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햇 우어회를 먹는 봄

2019.03.19(화) 21:16:25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바다가 민물을 맞이하는
금강의 종착역 그 언저리에서
바다와 민물이 만나 내뿜는 숨결을
온 몸으로 느끼는 우어떼의 출현

그 바다에서
그 민물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다져진 우어가
미나리와 어울린 맛은
살짝 쫀득하고 살짝 보드랍다.

지상에는 사람들이
우어회 한 철, 그 맛을 놓칠세라
우어떼처럼 몰려가는 곳
봄 햇살 짱짱한 오늘
우리는 우어에게로 간다.

2019년 봄, 햇 우어회를 기다리는 사람들.
▲ 2019년 봄, 햇 우어회를 기다리는 사람들.

부여 석성면의 한적한 시골 , 오후 1시가 훨씬 넘어 2시 가까운 시간에 사람들은 식당 입구에서 서성거린다. 굳이 점심시간을 고집하지 않고도 기꺼이 기다린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오면 또 그만큼 사람들이 들어간다. 손님들이 벗어놓은 신발은 신발장을 채우고도 현관에 깔린다.
 
“예약하고 왔는데 자리가 없네. 조금만 더 기다려봐유~.”
 
해마다 꼭 이맘때면 ‘우어회’를 먹어야 한다는 지인이 있다. 그이는 우어회를 먹기에 2월은 좀 이르고 3월에 먹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매화와 노릇노릇한 산수유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요즘, 17일(일) 주말 날씨는 화창하고 미세먼지는 보통수준이었다.

 
바쁜 일손이 드러나는 주방쪽 창고, 그래도 우어회는 먹고 싶다.
▲ 바쁜 일손이 드러나는 주방쪽 창고, 그래도 우어회는 먹고 싶다.

식당 펼침막에는 ‘2019년산 햇 우어회’라는 글이 식욕을 자극한다. 주방근처인 듯, 한 귀퉁이엔 스티로폼 박스나 둥근 고무통 등, 몰려오는 손님들로 아직 정리가 덜 된 모습이 눈에 띈다. 그만큼 우어회철을 반증하는 한 장면으로 보인다.  

많이들 오셨지유~
▲ 많이들 오셨지유~

식당 문밖에 서 있다 보니 쿰쿰한 홍어냄새가 코에 감돈다. 오늘은 햇 우어회를 먹으러 왔으니 홍어는 다음에 맛보기로 하고, 올해의 우어회 맛을 기대했다. 차례를 기다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마치 큰살림하는 이웃 잔칫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다.   

두리반에 모인 마음들이 읽혀집니다.
▲ 두리반에 모인 마음들이 읽혀집니다.

시선집중, 우어회!
▲ 시선집중, 우어회!

우어회
▲ 우어회

여럿이 둥글게 모여 앉아 먹을 수 있는 두리반에는 콩나물무침, 시래기나물, 감자채볶음, 하루나겉절이, 오이무침, 메추리알조림 등 반찬들이 놓인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마른 김이 뒤따르면서 계란찜뚝배기가 나왔다. 지인가족 네 명과 우리 부부 둘, 이렇게 여섯 명은 우어회가 나오기 전에 반찬을 집어먹으며 입을 축였다.

드디어 우어회가 나왔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집중시킨 2019년산 햇 우어는 미나리와 양념고추장 옷을 입고 우어회로 변신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마른 김 하나씩을 손바닥에 올리고 우어회를 감싸고 먹는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햇우어를 먹는 철이 시작된 요즘이다. 이 시기를 지나도 우어를 먹을 수 있겠지만 갓 잡은 것과 냉동해둔 것의 맛차이가 있다. 한때 임금이 먹던 귀한 생선이던 우어. 성질이 급해서 그물에 잡히는 즉시 죽어버린다고 하니, 나처럼 매사 느긋한 사람이 먹으면 혹시 중화되지 않을까싶은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우어회로 얼추 뱃속이 채워지자 원하는 만큼 공기밥과 청국장이 나온다. 두부가 푸짐한 청국장은 짜지 않아 밥에 넣고 우어회의 남은 양념을 넣고 비벼먹어도 꿀맛이다. 이게 끝인가 싶더니 숭늉 같은 눌은밥이 나와 뱃속이 편안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 햇 우어회를 먹는 봄, 이 봄이 우어회로 더 특별하다.
 

황토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황토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