무질서한 구조물을 만들고 인간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 가두고 있다. 도시는 구조적인 명제를 무시하고 거대한 콘크리트의 틈새에 벌집처럼 작은 공간을 인간에게 허락한다. 그 작은 공간에는 문명의 편의주의를 쫓는 제품들로 가득하고 좁아진 공간에 몸을 의지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속에서 문명은 현재의 고단한 육체를 위로하고, 미래를 위한 정신은 자신의 영토를 찾아 과거로 향한다. 문명과 문화는 어울릴 것 같지만 인간의 영역에서 좌표점을 만들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는 시간의 등고선을 그리고 있다. 육체의 고단함이 한없이 밀려들 때, 문명의 전성기를 잠시 쉬게 하고 생명이 가득한 자연의 공간을 찾아가 보자. 자연의 공간에서 자아를 찾아 내 정신의 영토를 넓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영토 한 자락에 해당화 한 그루 심고 예쁜 꽃 피워내면 어떨까?

몽산포해수욕장의 해변
▲ 몽산포해수욕장의 해변

탁 트인 서해의 수평선,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은 촐싹대는 파도를 품고 있다.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의 손에는 맛소금이 흔들거린다. 모래 속에 잠자는 맛조개를 깨우려고 뿌리는 맛소금의 양이 한 없다. 태안군 남면의 '몽산포해수욕장'은 역사도 길지만 문명의 이기적인 모습을 느낄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의 맛이 좋아 사랑받는 곳이다. 1969년에 몽산포해수욕장이 개장을 한 후 53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는지 정확한 숫자조차 가늠할 수 없다.

파도타기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
▲ 파도타기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

태안 8경 중 제7 경인 몽산포해수욕장과 주변 경관은 천혜의 비경과 자연의 생명들이 공존하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이다. 굴혈포, 몽산포, 달산포, 청포대, 마검포, 곰섬 등의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남면은 천수만 간척지를 포함해서 60.65㎢로 태안군 내 8개 읍·면 중 6번째로 큰 지역이다. 해안선은 40.0㎞에 이르고 있으며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과 백사장(모래해변)이 잘 발달되어 있어 몽산포, 청포대, 마검포 해수욕장은 동양 제1의 백사장을 자랑하기도 한다.

모래가 곱고 주변이 아름다운 몽산포 해변 길
▲ 모래가 곱고 주변이 아름다운 몽산포 해변 길

해당화 피고 지는 몽산포 백사장은 모래가 참 곱다. 뜨거운 7월의 햇빛들이 모여들어 고운 모래알 사이사이에서 자글거리는 그 느낌을 맨발로 느껴보는 경험은 새롭다. 처음에 느끼는 뜨거운 기분은 개미에게 물린 듯 따끔하지만 금방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편안해진다. 사람들이 맨발로 느끼는 고운 모래의 느낌에 취해서 신발의 필요성을 잊게 되고 결국은 신발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 이유이다.

해변 곳곳에 피어 있는 해당화 군락
▲ 해변 곳곳에 피어 있는 해당화 군락

몽산포의 해변은 해당화 꽃이 만발하다. 소나무 숲 앞에서 붉은색 꽃부리를 초록의 잎으로 살짝 가리고, 가시를 촘촘하게 드러내 까칠하게 보이는 해당화는 그리움을 뿌리 속에 품은 정이 많은 꽃이다. 바다를 사랑하는 해당화. 하얀 모래 위로 살금살금 기어 오는 푸른 파도를 기다리지만 포옹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하는 원망이 오죽할까. 그래서 해당화의 꽃말은 '그리움'과 '원망'이다.

몽대포구(몽산포항)의 모습
▲ 몽대포구(몽산포항)의 모습

몽산포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몽대포구(몽산포항)의 방파제가 보인다. 몽대포구와 몽산포해수욕장 사이의 해변가에는 거창한 암석과 석굴들이 있었으나 1950년대 중반 방파제 축조공사로 인하여 완전히 훼손되어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각종 기암괴석은 바다의 신이 형상화한 것이며 석굴은 신령스러운 바다의 신이 기거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명 이기주의는 자연이 선물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중장비를 동원해서 과거의 이야기로 만들어 버렸다. 다시 복원할 수 없는 몽산포항 주변의 비경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힘겹게 이어지고 있다.

기암괴석과 석굴들을 대신하는 방파제 끝 등대의 붉은빛은 해당화의 붉은빛과는 전혀 다른 낯선 색감으로 다가온다. 문명의 이기주의에 물든 등대의 붉은빛은 초라했고, 자연의 순수함을 머금은 해당화 꽃의 붉은색은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웠다.

