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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탱자나무 가시로 올갱이를 빼먹던 추억이 새록새록

부여 석성1리의 석성동헌(石城東軒)

2021.05.09(일) 18:32:44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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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

고즈넉한 시골 버스정거장 ‘석성 1리’의 벤치에 앉아 이정표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24호’인 석성동헌(石城東軒)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화살표 방향을 따라 조금 걷자 동헌의 바깥 외삼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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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1리 버스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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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 화살표방향으로 조금 걸어가세요! 

외삼문을 오르는 계단 아래 총 18기의 공덕비가 삼각형 모양으로 모여 있다. 공덕비는 다른 곳에 흩어진 것을 옮겨왔는지 실리콘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마 석성동헌과 관련된 것을 한곳으로 모아놓은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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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길 옆의 석성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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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리에 모아놓은 석성동헌의 공덕비 18기

안으로 들어서자 뜻밖의 오래된 탱자나무가 있다. 노인의 굽은 허리처럼 가지가 휘어져 지지대에 의지한 채 낯선 손님을 바라보는 고목. 꽃이 한창 필 때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마지막으로 지는 하얀 꽃 서너 개를 귀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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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 외삼문 맨 왼쪽문만 빠꼼히 열려있다. 

석성동헌 탱자나무의 보호수로 지정된 날짜가 1979년 4월 1일로 수령 370년이었으니 2021년 올해 나이가 412살이다. 언뜻 보호수라고 하면 1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나 은행나무, 회화나무 정도만 생각했는데 탱자나무라니 뭔가 느낌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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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의 탱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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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의 탱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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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나무 역사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나무의 수고(높이)가 7미터로 되어 있다. 너무 높게 잡은 것 같지만 휘어진 ‘허리’를 편다면 그 정도가 될까. 직접 자를 대고 잴 수 없으니 대충 눈대중으로 짐작해볼 뿐이다. 탱자나무는 ‘조선시대 석성군 동헌을 신축하면서 군수가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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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하고 순한 탱자나무의 굳센 가시. 탱자열매가 귀엽다. 

소박하고 순해 보이는 탱자나무 꽃. 꽃 진 자리엔 앵두 크기만 한 여린 탱자가 달렸다. 그 탱자를 지키듯 가지마다 나 있는 삐죽한 가시가 날카롭고 굳세다. 문득 탱자나무 가시로 된장에 삶은 다슬기 속을 빼먹던 새댁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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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여년 한 자리에서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석성동헌의 탱자나무가 지지대에 의지하고 있다. 

결혼 전엔 다슬기로만 알았는데 대식구가 사는 시댁이 사는 동네는 올갱이로 불렀다. 아욱을 넣고 올갱이국을 끓이기 전, 삶은 다슬기 살을 조카들 서너 명이 머리를 맞대고 빼먹을 때였다. 이쑤시개도 아니고 바늘도 아닌 뭔가 뾰족한 것으로 다슬기를 살살 돌려가며 쉽게 살을 빼먹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문만 열면 마당에 나가 탱자나무 가시를 금세 구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외숙모, 이걸로 요렇게 샥 돌리면 쏙 나와요.”
“어머, 그게 뭐니?”
“이건 탱자나무 가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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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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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근 나무덮개로 덮여있는 동헌안의 우물

가시가 있어서 울타리에 많이 심었다는 탱자나무는 언제부턴지 쉽게 볼 수 없는 나무가 되었다. 노랗게 익은 탱자 향기를 기억하지만 바로 먹기엔 부담스럽고 한약재로 쓰이는 탱자. 석성에서 탱자나무를 보니 집안이 언제나 북적대서 한가한 생활을 소망하던 30대 초반의 내 모습이 바로 어제 같다. 시간이 훌쩍 지나 탱자나무 가시를 새것으로 따다준 조카도 이젠 어엿한 아버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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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동헌의 대청마루

석성동헌의 대청마루 색감이 5월의 빛깔처럼 산뜻하다. 이곳에서 수령(守령)은 하급관리들과 회의를 하고 민원 재판 등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훼손된 지방관아의 핵심 건물이었던 동헌. 석성의 관아 건물도 이곳이 유일하게 남아있기에 역사적인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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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복지회관과 오래된 농협건물 담벽 옆의 트랙터들

석성동헌을 중심으로 뒤에는 교회가 있고 아래는 석성 복지회관, 옆은 오래전 농협창고로 사용한 것 같은 건물이 있다. 주차공간이 넉넉한 회관 앞마당엔 농사용 트랙터가 조만간 본격 움직일 태세로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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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초등학교 건물이 보이는 석성동헌

석성 1리의 마을 역사를 400여 년이 넘게 한자리에서 오래 지켜보았을 동헌의 탱자나무. 시간을 겪으며 생긴 나무의 결이 선명하다. 동헌을 나가기 전, 다음에 뵐 때도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마을의 좋은 기운을 품어 주십사 기원하는 마음으로 나는 잠시 탱자나무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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