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백제의 시간 속에 깊숙이 머문 날 ②

부여 백제문화단지 탐방

2020.10.08(목) 13:32:42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백제를 표현하는 글이나 행사 포스터에서 참 많이도 듣고 읽었던 문구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뜻이다. 백제(역사)문화단지를 들어서는 곳에는 ‘검이불루 화이불치’ 그 문구 앞에 ‘신작궁실(新作宮室)’이 있다. ‘궁궐을 새로 지었다’는 뜻이다. 이 글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서 백제의 궁궐건축에 대해 한 말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고 한다.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1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2
▲백제문화단지 17년의 일정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3

백제(역사)문화단지는 국내유일의 백제역사전문박물관으로 백제의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설전시관, 기획전시실, 3D상영관 등, 다양한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1993년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2010년 백제문화단지가 완공되기까지는 17년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6000여 일의 일정’에 새삼 감탄한다.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4

‘단청(丹靑)’이란 글 앞에 서니 먼저 본 사비궁과 능사의 단청 색감이 눈앞엔 삼삼하다. 단청의 원료와 단청의 기본색채, 또 단청의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내 눈과 마음에 단청이 더 특별한 색감이 된다.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5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6
 
1
  
1
 
1
▲백제시대의 생활풍경
 
1
▲왕이 남당에서 군신들과 회의하는 모습, 남당에는 왕을 비롯 군신의 서열에 따라 자리가 구분되었다 
 
1
 
1
▲백제 사신선
 
능산리고분 옆 절터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립부여박물에서 실물로 만날 수 있다. 물웅덩이 진흙 속에서 1400년 동안 묻혀 있다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로’는 탁월한 주조기술뿐만 아니라, 당시 백제인이 지녔던 수준 높은 종교사상과 정신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최대의 걸작품이다. 백제금동대향로는 16인의 인물상, 39마리의 동물상묘사, 12개의 연기구멍이 뚫려있고 74곳의 산봉우리로 지상과 천상의 세계가 들어 있다. 향로 맨 꼭대기 정상부에는 봉황이 여의주를 부리와 목 사이에 끼운 모습이다.
 
1
  
백제금동대향로는 어떻게 해서 그 진흙땅에 던져졌을까. 2년 전, 나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해설을 해주신 분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백제금동대향로’를 어딘가에 숨겨야 했던 전쟁의 참혹하고 급박한 순간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해설을 하신 분이 학생들을 인솔한 선생님이었는지 아니면 박물관에 소속된 해설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분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예일곱 명이 둘러싼 곳은 ‘백제금동대향로’였다.
  
1
▲다섯 악사가 연주하던 악기들

  다섯 악사 등 뒤로/ 삿된 기운을 사르며/ 피어오르던 향의 연기
  지상과 천상을 오가는 용/ 여의주를 턱에 꿴 봉황 
  천지간 삼라만상의 꿈을 잇는 향로/ 어떤 급박한 위기였을까.
  향로는/ 천에 싸여 무진(霧津)의 땅으로 던져졌다.
  운명이라 여겨 잠시 몸을 피했으리니/ 천년을 넘고 사백년을 더해
  물속에서 숨죽이던 백제의 웅혼(雄魂)./ 그/ 시원(始原)은 어디서였을까. 
  -‘백제금동대향로’(글 황토) 일부 

‘옛날 이야기’하듯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용은 정말 한 편의 대서사였다. 같은 내용이지만 해설을 맡은 분의 전달력에 따라 평이한 듯 지루하거나 생생히 움직이는 입체가 되기도 한다. 
 
1
 
1
▲권력 고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금동관모
 
1
 
1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7
 
1
▲사비천도 행렬
 
1
▲백제의 무덤
  
점심 전에 둘러봤던 백제문화단지에서는 노래 한 곡이 반복적으로 계속 들려왔었다. 귀에 들어온 그 노래는 의식하지 않아도 내 입에서 절로 맴돌 지경이었다. 애니메이션 '사비의 꽃'을 보는 동안 잠시 잊혀졌던 그 곡은 애니메이션 감상 후, 어느 한 소절 구슬프게 다시 내 입속을 맴돌고 있었다.
 
1
▲20분 이내의 3D 애니메이션 '사비의 꽃' 
 
18분 정도의 짧은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연화와 풍이’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가 사비국의 운명과 함께하기에 그 여운이 진하다. 특히 검은 군대에 의해 괴물병사로 길러져 사비국 침략에 앞장서는 풍이와 연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결국 눈물이 차올랐다. 풍이의 손가락에 낀 사비꽃반지와 절벽 아래로 흩어지는 꽃잎의 아련함은 ‘꽃과 바람’으로 다시 만났을 연화와 풍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8
 
1
 
백제의시간속에깊숙이머문날 9
 
백제는 기원전 18년에 한강 유역에 건국되어 서기 660년 사비성이 나당연합군에 의해서 함락되기까지 678년을 이어온 왕국이다. 백제가 멸망할 때까지 122년 동안 수도의 자리를 지켰던 ‘사비’. 나는 문득,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했던 고려 후기 문신 ‘길재’의 시조가 자꾸 되뇌어진다. ‘오백년 도읍지’가 아닌 700여 년을 이어온 백제를 생각할 때마다 이 시조를 읊조리게 되는 건 서글프고 안타까운 내 심정의 토로가 아닐 수 없다.
 
1
▲일본 속의 백제 불교미술, 일본 속의 백제 공예 미술
  
1
▲연화문
 
백제의 유물에서 흔히 보이는 연꽃무늬는 불교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인간이 지향하는 이사아적 세계가 연꽃으로 상징된 것이다. 나아가 연꽃은 부처님이나 진리, 혹은 불교 그 자체의 심장으로까지 의미가 확대되어 불상을 비롯한 많은 곳에 널리 활용되었다. 청소년기의 부여여행에서는 친구들 따라 기념물 하나 정도는 갖고 싶어서 연꽃무늬가 있는 기와재질의 물건을 구입하기도 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 기념물들의 의미가 새롭다.
 
1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1
▲일본 교토 고류지에 있는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
 
이 불상의 재료인 적송(붉은소나무)은 일본에서 자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각 형태도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의 양식과 비숫하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제작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1
▲일본 나라현 이노소카미 신궁의 출임금지구역에 보관되고 있는 칠지도
 
칠지도는 백제에서 서기 369년에 만들어진 칼로 일본의 국보가 되었고, 방송사의 '역사스페샬'을 통해 더 자세한 자료를 시청할 수 있다. 칠지도는 만들어진 연대와 칼에 새겨진 명문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있다고 한다.

백제문화단지에는 삼국시대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대백제의 사비왕궁과 사찰이었던 능사, 생활문화마을, 위례성, 백제(역사)문화관, 한국전통문화학교 등이 있다. 부여에서 백제유물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국립부여박물관이라면, 백제(역사)문화관은 백제의 ‘생활과 민속’이 주를 이룬다. 백제사람들의 생활모습과 옛 백제 땅에 여전히 남아 있는 백제의 흔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문화관 안의 전시물은 복제품으로, 백제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제한이 있으나 10월 어느 한 날을 정해 부여로 가게 되면 백제 이야기로 당신의 가슴은 꽉 채워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백제문화단지
-소재: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합정리 575번지)
-문의: 041-408-7290
 

황토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황토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