몽대포구의 등대 모습
▲ 몽대포구의 등대 모습

우리 한국인은 음식으로 정을 나누는 민족이다. 그리고 밥 힘으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기적을 만들기도 하며, 건강한 육체에 깃드는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기도 한다. 몽산포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몽대항의 다양하고 풍부한 해산물 먹거리를 잊지 못한다. 통발을 주로 사용해서 획득하는 해산물들은 어선이 포구에 들어오면 바로 사다가 먹을 수 있어서 맛과 육질이 신선하다. 몽산포해수욕장 하늘에는 갈매기가 유난히 많다. 몽대항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한 갈매기들은 몽산포해수욕장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소화를 시키는 것이다.

갈매기의 예리한 눈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 갈매기의 예리한 눈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갈매기들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해변과 가까운 숲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먹다가 한눈을 팔면 갈매기들에게 음식을 빼앗기는 경우도 생긴다. 몽산포해수욕장의 소나무 숲에 텐트를 치고 바로 옆에 있는 몽산포(몽대)항으로 가서 횟감이나 해산물을 사 가지고 오면 물고기를 잘 보관해야 한다. 갈매기들이 하늘에서 늘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몽산포항에서 숭어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이 방파제에 낚싯대를 걸쳐 놓고 시간과 물고기를 동시에 낚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몽산포 하늘을 누비는 갈매기
▲ 몽산포 하늘을 누비는 갈매기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기 전에는 주꾸미가 많이 나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는 몽산포 어촌계의 주관으로 2009년부터 해마다 주꾸미 축제를 열었다. 이를 위해 2000년도에는 기존의 방파제를 증·이설 하고 확장하여 선박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게 하였으며 비좁은 포구 전면을 매립하여 주차장이나 어구의 적취장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적취장에 가득한 통발들은 바닷속으로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 7월의 햇살에 지쳐가고 있었다.

적취장에 쌓여 있는 통발어구들
▲ 적취장에 쌓여 있는 통발어구들

올 해의 몽산포항은 한산하기만 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관광객들이 줄어들자 어촌의 포구도 활력을 잃어가고 어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듯이 갈매기들이 고함을 지르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갈매기들이 ‘꺄~악, 꺄약’ 거리며 무더운 여름 하늘을 시끄럽게 날아다녀도, 수산물시장의 좌판대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아낙네들의 얼굴을 밝다. 중년의 부부가 다가오자 " 사모님! 이 광어를 보세요. 힘이 넘쳐나요. 사장님과 사모님이 드시면 오늘 밤 회춘합니다." 하면서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짓궂게 농담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분위기에 맞추어 이야기를 건네는데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실력자였다. 갈매기들이 아낙네들의 재미있는 농담 소리에 배꼽을 잡고 ‘꺅 꺅’ 거리며 웃는 것 같기도 한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사람들이 넘쳐 나던 항구에는 어구들만 가득하다
▲ 사람들이 넘쳐 나던 항구에는 어구들만 가득하다

몽산포해수욕장이 있는 몽산리는 각종 위락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 대표적인 장소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허브 농장인 ‘팜카밀레’이다. 3만9600㎡ 규모에 달하는 허브농장의 야외 가든과 허브식물원에서는 라벤더를 비롯해 카밀러, 페퍼민트 등 허브 120종을 재배하고 있다. 몽산포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솔향기길’을 걷거나, 해안선의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20분 정도 가다 보면 청포대(靑浦臺)해수욕장이 나온다. 청포대해수욕장 뒤쪽에는 국내 유일의 '백합시험장'이 있다. 백합시험장은 화훼농가의 염원으로 1992년 이곳 양잠리에 설치·운영되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국내 유일의 백합전문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화훼산업 활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백합재배 신기술 개발 및 수출농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꽃을 사랑하는 이곳의 풍경은 꽃이 되어간다.

몽대포구의 방파제
▲ 몽대포구의 방파제

몽산포의 아름다운 꽃과 천혜의 해변이, 문명의 이기주의에 너덜너덜해진 우리들의 정신을 말끔하게 청소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들의 몸과 마음의 쉼터이다. 거대한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같은 구조물들 만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적 유산이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돌덩어리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며들고, 나무 한 그루에 사람들의 마음이 신앙으로 이어진다면 그 가치는 소중하다.

몽산포를 찾는 것은 쉽지만, 몽산포를 지금처럼 오랫동안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여행지로 가지고 간 쓰레기는 다시 가지고 와야 한다. 내 정신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자연을 위해 자연환경을 깨끗하게 지켜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소란스러운 방문객을 위한 안내문
▲ 소란스러운 방문객을 위한 안내문

나를 품어준 몽산포는 내 안에 쌓였던 콘크리트 문명의 고단함을 씻어준다. 그리고 난 도착했던 처음처럼 내 흔적을 말끔히 치우고 몽산포를 떠난다. 다시 만날 때 사람들의 흔적은 없고 순수한 몽산포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충남 화이팅 !!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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