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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천주교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버그내순례길

2020.08.23(일) 18:51:32 | 유정민 (이메일주소:mm041@daum.net
               	mm041@daum.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8월 23일,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등급이 바뀐다는 소식을 접한 하루 전날, 안타까운 마음과 한동안 안이하게 생각하며 지내온 시간들을 성찰(省察)하며 하루를 걸어보고자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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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순례길 안내판
 
로마제국 시기 기독교 박해 때 그리스도인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던 물고기 형상의 버그내순례길 바닥안내판이다.  
 
버그내순례길은, 한국 천주교회의 초창기부터 이용되었던 순교자들의 길이었으며, 그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다. 버그내순례길은 솔뫼성지를 출발, 합덕성당과 순교자들의 흔적을 지나 신리성지까지 연결된 약 13km에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평지길이다. 그리고, 신리성지 인근의 공소 3곳을 모두 찾는다면, 약 4.5km 정도를 더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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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순례길 스탬프투어
 
버그내순례길에는 스탬프투어도 겸하고 있으며, 솔뫼성지 안내소에서 각 성지마다 간략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자를 받아 읽으면서 걷는다면 더욱 의미 있는 순례길이 될 것이다 (버그내란 삽교천의 옛 이름으로 합덕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합덕시장이 버그내장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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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성지
 
한국 천주교회의 못자리라 불리며,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김대건 신부의 출생지로 유명한 솔뫼성지이다. 2014년 교황 방문 이후 더욱 알려졌으며, 2012년에 조성을 시작한 버그내순례길도 이 즈음에 완공되어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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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순례길 솔뫼성지 출발점
 
이제, 솔뫼성지를 출발하여 천주교 박해 및 순교의 현장이었던 곳으로 순례의 성찰을 떠난다. 덥고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는 계속 이어지지만, 그날을 생각한다면 복에 겨운 소리일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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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이며, 충청남도 기념물 제70호이기도 한 합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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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제 옛 둑길

합덕제는 성 오매트르 신부가 순교을 위해 걸어간 마지막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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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성당
 
천주교 박해 후 내포 최초의 본당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를 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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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이정표
 
이 길이 맞나 싶을 때에 나타난 이정표이다. 내포문화숲길은 일부 버그내순례길을 따르지만, 이곳에서 분기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친절하게 버그내순례길 안내도 겸하고 있다.
 
내포문화숲길 중 내포천주교순례길은 5개 코스로 예산의 여사울성지에서 출발하여 서산의 해미순교성지까지 연결한 약 60km 정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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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제 중수비
 
제방 보수 기록을 적어 둔 중수비 8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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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장, 원시보 우물터
 
내포의 첫 순교복자 원시장과 원시보의 고향으로, 이 우물은 이 땅의 선조들과 순교자들이 마셔온 생명의 샘물이다.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도 마음을 정화하고, 영혼의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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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천주교 성지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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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순교자의 묘
 
이곳에는 무명순교자의 묘 46기가 있고, 이중 상당수는 목이 없는 시신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손자선 성인의 가족 순교자와 교우들의 묘로 전해진다. 얼마나 참혹한 박해가 이루어졌는지 상상할 수 없는, 아마도 몸서리쳐지는 현장이었으리라! 주변을 거닐기에 왠지 서늘함이 느껴지고 엄숙함이 밀려온다. 신앙이 무엇이길래 목숨과 맞바꾸면서까지 지키려 했는지 범인으로서는 알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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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리성지
 
신리성지는 천주교 박해 당시 가장 큰 교우촌을 이루고 있던 곳이며, 손자선 성인의 생가이자 성 다블뤼 주교가 21년 동안 머물면서 천주교를 전파하던 조선의 카타콤바(비밀교회)라 불리는 곳이다. 

이렇게 약 13km 정도의 버그내순례길을 마쳤지만, 신리성지 주변이 최대 교우촌을 이루기에 큰 힘이 되었던 공소 3곳을 마저 둘러본다. 공소란, 본당보다 작아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천주교공동체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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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더리공소
 
거더리공소는 성 다블뤼 주교가 마지막 사목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이자 세 성인이 스스로 체포되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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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더리공소 내부
 
거더리공소는 교우들이 출입에 용이하도록 외부로 문이 하나 더 있고, 내부는 전례거행을 위하여 두 개의 방을 하나로 개조하여 강당의 형태를 띠고 있다. 최근 방치되었던 공소를 재정비하기 위하여 청소를 하는 듯하였다. 잘 정비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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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거리공소
 
성 위앵 신부의 자취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 전해지지만, 아쉽게 관리는 안 되고 있는 듯하다. 천주교 박해 전에도, 후에도 이 세거리는 꿋꿋하게 교우촌을 이루었고, 합덕성당의 주요 공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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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흑공소
 
복자 김사집 프란치스코를 기념하는 공소이다. 합덕지역에는 조선시대부터 간척사업이 이루어졌으며, 간척지의 갯벌을 보고서 '검은들'이라 하였다고 유추한다. 이처럼 검은 갯벌을 정성껏 일구어 옥토를 만든 것처럼, 복자 김사집은 그의 애덕과 기도로 이 땅을 신앙의 옥토로 만들어냈으리라. 
 
이처럼, 작은 공소의 순교 교우들이 지켜온 신앙이 지금의 한국 천주교회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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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순례길 스탬프투어
 
자아 성찰을 생각하며 나선 길이지만, 스탬프투어를 하면서 일목요연하게 담겨진 책자의 내용에 더 큰 배움을 갖게 되었다. 또한, 자석식 책갈피까지 완주 선물로 주니 감사히 받으며 그날의 걸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코로나19라는 현실만 아니라면, 함께 걷자고 강력히 추천할 충분한 의미가 있는 길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부의 방침에 귀 기울이며, 개인이 지켜야 할 것을 더 잘 지키며, 사회적 배려를 잊지 않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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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하늘
 
어제의 소낙비에 젖은 대지를, 오늘의 하늘은 바싹 말려주고 있다. 버그내순례길이 황금 들판으로 익어갈 때, 이 길을 다시 한 번 걸어야겠다.
 
버그내순례길
-솔뫼성지(출발지):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신리성지(도착지): 충남 당진시 합덕읍 신리1길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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