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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눈 내리는 오후 풍경

2020.02.20(목) 12:31:29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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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눈내리는오후풍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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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숨죽은 듯이 조용하던 동네 놀이터가 오래간만에 시끌벅적 야단법석입니다. 겨우내 그토록 기다려도 오지 않던 눈이 연일 소복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친구야, 더 크게 만들려면 열심히 굴리자.” 차가워진 볼이 홍당무처럼 벌게진 아이들 서너 명이 벌써 놀이터에 쌓인 눈을 점령한 지 오래입니다. 제법 단단하게 굴려 만든 눈뭉치를 들고 이번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 화단으로 이동해 신명나는 작업을 이어갑니다.

“얘들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이번에 내리는 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대. 그러니까 우리 진짜 신나게 놀자.”
이 작업에 동참한 우리집 녀석은 점심도 건너뛰고서도 집에 들어갈 생각이라고는 1도 없습니다. 

“우와, 여기 눈 많다!” 장갑도 신발도 이미 젖은 지 오래지만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에게는 문제의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아줌마, 저 사진 찍어주세요. 대구로 이사 간 친구에게 보내주고 싶어요. 거기는 눈이 안 왔대요. 친구가 부러워죽겠대요. 당진으로 다시 이사 오고 싶대요.” 넉살 좋은 어린 친구가 부탁을 하고는 눈을 흩뿌리기도 하고 벌러덩 눕기도 하면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포즈를 취해댑니다.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됩니다.

“얘들아, 마당 눈 쓸어라.”

이른 아침 아버지의 호령에 방문을 열어제끼면 넓디넓은 앞마당에 시도 때도 없이 내려 쌓인 눈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리도 반갑고도 소중한 눈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지붕에도 나무 위에도 하얀 눈 소복이 쌓이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엉금엉금 몸을 사리며 지나갑니다. 주인 따라 나온 어느 집 댕댕이는 오늘따라 유난히도 높이 뛰어오릅니다. 겨울에는 눈이 와야 그해 농사도 순조로웠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 다행스럽고, 더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소중한 풍경들을 보며 감격하여 어느새 시인이 됩니다.

소복이도 내린 눈에/아이들은 팔딱팔딱/아빠차는 엉금엉금/할머니도 엉금엉금/나무들도 변장했네/지붕들도 변장했네/들뜬엄마 변장하네/소복이도 내린 눈에/아이들도 댕댕이도/하하호호 즐거워라

눈 내리는 오후는 팔팔 끓여낸 물에 믹스커피 한 봉지 탈탈 털어 넣고 홀짝이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낭만 가득 행복한 시간이 됩니다. 눈 내리는 오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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