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아름다움우리들 삶을 멋지게 하는 기다림우리 삶에서 기다리지 않고 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정해진 식사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출발하는 시각까지 자동차를 미리 기다려야 탈 수 있고 하는 일을 정해진 시작 시각까지 기다립니다.
어릴 때 밖에서 놀고 싶은데 계속 오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고, 추석이나 설 명절이 얼른 왔으면 하고 기다렸고, 학교 졸업 후에는 원하던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
오기로 한 사람이 왜 안 오나 기다리고, 타야 할 버스가 얼른 왔으면 하고 기다리고 뭔가 기다렸던 사연은 많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은 편안하지 않습니다.
애타게, 간절하게, 마음 졸여 기다리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 기다림은 모두 희망입니다. 기다림은 꼭 이루어집니다.
▲기다림
나의 사진첩을 들추다가 그냥 버리기 아까운 사진 몇 점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사진들의 내용을 뭔가를 기다리는 내용으로 분류하여 나름으로 사진 설명을 달았습니다.
공주 월성산 봉화대에서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인데, 산 정상에는 땀 흘리고 올라온 피로를 풀기 위해 만든 쉼터가 있습니다. 거기서 본 것입니다.
쉼터에서 가까운 나무에 매달아 놓은 모이통에 예쁜 새가 들락거리며 모이를 쪼아 먹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모이통이 비었습니다. 쪼아먹을 먹이가 있을 줄 알고 왔는데 허탕을 친 저 새의 심정을 읽습니다.
내일을 기다립니다. 누군가 내일은 모이그릇에 좁쌀을 가득 담아 놓겠지요.
▲모이를 기다리는 새
몇해 전에 어느 마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시골집에 누가 오는가 봅니다. 저녁 때 건너편 집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아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기로 했으니 틀림없이 올 텐데, 오면 따뜻한 저녁상을 차려 주려고 밥을 하는가 봅니다.
큰 솥에 물을 데우고, 밥을 안치고, 나물도 볶고, 찌개라도 끓이려는지 준비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연기 나는 집 사진을 찍고 보니 빨랫줄에 매달린 호박고지가 보입니다. 늙은 호박 속을 파내고 단단한 껍질을 벗기고 호박 살을 예쁘게 썰어 말리고 있는 풍경이 정답습니다. 호박떡 해먹을 날을 기다리겠지요.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집
몇해 전 석장리박물관 부근의 금강에 뜬 돛단배입니다.
금강의 돛단배가 궁금합니다. 요즈음 금강 석장리에 나룻배는 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금강 위에 멋진 돛단배가 떠 있나요?
금강의 정취를 멋지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낚시하는 배인지, 고기를 낚는 배라면 고기를 기다리고, 유람선이라면 사람을 기다리겠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찍은 사진인데, 강물 위의 돛단배 모습은 요즈음 아무리 기다려도 볼 수 없는 정경입니다.
▲돛단배의 기다림
온다고 했는데 여태 왜 안 올까.
집에서 기다리다 지쳐 내쳐 언덕길을 내려와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있는 냇가까지 나온 두 사람의 모습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시집간 딸이 온다고 했나, 아니면 더 귀한 손님이 온다고 했나, 바람에 노란 은행잎은 떨어지고 바람은 차갑지만, 두 손 호주머니에 넣고 좀 터 기다려보자고 한 모양입니다.
몇해 전 가을에 찍은 사진인데, 이게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기다리는 마음
제민천의 다리 대통교와 중동교 사이에 공주하숙마을이 있습니다.
하숙마을은 옛날 객지에서 공주로 유학 온 학생들이 기거하던 하숙집을 향수에 젖고, 추억에 젖도록 공주시에서 만든 곳입니다. 여기 중동교 난간에 걸터앉아서 제민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낚시질이란 무한정 기다리는 것입니다.
느긋하게 세월을 낚는 여유를 봅니다.
▲낚시질은 기다림
두 친구의 모습이 정답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갈 곳을 몰라서 갈 방향을 상의하는 걸까. 두 사람의 표정으로는 잘 모르지만,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사람
지난 여러 달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다 뭐다 바깥출입도 못 하다가 겨우 마스크를 쓰고 잠깐 밖에 나가면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깝게 하느라 애쓴 보람으로 이렇게나마 버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제 새로운 일상,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자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는데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립시다. 기다리는 가운데 뭔가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기다림은 미덕입니다.
기다림은 양보와 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