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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고령화 농촌마을 스스로의 문제를 찾아 실험하고

보령 남포면 달산3리, 노.세(노인들을 위한 세상)

2020.12.24(목) 09:38:13 | 충남희망디자이너 (이메일주소:youtae0@naver.com
               	youtae0@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달산3리는 과거에 소금을 구워 생활하였고, 남포간척지 축조 이후에는 간척지의 중심에 있어 많은 주민이 이주해 왔습니다. 원주민과 새로 이주한 주민들은 서로 돕고 협력해 행복하고 잘 사는 마을을 건설하였습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키웠고 자식들은 편한 일자리를 찾아서 외지로 나가고 힘없는 노인 분들이 힘겹게 농촌을 지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십 명의 두레꾼이 떠들썩하게 일하던 논밭은 트랙터 혼자 쓸쓸히 움직입니다.

달산3리는 산이 없고 들판이 일명 평촌이라 하고, 낙조가 아름다워 달산(달하고 산)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 평촌 마을에는 두레를 많이 했는데요, 풍물을 치고 마을 일꾼들이 모두 나와 논을 매었습니다. 예전 평촌에는 물이 없어서 모를 늦게 심었습니다. 마을 일꾼들이 약 30명 나왔고, 노인들은 일은 안 하고 술이나 얻어먹는 정도였습니다. 두레의 대표는 이장이었고, 신발을 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두레꾼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따비질을 하는 것은 논 주인이었습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달산3리 마을 전경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달산3리 마을 전경

예전 같으면 소를 몰고 쟁기로 논을 갈아 물을 충분히 댄 다음 가래질을 하였지만 쟁기와 써레가 하던 일을 트랙터로 합니다. 모내기와 추수는 벼농사에서 가장 큰 일입니다. 예전에는 두레로 마을 축제같이 신명 풀이를 했지만 요즘은 이앙기가 다녀가면 그만입니다. 흥청대던 추수 마당은 콤바인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 일꾼들은 노인이 되었고 일꾼이 필요하던 논밭 일은 기계가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농업의 기계화는 협업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달산3리 인구도 2005년 256명이었다가 2017년에는 17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어린이 비중이 아주 낮아 1.8%에 불과하며, 65세 노인 인구는 40.4%로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농촌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촌인구에서 노인의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습니다. 쌀 소비량 감소와 함께 벼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농촌 고령화 속에 기계화율이 높아 일손이 덜 드는 벼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기계화로 여가 시간이 늘고 있는데, 노인들은 긴 여가 시간을 창조적으로 보내기보다 대부분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노동과 근면성실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성장하였고 여가, 휴식, 즐거움이 배제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여가활동이 주는 가치를 알지 못하고 이에 따라 적극적인 여가활동 사회화가 부족합니다.

그래서인지 농촌 노인들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수입이 얼마 되지 않아도 논밭에 잡초가 무성한 것을 보지 못하여 농사일을 놓지 못하십니다. 또한 평생 일을 해 왔기때무에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못 견뎌 스스로 일을 찾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어르신의 건강상태로는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이 농촌 노인들의 어려움입니다.

마을에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스스로의 문제를 찾아

마을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는 필수적으로 서로 믿고 돕고 보살피고 돌보는, 서로 사이좋게 나누며 먹고사는,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아주 친밀하고 따듯한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농촌에서는 이러한 마을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령화로 노인들만 있고 그저 낮이면 일만 하고 밤이면 잠만 자는 지극히 원시적인 삶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달산3리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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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살던 달산3리 마을에 김시능 추진위원장(이하 추진위원장)이 귀농하면서 마을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마을 이장님의 방송에 달산3리 주민들이 모두 모여 꽃밭과 동백나무 밑에 풀매기 작업과 꽃잔디를 심었습니다. 봄에 양귀비가 아름답게 피어 마을이 예쁘게 변했습니다. 추진위원장은 귀농 초기 마을에 꽃을 심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어르신이 이를 보더니 "꽃을 심는 것보다 터만 있으면 콩이라도 심어야지 그래야 먹고 살 수가 있어."라고 말씀하셨던 어르신들이 마을이 변하는 모습에 너도나도 도움을 주시고 계신다고 합니다.

