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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공북루에서 생각이 날개를 달다

2021.01.12(화) 13:14:41 | 잔잔한 미소 (이메일주소:ih2oo@hanmail.net
               	ih2oo@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 공산성 공북루에 올랐던 어느 날, 매서운 강바람은 그야말로 칼바람이었다.
누각 안에 걸린 시판(詩板)을 찍기 위해 내민 손이 엄청 시렸다. 그런 추운 날 찾은 공북루는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공산성 공북루
▲공산성 공북루
  
공북루는 공산성의 가장 북쪽인 금강 가깝게 지어진 북문인데,
옛날에 이 북문 밖에 있던 금강 나루터를 건너 한양을 오갔을 사람들이 드나들던 공북루를 생각하면서
높이 걸린 북문 이름 '공북루(拱北樓)'를 자세히 본다.
 
공북루 밖 금강 나루터
▲공북루 밖 금강나루터

공북루의 남쪽 정면 처마 밑에 걸린 '拱北樓'는 공주(公州)나 공산성(公山城)의 '공(公)'이 아닌 '두 손을 마주 잡는다'는 뜻의 '공(拱)'을 썼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공북루는 북문이고 북쪽 위에는 임금님이 계시므로 임금님을 생각하면서
북문 밖 금강 나루 건너 북쪽의 한양을 오가는 길이 무사하기를 두 손 모아 바라는 뜻이 담겼을 것 같고,

또, 어느 글에서는 조선 인조 임금 때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에 피신한 임금과
그 임금을 모시는 신하가 두 손 맞잡는 신의(信義)를 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인지 공북루는 두 손 맞잡을 '공(拱)'을 쓰는 것 같다.
 
공북루 편액(拱北樓 扁額)
▲공북루 편액(拱北樓 扁額)
 
그런데 이 공북루의 남쪽 처마 밑에 걸린 '공북루'는 편액(扁額)인가, 현판(懸板)인가?

'조선왕조실록 전문 사전 위키'에 의하면
현판은 궁궐, 서원, 사찰, 주택 등의 건물에 거는 그림이나 글씨가 새겨진 판이다.

일반적으로 현판은 편액과 통칭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편액은 건물의 앞부분 높은 곳에 설치하여 건물의 명호(名號)를 알려주는 액자만을 지칭하는 용어이며,
현판은 편액을 포함하여 건물에 거는 모든 널판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현판의 종류는 궁궐·문루·객사·서원·사찰·관청·주택 등 건물의 명칭을 나타낸 편액,
건물의 조영(造營)과 유래를 적은 서설(序說)·기문(記文)·상량문(上樑文),
유명한 글귀와 가훈을 적은 것, 명구(名句)를 새겨서 기둥에 거는 주련(柱聯) 등 매우 다양하다.
-'현판(懸板)', sillokwiki(aks.ac.kr)
 
공산성 북문 공북루의 편액
▲공산성 북문 공북루의 편액
  
특이하게 공북루에는 공산성 다른 문루에 없는 중수기 5점, 시판(詩板) 8점 등 모두 13점의 현판이 걸려 있다.

이는 공북루가 세워진 1603년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중수되었다는 점을 알려주며,
공북루의 풍광이 다른 문루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
곳에서 시문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공북루에 걸린 현판
▲공북루에 걸린 현판
  
그런데 공북루에 걸린 중수기와 시판은
모두 한문으로 적은 작품이라 그 내용을 아무나 알기는 어렵다.
조선시대 관찰사 같은 훌륭한 분들이 지은 좋은 글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내용을 쉽게 풀어 쓴 해설을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북루 중수기 5점
▲공북루 중수기 5점
   
공북루 시판 1
▲공북루 시판 1
  
공북루 시판 2
▲공북루 시판 2
 
공북루의 8점 시판(詩板) 가운데 하나인 박두원의 글을 우리말로 풀어써 보았다.
 
  雙樹城開錦水頭(쌍수성개금수두) 쌍수성 금강가에 세워지니
  聞來從古是雄州(문래종고시웅주) 예로부터 큰 고을이라 들렀네
  湖襟南裂通三道(호금남열통삼도) 물길은 남으로 갈라져 삼도로 통하고
  山勢北馳拱一樓(산세북치공일루) 산세는 북으로 달려 한 누각으로 향하네
  仰望奧情今惠政(앙망오정금혜정) 깊은 정 이제 베푸는 정사를 원하노니
  頻分華扁幾淸流(빈분화편기청류) 자주 나뉜 화려한 편액 얼마나 맑은 물 흘렸을까
  笙歌盡日憑誰得(생가진일빙수득) 음악과 노래소리 종일토록 누가 누리며 보낼 수 있나
  自願吾身鬼此遊(자원오신귀차유) 원하노니 내 몸 귀신이 되어도 여기서 노닐고 싶네
  -'공산성 공북루 현판에 걸린 박두원의 7언 율시'(daum.net)

공북루에 걸린 많은 현판의 다른 글도 이런 식으로 풀이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다.
 
공북루 시판의 하나
▲공북루 시판의 하나
  
여기뿐만 아니라 절에 가면 기둥에 달아 놓은 글판을 많이 만나는데
그 글도 누구나 알 수 있게 풀이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절의 주련(株聯)은 부처님 말씀이나 좋은 시구로
그 내용을 대개 5언이나 7언의 글로 함축성 있게 적었는데
이 주련도 한문을 모르는 사람이 읽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행히 공주에 있는 천년고찰인 마곡사, 갑사, 동학사 세 곳의 대웅전 주련은
세 곳 모두 다 한글로 풀어 쓴 설명이 붙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그나마 도움이 된다.
 
마곡사 대웅보전 주련
▲마곡사 대웅보전 주련
  
갑사 대웅전 주련
▲갑사 대웅전 주련
  
동학사 대웅전
▲동학사 대웅전
  
다음은 동학사 대웅전 주련을 풀이한 내용이다.
 
  佛身普遍十方中(불신보편시방중) 부처님의 법신은 온 우주에 가득하시니
  三世如來一切同(삼세여래일체동) 삼세의 모든 부처님 한결 다르지 않네
  廣大願雲恒不盡(광대원운항부진) 넓고 끝없는 원력 항상 다함이 없고
  汪洋覺海渺難窮(왕양각해묘난궁) 드넓은 깨달음의 바다는 아득해 헤아리기 어려워라
  -공주 계룡산 동학사(東鶴寺) 주련(柱聯), 노틀맨의 다음블로그

절 법당 주련은 이렇게 모두에게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을 옆에 적어 두기도 하는데,
요즈음은 아예 한글 주련을 쓰기도 한다.
언젠가 오대산 월정사 기린정사에서 본 한글 주련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심오한 내용을 나타내기에는 한글 주련의 한계일 것 같은 생각이다.
  
월정사 기린정사의 한글 주련
▲월정사 기린정사의 한글 주련
  
공산성 공북루에 갔다가 보고 느낀 바를 적다 보니 생각이 날개를 달아 너무 비약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추운 겨울,
공산성 공북루는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했는데 다른 곳도 그러기를 기대한다.
도민리포터는 자연스럽게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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