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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와이파이꽃이 피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의 놀이에서 삶을 배운다

2016.04.20(수) 09:45:53 | 홍순영 (이메일주소:ssoonyoung@hanmail.net
               	ssoonyou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은 사람이 많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보이고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도 많은데 아이들은 주로 학원버스로 이동해서 학원으로 모이고 학원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길 위에서 아이들을 온전히 만나는 기회는 많지 않다. 날씨 좋은 오후 학원에서 귀가한 몇몇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또 다른 학원시간에 맞추어 오랜 시간 놀지 못한다.
 
홍성의 작은 시골마을로 이사 오니 우리 아들 외에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내가 사는 마을(20여 가구)에서는 내가 키우는 아이들 외에는 아이들이 없다. 다행히 건넛마을(80여 가구)에는 아이들이 8명 정도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에는 건넛마을 까지 걷기가 쉽지 않아 아이들의 어울림 문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되고나니 아이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건넛마을 아이들과의 어울림 문화가 조금씩 생겨난다.
 
토요일이 되어 날씨가 화창해 누구라도 밖에서 기지개를 펴고 싶은 그런 날이다. 당연히 생동하는 아이들이라면 밖으로 뛰어나와 놀고 싶어 한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너희들끼리 방방이 다녀와~”하며 살살 구슬렸다. 건넛마을에 교회가 있는데 아이들을 위한 커다란 방방이(트램펄린)가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큰애(9살)가 작은애(5살)의 손을 꼭 잡고 교회로 향한다. 30분 뒤에 어른들의 시선 없이 어떻게 노는지 궁금해 살금살금 교회로 향했다. 둘은 역시나 수다를 떨며 신나게 뛰고 있었고 연이어 동네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아이들이 방방이에 들어가 놀이를 시작한다. 누군가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하자! 하니 모두 동의하에 놀이를 시작한다. 내가 그 놀이를 할때에는 해바라기꽃, 할미꽃이라며 웃음 짓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입에서 “와이파이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연신 웃음이 터지며 다양한 몸놀이가 시작되었다. 놀이 관찰자로서의 나는 이제 정말 빠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선으로 인해 아이들의 놀이가 움츠려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이파이꽃이피었습니다 1


와이파이꽃이피었습니다 2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적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아이들만의 놀이 문화가 지금은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아이들은 이제 핸드폰을 통해 만남의 장소를 정하고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함께 학원을 간다. 아이들이 맘껏 뛰놀 공간은 없다. 골목은 모두 커다란 차가 주인이 되었고 놀이터는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학교정규과정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학원행 버스를 타느라 분주하다.
 
누가 우리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빼앗았을까?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관계를 통해서 놀이하며 세상을 배운다. 놀이를 들여다보면 어른들의 사회가 보이고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배려를 배운다. 그리고 저마다 갖고 있는 창의적인 놀이가 관계 속에서 꽃피울 때 가장 행복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힘이 생긴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래도 홍성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이 저들끼리 집집마다 찾아가 아이들을 불러오고 함께 노는 모습을 본다. 어릴 때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인다. 이 아름다운 광경이 이 사회에서 존중받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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