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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월) 15:04:48 | 금산신문 (이메일주소:gsnews4700@naver.com
               	gsnews4700@naver.com)

에너지전환 프로젝트 발표.

▲ 에너지전환 프로젝트 발표.


“000의 기말발표 시작하겠습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기말발표가 시작된다. 앞으로 3일동안 전교생의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다들 이 발표를 준비하느라 고생 꽤나 했다. 이번엔 어떤 배움의 장이 펼쳐질까. 무척 기대된다.

모든 학생이 한학기의 자기 배움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학기말. 그동안의 배움을 공유하며 함께 배우는 자리다. 사진, 탁자, 그림 같은 작품들이 선을 보이는 가 하면, 관계 맺기나 마음속 고민 등 자기 삶의 성찰을 담은 발표도 있다. 페미니즘이나 기후 위기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세지를 담은 발표도 눈에 띈다.

스스로 이번 학기를 설계하고, 자기 배움을 선택하여 시작한 학기였다. 그동안 많은 성취와 좌절의 과정이 함께 했다. 발표를 통해, 그 과정을 정리하고, 다음 학기의 걸음을 함께 생각해본다. 때문에 기말 발표장은 발표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어떤 힘으로 배움이 이루어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리다

발표자는 여러날 대본을 만들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이번학기와 자신의 삶에 대해 곱씹게된다. 마침내 모두가 지켜보는 발표장. 떨리는 마음을 달래가며, 약 15분간 준비해온 발표를 마친다. 박수가 쏟아진다. 하지만 사실 진짜 발표는 지금부터다. 질문과 답변의 시간. 발표장에 모인 사람들은 자유롭게 손을 들고 질문과 조언을 주기 시작한다.

함께 일상을 호흡하는 관계에서만 가능한 깊이 있는 질문들이 인상적이다.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의 ‘뼈때리는’ 조언도 함께한다. ‘저렇게도 생각할수 있구나’. 질문과 답변속에 많은 배움이 일어난다. 자신의 ‘틀’ 밖에서 상황을 보게 된다. 묻는 사람,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나’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경험에 기반한 그리고 관계에 기반한 배움이 일어나는 중이다.

친구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과 조언을 생각하는 과정에는 흔히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 생겨난다.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투여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빛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기여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착하다’라는 말로 정리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다. 쉬고 싶고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욕망을 스스로 조절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십시일반으로 보태려는 마음들이 함께 한다.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하는데 기꺼이 경청하자’는 분위기가 서로에게 절제와 염치를 내면화하는 시간들을 자연스레 제공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경험하며, 스스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새삼 좋은 질문과 경청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을 묻고 답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묻고 답하기는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주요 재료다. 무슨 질문을 하고, 거기에 어떤 답변을 하는가에 따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공간이 생겨난다. 서로에 대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언어가 뒤섞인 일종의 에너지 연결망이 드러난다. 때문에 ‘좋은 질문과 경청이란 무엇인가’는 사실 이 내면의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공감어린 질문과 깊은 경청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이 되도록 하는 ‘내면의 공간’을 만든다.  (답을 내리고 길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탐구하도록 돕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돕는다. 문제해결의 열쇠가 사실은 자신이 쥐고 있음을 스스로 성찰하고, 질문을 던지며 주도하게 된다. 뛰어난 문제해결이란 주어지는 게 아니라 과정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란 것을 스스로 알게 한다.

발표를 마친 무대 뒤에서 수고했다며 따뜻한 포옹이 이어진다. 발표 중에 나온 제안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며 손을 잡아준다.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해답을 주기보다 신중하게 마음을 선물하려는 분위기가 아름답다. 서로의 안과 밖이 연결되고, 발표의 전과 후가 연결되어 흘러가는 과정이 경이롭다. 어쪄면 배움이란 훌륭한 교사가 가르쳐서(혹은 뛰어난 학생이 노력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내면의 공간’이 아닐까. 순간순간 생겼다 흩어지는 ‘내면의 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는 어떤 배움도 일어나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공간(교실,건물,행사)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주목하자. 내면의 공간에 주목하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꼭 함께 생각해야보아야 할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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