추진위원장은 "7월에는 첫날부터 마을 주민들이 환한 웃음으로, 서로의 안녕을 물으며 꽃길 정리를 하고 참 행복했다."며 "꽃향기 날리는 달산3리는 정도 많고 사랑도 넘치고 참 평화로운 마을 되었다."고 합니다. 달산3리 노인들은 바쁜 농사일이 끝나면 마을회관에 와서 밥을 같이 먹습니다. 노인 대부분이 소일삼아 남자들은 화투를 치고 여성들은 윷놀이를 했습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달산3리 마을 벽화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달산3리 마을 벽화

그러던 중 추진위원장은 "재밌게 놀 만한 어르신들의 놀이가 별로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인문화에 대한 접근으로 "재밌게 놀 수 있는 곳은 어린이 놀이터지, 노인들의 놀이터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을회관 주변을 둘러보니 노인을 위한 놀이터는 없습니다. 노령화가 되어가는 농촌 마을 주민들의 쾌적한 삶과 건강한 생활을 위해 설치했던 운동기구를 노인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2020년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의제 선정을 통해 "마을회관에서의 어르신들이 활동의 범주가 기관에서 제공되는 수동적인 활동 또는 일회성으로만 국한되어져 있다. 활동의 범주를 실내에서 실외 활동으로 넓힐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 설정을 하였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년 세대가 취약계층이나 돌봄의 대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함께 마을 내 소통과 생활여건이 개선될 방법이 필요하다."라는 가설 설정을 하고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시작합니다.

초고령사회 노인복지는 지역 공동체 전체의 문제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에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달산3리는 벌써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단순한 인구 통계적 문제가 아니라, 고독과 만성질병, 빈곤 해결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초고령사회 노인복지는 지역 공동체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노인복지는 노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기가 속한 가족과 사회에 적응하고 통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 제공 관련 공적ㆍ사적 차원의 조직적 제반 활동입니다. 

추진위원장은 “농촌 노인들이 유일하게 즐기는 여가는 TV 시청과 고스톱밖에 없다.”며 “노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내 활동보다는 실외 활동으로 노인놀이터 만들어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게이트볼 등 스포츠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농촌 마을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집에 혼자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 마을회관에 와서 활동하는게 좋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어르신들이 TV 시청 등 고정화된 여가생활에서 벗어나 교육·문화 생활 욕구까지 즐긴다면 삶의 활력을 되찾을 것입니다. 농촌에도 재미있고 다양한 여가·문화 프로그램이나 음악 공연을 즐길 수 노인 놀이터를 만드는 거죠. 이를 위해 독립기념관, 백석대학교, 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을 회관에서 독립기념관에서 준비한 놀이 키트 제작하는 모습
▲마을 회관에서 독립기념관에서 준비한 놀이 키트 제작하는 모습

독립기념관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독립운동 이야기와 독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와 관련된 여러가지 놀이 키트를 제작해 마을에 제공했습니다. 다양한 만들기 활동을 하며 마을 어르신들이 애국심을 느끼며 즐거워하셨습니다. 남자 어르신들은 소년처럼 직접 만든 완장을 두르고 사진 찍느라 폼을 잡으시고 그걸 보고서 여자 어르신들은 빵터졌습니다. 즐거움을 주는 교구키트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에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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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학교에서는 건강한 노후에 대한 강의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테라리움을 만들었습니다. 테라리움은 수족관과 상반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토양 및 식물을 포함하는 밀봉 가능한 유리 용기입니다. 유리 용기 속에 들어간 식물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외 놀이터를 만들어 노인들이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는데 장소, 비용 등의 현실적 문제로 그럴 수 없어 마을회관 실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달산3리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실버놀이터

유럽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노인놀이터를 건설한 랍셋(LAPPSET)의 대표 페이 루(Fei Lu)는 지난 10년간 시니어 스포츠 콘셉트를 연구 개발하였습니다. 놀이터를 통해 미취학 아동 및 60~81세 노인을 대상으로 근육의 작용과 운동 발달을 측정한 결과 체중조절과 만성질환, 신체능력, 수면, 심리, 뇌건강 등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요점은 노인놀이기구 개발을 위해 구상 단계부터 노인들과 대화, 지역유치원, 물리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놀이시설들은 높이를 낮추고 안전한 환경에서 다목적 운동이 가능한 기구로 만들어 노인과 아이들이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운동은 빠르고 반복적이며 경쟁을 유도해야 효과적인 일반 운동과 달리 느린 동작, 자연스러운 동작, 신체 균형, 조정력, 행동추적,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운동기구 또한 이에 맞게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핀란드를 비롯한 스페인,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물리치료사들이 노인에게 운동지도를 하고 있으며, 익숙한 환경에서 올바른 운동기구를 사용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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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놀이터 놀이기구는 일반적으로 근력 증진이나 다이어트와 같은 목적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움직임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놀이기구뿐 아니라 그늘, 벤치, 탁자 등 휴식 공간을 두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인들에게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노인들 자신이 희생하며, 자식을 키우고, 나를 위해 시간을 주지 못하였다."라고 하며 "자식하고 남편을 헌신했는데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었으며 좋겠다." 라며 노인놀이터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달성3리가 모범이 되어 달성3리 노인들이 행복한 노후 만들어 가면서 남포면과 보령시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노인복지문제를 이러한 실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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